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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그림책 읽고도... 어린이는 알고 어른은 모르는 것

책 '나의 개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방법'을 읽고

등록|2022.08.04 11:23 수정|2022.08.04 13:33
"아빠, 이 사진 좀 봐."
"강아지네. 그런데 얘 눈빛이 왜 이래? 애처롭다."
"그렇지? 유기견이래."

"아, 길을 잃었구나. 어서 주인을 찾아줘야 하겠네."
"못 찾았대. 심장사상충에 시달린 강아지인데 입양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죽인대."
"저런 어째?"

"저… 아빠. 우리가 데려오면 안 될까?"
"우리가? 나는 병아리고 강아지고 안을 때 뭉클해서 싫은데…."
"내가 기를게."
"네가? 말은 그렇게 해도 엄마 몫이 되고 말 텐데."


죽인다는 바람에 엉겁결에 받아들인 개는 대여섯 살쯤 되었다는 하얀 몰티즈였다. 딸 아이가 하얀 토끼 같다며 바니라고 한 개와 한 이부자리에서 잔 지 어느새 열 해째다. 그사이 숱한 잘잘못을 겪었다. 개와 더불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짚지 않고 지나쳤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만나면서 깨달은 '돌봄' 
  

유기견 바니열너댓 살쯤이고 사람으로 치면 아흔 살이 넘었으니 호호 할머니다. ⓒ 변택주


그런데 <나의 개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방법>을 읽으면서 무릎을 쳤다. 주인공 할머니는 강아지가 가지고 싶다는 손주 루이스에게 동네에 이미 개가 많다고 말씀한다. 동네에 개가 몇 마리나 있는지 궁금해진 루이스가 시청에 물었으나 돌아온 말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망한 루이스에게 할머니는 "정말로 이뤄졌으면 하는 게 있다면 스스로 해내야만 한단다"라고 일깨운다.
  

▲ 책 일부 ⓒ 원더박스


루이스는 이 말씀에 따라 집집이 문을 두드리며 개가 있는지 어떤 버릇을 가졌는지 하나하나 알아간다. 나도 루이스처럼 개들에게는 어떤 버릇이 있으며 뭘 할 때 좋아하고 어떨 때 싫어하는지 살폈더라면 '바니와 사이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뒤따른다.

바니는 오줌이나 똥을 누고는 가장 먼저 내게 조르르 달려왔다. 먹이를 달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왜 그러는지 몰라 어리벙벙했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면 하는 수 없이 아내에게 달려가고는 하는 바니에게 밥을 주고 밑을 닦아주다가 깨달았다. '아! 내 평생 누구 밥을 해주거나 치다꺼리를 한 적이 별로 없었구나' 하는 것을. 한평생 어머니나 아내가 해주는 밥을 날름날름 받아먹기만 했지, 누구에게 밥을 차려준 적이 없었으며 돈이나 좀 벌었지 살림살이를 한 적이 없었다.

바니가 그런 내게 이미 진 빚을 갚지는 못할지라도 더 짓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냐고 흔들어댄다고 알아들었다. 그러고 나서 집에서 가벼운 음식을 하나둘 하기 시작하여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을 때 다른 점

처음에는 어떻게 만들든 맛있다고만 하던 아내가 언제부터인가 맛을 제법 냈을 때만 먹을 만하다고 한다. 음식다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말일 테다. 바니가 흔들어대고 일깨운 덕분에 멈칫멈칫 살림살이에 손을 담그고 있는 차에 만난 <나의 개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방법>은 어울림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도록 만든다.
  

▲ 책 <나의 개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방법> 표지 이미지 ⓒ 원더박스


다시 책으로 돌아가 보면 루이스가 마을에 사는 개들을 살피러 집을 나올 때 할머니도 루이스와 같이 나와 무엇인가를 한다. 빙 둘러앉아 그림책 연주를 마치고 어울린 이들에게 "할머니 뭘 하셨을까요?"하고 물으면 그림을 낱낱이 살피며 책을 본 아이들은 뭘 하셨는지 금세 말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잘 알지 못한다. 글을 따라가기에 바빠 그림은 그냥 스쳤기 때문이다.

함께 산다는 말은 어울린다는 말이고, 어울리려면 놀아야 한다. 놀이터가 곧 살림터이고 그대로 배움터이다. 눈 밝은 아이들만 알아차린 그림에는 어울려 놀이, '어울려 살림'이 듬뿍하다. '나의 개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방법'은 어울려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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