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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 상공 추락한 헬리콥터...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살아있는 역사교과서 대전현충원 55] 장병 다섯 명 사망, 6년째 진상규명 호소하는 유족

등록|2022.07.19 18:05 수정|2022.07.19 18:05

▲ 마린온헬기의 모습 ⓒ 대한민국해병대



2018년 7월 17일 오후 4시 45분. 경상북도 포항공항에서 이륙한 마린온 헬리콥터가 지상 10m 상공에서 추락했다. 이륙한 지 몇 초 후, 갑자기 회전날개 한 개가 분리되어 떨어지며 동체를 연결하는 축을 때려 부러뜨렸다. 헬기는 그대로 추락했으며 동시에 동체는 화염에 휩싸였고 완파됐다. 사고가 난 현장은 처참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2명, 정비사 1명, 승무원 2명이 사망하고 추락 과정에서 기체 밖으로 튕겨 나간 정비사 1명이 부상당한 채 겨우 살아남았다. 화재진압 과정에서 해군 소방요원 1명도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5명은 포항병원에 안치되었으며, 부상당한 정비사는 울산대학교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가 일어난 다음 날, 해병대와 육군은 수리온의 운항을 전면 중지하고 조사를 시작하였다. 뒤이어 경찰청과 산림청·제주소방본부도 수리온의 운항을 중단했다.

사고 원인은 부품 결함으로 나타났다.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아래 조사위)는 로터 마스트(rotor mast)가 제조 공정상의 문제로 균열이 발생해 사고가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로터 마스트는 엔진에서 동력을 받아 헬기 프로펠러를 돌게 하는 중심축이다. 이 부품에 균열이 발생해 사고 헬기는 이륙하자마자 메인로터(주 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가면서 추락했다고 조사위가 밝혔다.

조사위는 사고의 원인이 된 로터 마스트와 같은 제조공정을 거친 다른 로터 마스트 3개에서도 같은 균열이 식별됐고, 제조업체인 프랑스의 오베르 듀발(Aubert&Duval)도 열처리 공정을 공랭식으로 해야 하나 수랭식으로 하면서 균열이 발생했다며 제조 공정상 오류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로터 마스트는 KAI가 항공기 제작업체인 프랑스의 에어버스 헬리콥터(AH·Airbus Helicopters)로부터 수입한 것이다.
 

▲ 2021년 7월 1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마린온 희생자들의 3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 국립대전현충원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 사고와 관련해 책임을 추궁받거나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유족들은 헬기 제조사 대표이사 등을 살인 및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지만 3년 만에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제조사인 KAI에 도의적 책임이 있지만 사고 당시 부품을 검사할 권한이 없었던 만큼 법적 책임을 지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사고 원인이 되었던 로터 마스트의 소재는 오베르 듀발이 제작하고, 이를 납품받아 부품을 생산한 것은 에어버스 헬리콥터였다. KAI는 이 부품을 조립해 마린온을 만들었다. 조사위가 밝힌 로터 마스트 균열 원인은 오베르 듀발의 소재 열처리 과정 오류였다.

AH는 이 과정에서 균열을 탐지하지 못했고, KAI는 AH의 품질보증서를 믿고 로터 마스트를 납품받았다. KAI와 AH 간의 납품 계약에 따르면, 기술 유출 방지 명목으로 제조사는 제품 품질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일부 유가족은 2019년 AH 국내법인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마찬가지로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린온의 부품을 AH로부터 납품받고 있고, 유족들은 진상규명과 책임 소재가 규명되길 원하고 있다.

당시 사고로 순직한 장병은 조종사 김정일 중령, 노동환 소령, 김진화 중사, 김세영 하사, 박재우 상병이다. 이들에 대한 합동 영결식은 사고가 발생한 지 6일 만인 2018년 7월 23일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해병대장으로 엄숙하게 치러졌다.

순직 장병들의 영현은 고인들의 해병대 정신이 깃들고 꿈을 키웠던 항공대 등 주둔지를 돌아본 뒤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옮겨져 오후 6시 30분께 안장됐다. 국방부와 해병대는 순직 장병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1계급 진급을 추서했다.
 

▲ 마린온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5명의 해병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 우희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민미디어마당사회적협동조합 누리집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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