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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와 강원도 영월이 만나는 오지, '내리계곡'을 가다

등록|2022.07.28 11:56 수정|2022.07.28 11:56

내리계곡 이끼폭포휴대폰이 작동되지않는 첩첩산중 내리계곡에는 이런 이끼 폭포들이 많다. ⓒ 이보환


계속되는 폭염에 더위를 피할 곳을 찾는다. 햇볕이 없는 밤길, 숲으로 둘러쌓인 오솔길이 좋다. 시원하게 걷는 방법을 생각하던 중 계곡트레킹이 머리를 스친다. 오늘 갈 곳은 내리계곡.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에 자리한다. 생각만 해도 무더위가 조금 가셔진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 구룡산에서 흘러내린 계곡수와 강원도 영월군 선달산의 전나무 숲에서 솟아나오는 물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들머리가 쉽게 나오지 않아 내리계곡 입구 솔밭캠핑장을 찾아 나섰다. 캠핑장 앞 계곡은 물살이 거세지도 약하지도 않다. 널따란 개울은 어린이, 부모 등 가족단위의 피서객 차지다. 물놀이에 신난 꼬마 주인공을 돌보느라 젊은 엄마, 아빠들은 정신이 없다.

계곡을 따라 걷는다. 이정표 뿐 아니라 그 어떤  안내문도 없기에 오히려 편안하다. 걷고 싶을 만큼 갔다가 되돌아오면 그만이다. 숲속으로 들어서는 좁은 오솔길이 보인다. 숲이 울창하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이글이글 불타는 하늘이 푸른옷으로 갈아입었다. 떨어진 나뭇잎이 퇴비가 되어 흙길은 푹신하다. 발이 피로하지 않다. 찜통 같은 열기는 금세 사그라진다.​

사람을 가득 메운 계곡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런 비밀의 숲이 있다니! 눈 앞에 펼쳐진 원시림이 신기하다. 숲 가운데 같은 모양의 성곽이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다. 예전에 군사용으로 쓰인 곳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시원한 숲속.길을 걷는 내내 내리계곡 폭포소리가 청량감을 준다. ⓒ 이보환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걷는다. 떠밀려 달려오는 힘, 바닥이 훤히 보이는 물길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제는 전나무숲이 반겨준다. 쭉쭉뻗은 전나무를 찍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니 긴급 호출을 제외한 모든 전화가 불통이다. 나도 모르는 어느 순간 오지의 숲 한 가운데 서있다.

걷는 동안 계곡과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한다. 가까이 다가가자 물고기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깨끗한 물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와 청정 숲에서 기계의 방해 없이 걷는 내가 비슷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와' 탄성이 나온다. 이끼숲이다. 계곡 바위에 이끼가 가득하다. 푸른 바위가 신비롭다. 참 아름다운 색깔이다. 이런 멋진 풍광은 오랫동안 유지하는 게 좋겠다. 바위에 앉아 좀 쉰다. 계곡이라 하기에는 다소 큰 규모와 많은 물이 동강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하다.

내리계곡은 야영이나 취사 등 자연을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혹여나 누가 될까 초콜릿과 빵 등 행동식으로 요기를 하고 들머리로 되돌아온다. 계곡 숲과 밖의 온도차이를 느끼며 산과 숲이 주는 위대함을 깨닫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도 게재됩니다.제천단양뉴스는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 의견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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