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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직원 횡령 방임 이유로 해고... 법원 "무효"

"고용승계 거절 부당해고에 해당... 1억 1천만 원 여 지급해야"

등록|2022.07.28 14:45 수정|2022.07.28 14:45

▲ 은평구청 정신건강복지센터 ⓒ 은평시민신문


2017년 서울 은평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벌어진 회계직원의 횡령 사건으로 부당 해고된 기간제 노동자 A씨를 해고한 것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6월 13일 서울고등법원은 A씨가 은평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청구의 소'에 양측에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2017년 소송이 진행되고 약 5년 만에 난 해고무효 결정에 따라 은평구청은 A씨에게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등 1억 1164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앞서 2017년 5월 은평구 정신건강증진센터 회계를 담당하는 20대 직원이 4년간 지방보조금 3억 2천만 원을 횡령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 직원은 100만 원짜리 고양이 2마리를 사서 키우고, 가방을 사고 일본·호주·프랑스 등 해외여행 경비로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당시 회계담당 직원은 2013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직원 급여에서 원천징수한 근로소득세, 4대 보험료, 퇴직적립금 등을 주 사업계좌에서 예비계좌로 이체하고, 이를 자신의 계좌 3곳으로 분산 이체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또한 회계연도 말에는 허위로 결산 보고서를 작성해 구청에 보고하고 남은 사업예산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혈세를 횡령하다 적발됐다.

회계 직원이 구속되고 구청은 횡령한 돈을 추징하면서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은평구청이 이를 문제 삼아 남아있는 다른 직원을 해고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사건 당시에도 해고 위기에 처한 A씨는 "센터를 직영화해도 은평구 보건소는 센터 직원들을 모두 횡령의 공범 취급하며 기존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센터 직원들은 공범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횡령 사건 발생이 드러나고 2017년 9월 29일 은평구청은 서울시립 은평병원이 위탁 운영 중이었던 은평구정신건강복지센터의 운영 위탁계약을 해지하고 그해 10월 16일 직영으로 전환했다.

당시 구청은 센터의 기존 인력을 고용승계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 채용을 진행했는데 여기에 응시한 A씨는 최종 탈락했다. 은평병원은 A씨에게 그해 7월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결국 A씨는 9월 30일 구청의 고용승계 거부로 퇴직했다.

위탁해지 다음 날  A씨는 퇴직하고 같은 해 11월 "구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한 것은 부당 해고"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사업안내'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이 자료는 '수탁기관 변경 또는 운영형태 변경 시 인력은 원칙적으로 고용 승계한다'고 정하고 있다. 아울러 복직할 때까지의 월급을 지급하라고 구청에 요구했다.

반면 구청은 "상임팀장이던 A씨가 회계담당자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데도 주의의무를 게을리해서 직원의 횡령을 막지 못한 잘못이 있고, 횡령에 조력한 직원을 밝혀내지 못했다"며 고용승계 거절이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법원 "고용승계 의무 존재, 횡령 방임은 추측에 불과"

2018년 1심 판결에서는 "위탁계약 종료에 따라 원고에 대한 고용관계를 승계할 의무가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구청과 은평병원의 위탁계약에는 센터의 운영주체가 변경되는 경우 센터 직원에 대한 고용관계를 원칙적으로 승계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A씨는 위탁계약이 종료될 경우 새로운 수탁기관이나 구청으로의 고용승계에 명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구청이 고용승계를 거절하는 것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A씨가 직원의 횡령을 방임했다는 구청 주장에 대해서도 "추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부당해고 판단을 전제로 재판부는 "2017년 9월 30일부터 복직하는 날까지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역시 고용승계 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해 무효라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고용승계 거절과 관련해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하급심이 '임금 지급 기간'에 대해 잘못 판단했다며 이 부분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A씨의 근로관계가 변론종결 전인 2018년 12월 31일 기간만료로 종료돼 A씨가 더 이상 근로자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는지 등을 심리한 후 A씨가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기간을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은평구전신건강복지센터 민사소송 판결금 예비비 사용계획 ⓒ 은평시민신문




은평구청, A씨에 미지급 임금 등 1억 1164만 원 지급 예정

2021년 11월 11일 대법원은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청구의 소'에 대해 파기환송했다. 올해 6월 서울고등법원은 A씨와 은평구청에 화해를 권고했고 결정문 송달 후 쌍방 이의신청이 없어 화해권고가 확정됐다. 이에 은평구청은 A씨에게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게 됐다.

미지급 임금은 2017년 10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약 4년 10개월이며 이 금액은 1억 300만 원이다. 퇴직금 산출 금액은 864만 원으로 도합 1억 1164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평구청은 은평구에 제기된 민사소송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청구의 소' 판결에 따른 금액을 A씨에게 지급하기 위해 예비비를 집행할 계획이다.

이번 판결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전문가 집단인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이 꼽은 2021년 '올해의 대법원 판결' 중 하나로 꼽혔는데 민간 위탁에서 직영으로 시설 운영 주체가 변경된 경우에도 고용승계 계약에 따라 노동자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있다는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회계직원이 횡령했다는 사실관계 하나로 은평구청이 다른 노동자까지 해고하고 대법원까지 무리하게 소송을 이어 나가 결국 구민 세금을 낭비하게 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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