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연극계 미투 후 '어린이 국악극' 논란... "가해자 연출·극본"
피해자 측 "하차했다고 공연 강행?"... 주최 측 "예술감독 중심의 작품"
▲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29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광주 연극계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고 엄중한 수사와 처벌, 성폭력 전수조사 및 징계, 재발방지책 마련, 지지와 연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소중한
'광주 연극계 권력형 성폭력 사건' 피해자 측이 공연을 앞둔 광주 지역 어린이 국악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연출·극본을 맡은 작품이라는 이유에서다. 해당 공연의 주최·주관 측은 이 작품에서 연출·극본의 역할이 미미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측이 문제 삼은 공연은 오는 28~30일 광주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진행되는 <신나는 국악여행>(광주문화예술회관 주최,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주관)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3인 중 2인은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이 지난해 처음 선보인 이 작품에서 각각 연출·극본을 맡고 있다가 사건이 폭로된 후 교체됐다.
이어 "피해자들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시점에서 가해자가 연출·극작한 작품이 지역 아동들을 대상으로 공연될 예정"이라며 "해당 작품은 광주광역시 산하 공공예술기관인 광주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하고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이 주관하는 공연이다. 가해자들이 연출·극작에서 하차하고 극 내용 중 일부분이 각색됐다는 이유만으로 공연을 강행하는 것이 공공예술기관이 할 수 있는 올바르고 상식적인 선택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물론 시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한 약속이 선행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작품 뒷면에 가려진 피해자들의 고통을 아동을 포함한 시민들이 알게 됐을 때 따라올 충격에 대해 확실한 대한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이는 지역 공동체와 더불어 문화예술계의 근간인 예술인의 존엄성과 인권이 뿌리째 뒤흔들리는 중대한 사안이다. 성희롱·성폭력 등의 문제 발생 시 광주광역시 등의 행정기관이 대응해야 할 일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라"고 강조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앞서 스태프 중 한 명이 이러한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껴 이 공연에서 하차하기까지 했다"며 "광주광역시, 광주문화예술회관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측 "해당 공연은 지휘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연"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측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작품은 한상일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가 성남시립국악단에 재직 중이던 2008년부터 구상·발전시켜온 어린이 국악극"이라며 "연출·극본을 맡았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이 국악극을 만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예술감독인 한 지휘자가 공연 레퍼토리를 전부 지시했고 연출과 극본은 이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사건 이후) 연출이 바뀌었는데도 극이 그대로 흘러갈 수 있는 건 이처럼 지휘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연이기 때문"이라며 "한 지휘자가 2019년 부임 후 이 공연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한 것이 당시 인터뷰 등에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 광주 북구에 위치한 광주문화예술회관. ⓒ 광주문화예술회관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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