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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보도, '위기' 앞세우는 언론

[부산 지역언론 톺아보기] 파업원인·당사자 취재보다 경제적 손실과 '노-노' 갈등만 부각

등록|2022.07.15 16:44 수정|2022.07.19 10:31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50여일 파업을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이하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는 지난 6월 2일부터 "5년간 삭감된 30%의 임금 인상이 실현돼야 하고, 노조 전임자 인정 및 대우조선소 내 노조사무실 설치 등 교섭단체 노조로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안을 내걸고 있다.

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은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며 지난 22일부터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바닥에 가로세로 1미터 크기의 철판 안에 들어가 '끝장 투쟁(옥쇄 파업)'을 하고 있다. 6명의 노동자는 20미터 높이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대우조선 사내협력사와 사측은 시설물 무단 점거 등 불법 행위를 풀고 건조작업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지난 4~5월 하청업체 100곳의 직원 98%가 적게는 5%, 많게는 7.2%의 임금을 인상하며 올해 근로계약을 마쳤는데, 파업하고 있는 1%만 임금을 30% 올린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면서 하청지회 요구안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청지회와 대우조선 사내협력사 실무단은 여러 차례 실무협의를 벌였지만 결렬됐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지난 5년간 경제위기를 이유로 7600명이 해고됐고 상여금 550% 삭감 포함, 연간 임금 30%가 삭감됐다. 다시 수주가 시작되고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 지금에도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은 여전히 그대로다. 70%가 비정규직인 산업현장, 다단계로 쪼개어진 하청구조, 저임금, 장시간 노동, 빈번한 산업 재해와 위험한 일터, 이 모든 것은 하청 노동자들의 몫이었다. 조선업이 호황을 맞고 있는 지금도 하청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부산지역 언론은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무엇에 주목해 보도했는지 살펴본다.
 

▲ 부산 지역언론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관련 기사 목록(6/2~7/14)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파업보도 고질적 문제 그대로 답습하는 지역언론
파업의 원인과 당사자 취재는 부족, 기업 피해와 갈등만 부각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이번 파업은 6월 2일에 시작했지만 지역언론에서 이 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21일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불법 행위 엄벌을 촉구하자 보도가 이뤄졌다.

사측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22일부터 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가로·세로·높이 1m의 철구조물에 들어가 옥쇄투쟁에 돌입했음에도 언론의 관심은 쉬이 모이지 않았다. 경남도민일보, 경남신문, KBS창원 등에서만 보도가 이뤄졌다. 부울경메가시티에 열을 올리던 지역언론은 경남지역 노동자 투쟁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파업 한 달을 앞둔 7월 2일에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가 파업현장을 다녀온 영상을 공개한 것 이외에 파업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 <조선소 노동자가 스스로 철창에 갇힌 이유는?>(7/2) ⓒ 국제신문


국제신문의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소식 관련 기사는 총 8건으로 대부분 온라인 기사였고, 지면에 게재된 기사는 주로 사설, 칼럼, 외부기고 등 의견기사만 있었다. 파업의 자세한 이유와 당사자 취재는 부족했다.

<조선업 노동자가 1㎥ 철조망에 갇힌 이유는>(영상, 7/2)에서만 하청지회 노동자의 파업이유를 자세히 다뤘을 뿐이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에 공권력 투입 임박>(7/4), <대우조선해양, 파업 하청노동자에 엄정한 법 집행 촉구>(7/7), <정부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은 불법…즉각 중단해야">(7/14)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사측의 입장만을 주요하게 전하며 파업으로 인한 손실과 정부의 공권력 투입 입장을 강조했다.

다만 지면의 의견기사 <조선·해양산업 다시 사람이 희망이다>(해양수산칼럼, 7/6), <월급 빼고 다 오르는데 그마저도 깎나>(시사난장, 7/8)에서 "조선·해양 산업계가 비정규직 하청 위주의 인력 정책에서 정규직 전환 및 안정적인 고용 유지 정책 제시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조선소로 변화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 국내 숙련 인력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5년 차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2021년 원천징수 영수증에 적힌 소득은 3429만 원이다. 2014년 4974만 원 받던 것과 비교하면 7년 새 31%가 줄었다. 어떻게 근로기준법이 보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급이 30%나 깎이게 됐을까. 이유는 바로 '하청'이라는 단어에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의 원인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었다.

부산일보 역시 대부분의 기사가 '파업 이유'보다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부산일보의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관련 기사는 지면 2건, 온라인 10건이었다.

<"불법 행위 엄벌" 대우조선 협력사 단단히 뿔났다…왜?>(6/21, 온라인), <'수주 신바람' 대우조선해양 난데없는 '비상경영' 선포…어쩌다?>(7/6, 온라인),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노조 파업에 사장까지 나서 "작업장 복귀" 호소>(7/8, 지면) 등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 대표단 기자회견,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이사 담화문 내용을 주요하게 전하며 "길고 긴 불황의 터널 끝에 찾아온 수주 호황으로 모처럼 신바람을 내던 대우조선해양이 암초를 만났다. … 협력사 노동자 파업 장기화로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파업으로 인한 손실로 기업의 '위기'를 강조했다.

지역방송 중에서는 경남권역까지 보도범위를 포함하고 있는 KNN만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소식을 전했다. 총 7건 보도가 있었는데, 이중 3건이 리포팅 기사였다. <파업 한 달째…협상은 '제자리걸음'>(7/4)에서는 파업의 이유와 사측과 노동자의 입장을 비교적 자세히 전했다.

또 <대우조선 '2천800억 손실', 하청파업 속수무책>(7/7)에서는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이영호 대우조선해양 지원본부장의 "오랜만에 조선 호황, 불법 파업으로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간곡히 부탁..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달라"는 발언 장면을 그대로 전하며 대우조선 원청의 피해와 해당 파업의 불법적 행위의 엄벌을 강조했다.

KBS부산과 부산MBC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관련소식은 전하지 않았다.

파업원인과 구조적 문제에는 조용,
'노-노 갈등'은 적극적 보도


7월 8일, 대우조선 하청지회 파업을 지지하는 노동자들과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대규모 집회가 동시에 벌어지면서 지역언론은 파업 소식에 주목했다. 특히 부산일보와 KNN은 대우조선 '원청' 노조와 '하청지회'의 갈등을 부각했다.

<"구성원끼리 서로 힘들게 해"… '노노 갈등' 번진 대우조선 파업>(부산일보 12면, 7/11)에서는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노조 파업이 '노노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조합원의 현장 무단 점거로 인해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된 또 다른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며 대우조선해양 측이 제공한 하청지회 파업을 반대하는 집회의 사진만 크게 게재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노노 갈등' 격화…원청 노조, 금속노조 탈퇴 추진>(부산일보 온라인, 7/13) 기사는 '노노 갈등'이 "점입가경"이라는 표현을 쓰며 대우조선 원청노조의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하려는 움직임을 강조했다.

KNN도 <대우조선 파업, 노노 갈등 비화>(7/8)에서 건물 밖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의 하청노조 파업지지 집회와 건물 안 파업을 반대하는 대우조선 직원들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 영상을 연이어 보여주며 "파업이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 ‘노노갈등’ 강조한 보도 <좌> 부산일보 기사(7/11, 12면), <우> KNN 뉴스아이 화면캡처(7/8) ⓒ 부산일보, KNN


오마이뉴스 <"조선소 하청노동자, 왜 절박한 투쟁하는지 알아달라">(6/28)에 따르면, "임금 인상 30% 요구는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의 요구다. 2021년 겨울 하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2110여명이 참여한 결과다"며, "그 요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하청노동자들의 2016년도부터 2021년까지 연말정산 자료들을 살펴" 본 결과 "실질적으로 연말정산 자료에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이 30% 가량 하락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끝장 투쟁'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그는 "연일 사측의 침탈이 있었다. 열 명 남짓 지키고 있는 투쟁 거점에 구사대들이 쳐들어와서 겁박하고 천막을 찢고 심지어 혐오스러운 도구들까지 동원됐다"며 "절박한 요구를 안고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갈 곳이 어디겠느냐. 절박한 투쟁은 절박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언론 중 국제신문의 외부기고를 제외하고는 조선업의 70%가 비정규직인 산업현장, 다단계로 쪼개어진 하청구조, 저임금 등이 발생하는 구조적 상황을 짚은 기사는 단 한건도 없었다. 국제신문 <조선업 노동자가 1㎥ 철조망에 갇힌 이유는>(7/2)을 제외하고는 파업 당사자를 직접 취재한 기사도 찾아볼 수 없었다.

파업 당사자의 주장과 요구는 축소 보도하고, 불법성·폭력성을 부각하는 정서적 접근으로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부각한 셈이다. 또 대우조선의 경제적 손실, 조선업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는 기업의 보도자료, 기자회견 등 현상나열식 보도로 대우조선해양 사측의 입장이 더욱 강조됐다.

파업의 이유를 전달하더라도 사측, 정부(관)의 입장을 먼저 전하고 노동계나 당사자 입장은 후순위로 전개하는 강자중심의 보도였다. 이는 노동권을 경제의 하위개념으로 치부하는 한국언론의 고질적인 파업보도의 문제점이다.

기업에 비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도할 때 언론은 '충실한 해설자' 역할을 해야 한다. 하청노동자의 임금 삭감 요인, 원청과의 관계 구조적 문제점 등 보다 근본적인 원인 및 구조에 집중해 전달해 시민들이 쟁점에 대해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대우조선 선박 진수 작업은 한 달째 멈췄고,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건강도 악화하고 있다. 14일 정부는 "위법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시민사회는 '희망버스'를 통해 파업지지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새로운 국면을 맞게된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지역언론은 기업 위기만을 강조하며 파업과 노동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기보단 '같이 살자'는 상생의 관점으로 경제(기업)과 노동을 대등하게 보도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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