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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까지 없애고... 바닷마을 행정 살림 이렇게 어려웠어요

태안문화원이 발견한 1950년대 '안면면의회 의사록', 무슨 내용 담겼나

등록|2022.07.19 10:29 수정|2022.07.19 10:42

▲ 충남 태안문화원이 발견한 안면면의회 의사록 ⓒ 태안문화원 제공


"안면시장 장날인 1957년 11월 25일 안면시장에서 장사 일을 마치고 돌아가던 서산 상인이 남은 상품을 실은 트럭을 몰고 백사장에서 도선 중 바닷 속으로 추락해 120여 만 환의 피해를 본 사건이 있었다. 사고를 당한 서산 상인들이 다시 안면시장에 오지 않을까 걱정이 돼 손해액 120만환의 절반액인 60만환을 안면면 예산의 예비비에서 지출해 보상해주기로 의결했다."

이 기록은 충남 태안문화원(원장 정낙추)이 발견한 1952년부터 1961년까지 안면읍의 역사가 담긴 '안면면의회 의사록' 속 한 장면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기록물인 회의록이 종종 발굴·소개되긴 했지만 10여 년간 이뤄진 면의회 의사록과 첨부 자료, 관련 보고를 위한 결재 내용까지 모두 고스란히 보관된 경우는 드물었다.

안면면의회 의사록은 정낙추 태안문화원이 안면읍 주민자치위원장의 제안으로 안면읍사무소 신축 서고에 이관된 의사록을 확인하던 중 봉인돼 있던 것을 찾아냈다.

이후 태안문화원은 태안군에 자료 협조를 받아 한국문화원연합회를 통해 '안면면의회 의사록'의 디지털 변환 작업을 진행했으며, 지역 공무원 출신인 박종엽 선생이 자료 해석을 맡았다.

안면면의회 의사록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내용은 의사록의 취지에 맞게 기본 예산안과 추경 예산안 및 결산안이다.

이밖에 ▲면유 재산의 관리·처분 및 구매에 관한 사항 ▲토사 채취 허가를 비롯한 각종 인허가 사항 ▲진정서, 청원서 등 민원 처리 사항 ▲교육위원과 군참사(郡參事)의 선출 ▲각종 조례 등 법규 제정 및 개폐에 관한 사항 ▲면 행정과 리 행정의 사무 감사에 관한 사항 ▲행정 구역의 통폐합에 관한 사항 ▲회장 모곡 및 잡종금 등 기부 금품의 모집에 관한 사항 ▲초대 회의의 면장 선출 사항 ▲도로 보수와 무역 등에 관한 사항 등 다양한 기록이 남아 있다.

또 안면면의회 의사록에는 당시 육지와 완전히 단절된 불편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상황 가운데 자치 단체인 면과 의결 기관인 면의회가 주민들을 위해 노력한 기록들이 소상하게 담겨있다. 안면도는 1970년 연장200m의 연륙교가 개통됨으로써 육지와 이어졌다.

이 가운데 몇 가지 재미있는 기록을 소개하면 이렇다.

#기록1. 면에서 주민 교통수단의 하나로 운영하는 차량(GMC)의 3개월 운영 수입이 31만130환인데, 차량 소모품비와 기타 경비 지출액이 51만7020환으로 적자액이 20여 만 환이었다. 그런데 개인이 운영하겠다는 희망자가 있어 130만환에 구매한 차량을 150만환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기록2. 1952~1955년 당시 지역의 상당한 재력가였고 현직 도의원이었던 '채○○' 씨가 자기 부친이 메운 간척지를 농경지화하기 위해 조개산 일대 토지를 매입, 그곳에 저수지를 설치하려 했으나 '박○○'를 대표로 하는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쌍방에서 농림부까지 서로 왕래하면서 대립했다.


이처럼 안면면의회 의사록에 담긴 기록을 보면 당시 지방 정부의 살림살이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알 수 있다.
 
태안문화원 관계자는 안면면의회 의사록 활용 방향에 대해 "한 시대의 역사·문화·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우리들이 살아온 발자취들이 자세하고도 정확하게 기록된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라 다양한 회의록들이 잘 보존돼야 한다"며 "우리 역사, 생활사를 연구하는 후학들이 볼 수 있도록 해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면서 과거를 알아가고, 미래를 열어가는 지혜의 거울이 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안면면의회 의사록의 디지털 변환작업을 진행한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원천 콘텐츠 발굴 지원 사업을 통해 각 지방문화원과 함께 지역 민간 기록물들을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으며, 발굴된 기록물들을 디지털화 및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1952년부터 1961년까지 안면읍의 역사가 담긴 '안면면의회 의사록' ⓒ 태안문화원 제공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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