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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중성화 수술한 흰냥이가 출산을 했다?

새끼 3마리에 젖 물려... 허위 수술 의혹에 담당 공무원 "그런 일 있다면 계약 해지"

등록|2022.07.23 15:51 수정|2022.07.23 15:51

젖먹이는 흰냥이갓 태어난 새끼 세 마리에게 젖을 물리는 중인 흰냥이 ⓒ 정병진

 
동네 길냥이인 흰냥이가 새끼 3마리에 젖을 먹입니다.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허나 속사정을 알면 기이한 일입니다. 흰냥이는 지난 6월 16일 중성화 수술을 했기 때문입니다.

여수농업기술센터는 올해 몸무게 2.5kg 이상의 길고양이 660마리에 대한 중성화 수술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예년보다 사업량을 배 이상으로 늘린 규모입니다.

작년만 해도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해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신청하기란 매우 어려웠습니다. 10분도 안 되어 신청이 마감되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사업량이 늘어 시민들이 비교적 여유롭게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도 동네 길고양이 세 마리에 대한 중성화 수술을 신청하였습니다. 흰고양이 두 마리는 어미가 같고, 나머지 한 마리 얼룩냥이는 어미가 누군지도 모른 채 홀로 자랐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기 전까지는 세 마리 모두의 성별조차 잘 몰랐습니다.

농업기술센터가 제공한 포획 틀로 고양이들을 잡아 수술을 맡긴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덩치가 큰 오드아이 흰냥이와 얼룩냥이는 수컷이고 나머지 흰냥이 한 마리는 암컷이었습니다. 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마친 뒤 동네 길고양이 개체수가 크게 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한시름을 놓았습니다.
  

흰냥이 남매한 어미에게 태어난 흰냥이 남매, 한 마리는 오드아이인 수컷이다. ⓒ 정병진


그런데 3주쯤 지났을까요? 놀랍게도 암컷 흰냥이가 새끼 젖을 물리고 있었습니다. 잘 살펴보니 새끼는 세 마리였고 갓 태어났는지 눈조차 뜨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틀림없이 중성화 수술을 하였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어리둥절하였습니다.

길냥이를 수거해 수술을 맡긴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해 보았습니다. 그는 "그럴 리가 없다. 중성화 수술은 별 이상 없이 진행하였다"며 "수술한 동물병원에 알아보고 연락 다시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잠시 뒤 담당자는 찾아와 현장을 직접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라며 흰양이 중성화 수술 당시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흰냥이와 드러낸 자궁이 함께 찍힌 사진이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임신하여 출산한다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럼 흰냥이가 젖을 먹인 새끼들은 누가 낳은 걸까요?

중성화 수술 담당자는 "드물긴 하지만 다른 고양이가 낳은 새끼를 다 큰 암컷 고양이에게 갖다주면 모성애가 발동해 제 젖을 물리기도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게 사실이라 해도 현재 흰냥이가 젖을 먹여 키우는 고양이 세 마리의 실제 부모는 누군지 알 수 없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흰냥이의 수술을 하지 않고 허위로 수술했다고 한 건 아닌지 물어보았습니다. 담당자는 "그런 일이 있다면 우리가 당장 해당 동물병원과 계약 해지를 했을 것이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현재로서는 다른 고양이의 새끼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흰냥이가 또다시 임신을 하는지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흰냥이가 키우는 새끼 세 마리는 누가 낳았을까요? 흰냥이가 새끼를 낳는 장면을 목격한 게 아니기에 저도 흰냥이가 낳은 거라 단정할 순 없습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려면 흰냥이가 임신하는지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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