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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호와 '일본 급행전철'보다 더 비싼 GTX 요금

GTX-A 기본요금 2850원부터 시작... 정기권 등 공공성 담보 대책 필요

등록|2022.08.20 14:32 수정|2022.08.20 14:32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기자말]

▲ 2024년부터 GTX-A 노선에서 운행하게 될 차량의 목업. ⓒ 박장식


2024년 개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A노선이 개통을 약 2년 앞두면서 이모저모가 공개되고 있다. 지난해, 차량이 가장 먼저 시민에 공개된 데 이어 역사의 조감도가 공개되는 등 새로운 노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현행 지하철과는 다를 운임체계 역시 어느 정도 판이 짜인 모양새다. 지난달 <파이낸셜뉴스>는 GTX-A선의 운임체계가 공개되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 및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동탄역에서 수서역까지의 운임은 약 4100원 선이다.

하지만 요금에 대한 논란 역시 거세질 전망이다. GTX-A 노선의 운임이 같은 거리를 갔을 때 비교적 고급 열차로 분류되는 새마을호보다 비싸고, 하다 못해 일본 오사카권의 급행 열차인 '신쾌속'(신카이소쿠)을 탈 때보다 비싼 탓이다. 운임 조정, 또는 할인 제도 운영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고액 철도'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

기본 요금 2850원부터 최대 6600원까지

공개된 GTX-A 운임 규정에 따르면 GTX-A 노선의 기본 요금은 10km까지 2850원. 2850원에서 출발한 요금은 10km를 넘어서면 5km마다 250원씩 거리 요금이 추가로 붙는다. 기존 수도권 전철이 10km까지 1250원의 기본 요금을, 10km를 넘어서면 5km당 100원의 거리 요금을 부과하는 것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다.

이 제도에 따르면 동탄역에서 수서역까지는 32.8km를 이동해 4100원, 삼성역까지는 약 38km를 이동하기 때문에 4350원의 요금이 나온다. 그렇다면 킨텍스역에서 서울역까지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얼마의 요금을 내야 할까. 공개된 운임 규정에 따르면 약 26.3km의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3850원을 내야 한다.

정차역이 극단적으로 적은 GTX-A 노선의 특성 탓에 한 정거장을 가더라도 기본요금 거리를 추월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역에서 삼성역까지의 구간은 10.1km 정도를 달려가야 하는데, 10km의 기본 요금 거리를 넘어섰기 때문에 추가요금 250원이 붙어 한 정거장을 가더라도 310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물론 GTX-A 노선 운임이 직행좌석버스의 2900원보다 비싼 것이 흠이지만, 수도권 통합 요금제에 끼어 있는데다 정시성까지 높으니 비싼 요금을 낼 법도 할 만하다. 특히 강남권, 서울 도심권 등 지역에서는 GTX를 이용하면 목적지까지의 시간이 절반 이상 단축되니, 특히 서울과의 교류가 잦은 신도시 지역에서는 요금을 감당할 만하다.

하지만 비싼 기본 운임에 더해 거리 요금까지 기존 수도권 전철(5km마다 100원)에 비해 높으니 장거리 이동을 할 때는 '요금 폭탄'을 떠안을 수 있다. 한 쪽 종착역인 운정역에서 반대편 종착역인 동탄역까지 GTX-A 노선만으로 이동한다면 6600원에 달하는 요금을 내야 한다. 동탄에서 연신내를 간다 해도 5350원을 내야 한다. 오천원권 한 장을 내고도 전철로 원하는 목적지를 못 가는 셈이다.

새마을호보다, '일본 전철'보다 비싼 GTX 요금
 

▲ ITX-새마을호의 차내 모습. 안락한 자리도 주어지는 새마을호보다 GTX의 요금이 비싼 것은 그리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 박장식


문제가 되는 점은 GTX-A 노선의 요금이 기존 전철에 비해 너무나도 비싸다는 점이다. GTX-A 노선의 기본 요금 2850원은 기존 도시철도 노선에 비해 더욱 빠르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더욱 비싼 요금을 받는 신분당선의 1단계 기본 운임인 2250원은 물론, 경기도와 서울을 잇는 광역버스의 요금 2800원에 비해서도 비싸다.

GTX 사업이 민자로 진행되는 데다, 기존 전철에 비해 정차역이 적고 속도까지 빠르니 기존 도시철도에 비해 비싼 요금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면이 크다. 하지만 앉아갈 수 있는 좌석을 제공하는 새마을호보다, 하다못해 '비싼 전철 요금의 표본'으로 꼽히는 일본의 전철보다 GTX-A 노선 운임이 비싼 것은 문제다.

새마을호 기차의 경우 50km까지 4800원의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반면 GTX-A 노선의 경우 운정역에서 수서역까지 48.3km의 거리에 485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새마을호보다도 비싼 요금을 내야만 전철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새마을호는 좌석이 제공되는 데 반해 GTX-A 노선은 '내 자리'를 알아서 찾아야 한다.

일본의 광역전철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일본 오사카권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급행열차인 '신쾌속'은 일반 전철과 같은 요금을 받는다. 신쾌속을 타고 고베 산노미야 역에서 오사카 역까지는 30.6km에 410엔, 한화로 약 4000원의 요금을 받는다. 하지만 비슷한 거리를 GTX-A 노선의 운임 구간에 대입한다면 410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물론 GTX-A는 전용선을 이용한 열차이고, '신쾌속'은 일반 철도를 같이 이용하는 급행 열차이기에 똑같이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제는 그 비싸다는 일본의 전철 요금보다 한국의 전철 요금이 비싸지는 때가 왔다는 것에서 심각성을 실감할 만 하다. 

GTX 요금이 너무나도 높게 튀어오르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또 있다. 이른바 GTX의 사업의 롤 모델로 꼽히는 영국 런던의 급행 철도 사업인 크로스레일의 운임 책정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시내 구간 개통을 끝으로 완전 개통한 런던 크로스레일 엘리자베스선의 운임은 일반적인 런던 지하철의 요금과 동일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그 비싸다는 다른 민자 도시철도의 요금을 뛰어넘어 기차 삯보다 비싼 전철이 탄생할 처지에 놓였다. 영국마저 놓지 않았던 공공성의 의미를 한국이 놓아버린 셈이다.

정기권·할인제도 등 '공공성' 맞는 대안 필요
 

▲ 2024년부터 GTX-A 노선에서 운행할 차량의 내부 모습. ⓒ 박장식


물론 정부에서도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 개통하는 GTX-B 노선과 GTX-C 노선의 경우 기존 전철과 함께 다니는 구간에 대해선 기존 GTX 요금에 비해 낮은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한다는 방침이고, 주말이나 비혼잡시간에는 10% 정도의 할인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설명.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정기권 할인 등 다른 할인 제도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는데, 매일 많은 시민들이 정기권으로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다, 50%에 달하는 정기권 할인율을 감안하면 GTX 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법 하다.

GTX 사업은 교통 음영지역, 특히 좌석버스 등을 탑승하는 등 비싼 교통비를 내고도 다른 지역에 비해 주요 거점으로의 이동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역을 위해 고안된 '대중교통 사업'이었다. 하지만 매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서민과 교통약자가 외면받는 철도 노선을 우리가 대중교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렇듯 GTX 노선의 운임 체계는 아쉬운 점이 크다. 특히 GTX가 지나는 구간 중 동탄역, 창릉역 등의 지역은 다른 노선의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말은 다른 광역전철 없이 GTX만이 유일한 철도 대중교통 노릇을 한다는 뜻이며, 어쩔 수 없이 비싼 운임을 내야만 철도를 이용해 이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경로 할인을 비롯해 장애인,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한 할인 역시 현재까지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방침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GTX-A 노선이 더욱 공공 교통으로 기능하려면, GTX-A 노선이 '부자 철도'가 되지 않게끔 더욱 나은 할인 제도와 기존 대중교통망 못지 않은 공공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GTX 노선의 빠른 추진과 개통을 지시한 적이 있다. 철도, 특히 GTX가 엄연히 대중교통 노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러한 노선의 운임체계와 운영이 서민들, 그리고 철도를 이용해야만 이동이 원활한 취약 계층과 멀어진다면 이러한 지시가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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