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지배당한 일상에 일기가 필요한 이유
[서평] 조경국이 쓴 책 <일기 쓰는 법>
▲ 책 '일기 쓰는 법'의 표지 ⓒ 유유출판사
<일기 쓰는 법>이라는 책 제목을 봤을 땐 '일기처럼 편한 글을 쓰는 것도 방법을 알아야 하나?'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보고서 쓰는 법, 논설문 쓰는 법, 소설 쓰는 법 등은 검색해 본 적이 있지만 일기에 쓰는 방법이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초등학생처럼 선생님에게 검사받는 게 아니라면 그만큼 만만하고 쉬운 글 아닌가?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이 일기에 막연한 부담감을 느낀다. 나만 하더라도 지금껏 글은 남에게 평가받는 것이 목적이었고, 그 경험이 쌓여서 글 자체에 거부감을 만들었다. 학생 시절 읽은 <안네의 일기> 또한 일기 쓰기를 거창한 행위라고 인식하게 된 원인이다. 일기를 쓴다고 한다면 뭔가 의미 있는 사건을 적어야 할 것 같은데, 평범한 일상에 그런 일은 일 년에 한두 번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다.
이 책은 일기를 쓸 때 필요한 덕목으로 솔직함을 꼽고 있다.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쓰면서 저절로 솔직해지는 법이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자신에게 솔직할 시간은 낯설기만 하다. 오히려 남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이 익숙하다. 대표적으로 인스타그램이 그렇다. 오늘 뭘 먹고, 무슨 옷을 입고, 누굴 만났고, 어딜 갔는지 기록하는 것은 쉬우나 그것을 솔직한 기록이라 할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 감성의 장소가 따로 있고 음식이 따로 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소비되는 문구도 따로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내 일상을 구경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스타그램은 절대 일기를 대체할 수 없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으로 삶을 기록하는 게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일기 쓰는 법>을 추천한다. 일기를 쓰는 동안만큼은 주위 시선에서 실컷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카메라 렌즈 앞이 아니라 관객은 나밖에 없는 거울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조경국 작가가 일기를 쓰게 된 계기를 소개하고 싶다. 한때 신문사의 편집기자로 일하던 그는 기사로 다룬 사건의 가해자와 법적 다툼에 휩싸였는데 가해자는 업무 일지를 꼼꼼하게 기록하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 증거물 덕에 가해자의 주장은 힘을 얻었고 아무 기록이 없던 피해자는 곤경을 겪어야 했다.
작가는 이 일을 계기로 사소한 기록도 때에 따라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일기라고 해서 꼭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필요는 없고 간결하게 육하원칙에 따라 일과를 적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이다.
그래도 일기가 부담스럽다면 <일기 쓰는 법>에 실린 다른 사람의 일기를 보며 용기를 얻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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