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100여명 힘 모아 추모집 <진주사람 박노정> 펴내

시인, 언론인, 시민운동가 등 활동 ... 4주기 맞아 오는 30일 "추모제" 열기로

등록|2022.07.26 14:54 수정|2022.07.27 08:16

▲ 고 박노정 진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가 2005년 5월10일 의기사에서 일명 '논개영정'을 뜯어낸 뒤 임진계사순의단에 세워놓고 고유문을 낭독하고 있다. ⓒ 윤성효


시인, 언론인, 시민운동가, 문화예술활동가로 사셨던 고(故) 박노정(1950~2018) 선생 4주기를 맞아 추모집 <진주사람 박노정>을 발간하고 추모제가 열린다.

'진주사람박노정추모집간행위원회'는 오는 30일 오후 4시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추모제"를 연다.

박노정 선생은 시민주 800여명이 참여해 만들어졌던 옛 <진주신문> 발행·편집인 겸 대표이사를 지냈고, 시집 <바람도 한참은 바람난 바람이 되어>, <늪이고 노래며 사랑이던>, <눈물공양>, <운주사>를 펴냈다.

또 고인은 남성문화재단 이사, 진주문화예술재단 이사, 진주문인협회장, 경남시인협회장, 경남문학관장,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장 등을 지냈고, 6‧15진주시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진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친일잔재청산을위한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고인은 2005년 5월 10일, 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함께 의기사 안에 걸려 있었던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가짜 논개영정'인 "미인도 논개 복사본"을 강제로 뜯어냈다.

이에 대해 경찰, 검찰, 법원은 모두 유죄라 했고, 고인을 비롯한 관련자 4명은 각각 벌금 500만원씩 선고받았다. 고인을 비롯한 시민단체 인사들은 항의의 뜻으로 벌금을 낼 수 없다며 진주교도소에 1주일간 노역장에 유치되기도 했다.

이후 시민들이 벌금을 대신 내자며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친일화가가 그린 논개영정을 강제로 뜯어내자 진주시와 장수군이 '표준 논개영정' 제작에 들어갔고, 윤여환 충남대 교수가 그린 그림이 표준영정으로 지정이 되었다.

고인은 경상국립대(언론인동문회)에서 수여하는 '개척언론인상' 등을 받기도 했다. 김언희‧주강홍‧김태린‧김지율‧문은진 위원들이 추모집간행위를 구성해, 고인과 인연이 있는 인사 100여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이번에 추모집을 내게 된 것이다.

추모집은 옛 <진주신문> 기자로 활동했던 서성룡(남강처럼 맑고 댓잎처럼 푸르렀던 사람), 이일균('카랑말짱'이라는 말), 권영란(그게 마지막 당부였던가요), 김경현(아직도 저의 '영원한 진주신문 발행인') (전) 기자들이 쓴 글이 실려 있다.

또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아~ 아우여! 아~ 친구여), 여태전 교수(다만 가물거리는 것들과 함께), 김태린 부지부장(선생님의 순결한 마음과 강렬한 의지를 담아 하얀 옷에 붉은 꽃을 가슴에 달고), 박태갑 작가(논개의 강), 이곤정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박노정 선생과 형평 그리고 나) 등이 시민운동 관련해 기억을 더듬어 놓았다.

한승원 작가(남강처럼 흐르는 사람, 연꽃시인 박노정을 그리워하며), 주강홍 시인(시 한 편의 박노정), 이상옥 교수(창신대 문창과 시절의 시인 박노정), 유영금 시인(거스를 수 없는 운명처럼), 김남호 문학평론가(한 줄의 각주로 남은 사내), 조구호 교수(진주의 자존심, 박노정 시인) 등이 문학 관련한 인연을 담은 글을 썼다.

신경득 경상국립대 명예교수(시인의 해탈)와 김륭 시인(다만 가물거리는 것들과 함께)이 '작가론'을 썼고, 김지율 시인이 고인과 생전에 했던 대담을 정리해 놓았다

김언희 시인은 발간사를 통해 "인간이 더 이상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계산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두 발 달린 계산기로 전락해 버린 세계에서 선생은 계산 없는 삶을 사셨다"며 추억했다.

첫 만났을 때를 더듬은 김장하 이사장은 "인사를 나누고 보니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고 광대뼈가 나온 얼굴이 고집스럽게 생겼다"며 "서로 만나자 말자 의기 상통해 마른 논에 물 붓는 식으로 빨려 들어가 십년지기처럼 반가웠다. 이렇게 만난 것이 첫 만남이며 그 이후로 많은 일들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조구호 교수는 "박노정 시인도 투철한 시민정신과 문학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진주에 작지 않은 자취를 남겼다"며 "부정과 불의를 외면하지 않는 정론직필로 진주 사람들의 자긍심을 높였다"고 했다.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논개영정 폐출을 거론한 신경득 명예교수는 "오직 논개만이 박노정에 의해 비로소 친일화가의 모독에서 해방되었다. 그러니 논개는 시인에게 각별할 수 밖에 없다"며 "꼭 한 번만 으스러지게 껴안고 싶다고 한다. 소스라치듯 감전되고 싶다고 한다. '논개 연가'에서는 그리하여 나라 지켜 몸 바친 논개의 뜻으로 이 역사를 갈무리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추모제는 여태전 대전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김언희 시인이 개회사를 하고, 류재수 전 진주시의원, 김경현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전문위원, 조구호 경상국립대 연구교수가 대담한다.

김태린 경남민예총 부이사장이 추모 춤을 추고, 노래패 '맥박'과 박제광씨가 고인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시 "권력최악", "이런 날이", "서시"를 부른다.
 

▲ 추모집 <진주사람 박노정> 표지. ⓒ 사람과나무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