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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북카페에 마실 오신 동네 어르신들

여름날의 감사

등록|2022.08.06 15:32 수정|2022.08.06 15:32
나른한 오후의 기운이 어깨 힘을 빠지게 하려는 순간. 동네 어르신 할매들 세 분이서 북카페 문 앞에 나타나셨다.

한번 오신다고 하시더니 드디어 우리 북카페에 오셨다. 얼마나 반갑던지. 91세에 하늘 나라로 가신 울 할머니께서 내 앞에 천사처럼 나타나신 것만 같았다.

얼른 나가서 자동문이 닫혀 다치시지 않도록 스위치를 눌러 드렸다.
시원한 세미나룸에 모셔다 드리고 메뉴판을 드리며 주문을 받는데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열여섯 소녀들처럼 까르르 꺄르르 웃으시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내 입에서도 웃음소리가 덩달아 흘러나왔다.

동네 어머니들과의 대화는 늘 유쾌하고 마음을 즐겁게 한다.

"커피 말고 맛있는 걸로 줘요."
"시원한 걸로 드릴까요?"
"너무 찬 건 안돼~"
"난 자몽은 먹으면 안 된대."
"망고 들어있는 거 줘요~"
"망고 요거트 스무디는 차가워요."
"괜찮아요. 그냥 그걸로 세 개 줘요."


젊었을 때는 찬 것도 잘 먹었는데 이제 늙어서 찬 것도 못드신다며 걱정을 하시면서도 망고 요거트 스무디를 주문하셨다.
 

▲ 망고 요거트 스무디 ⓒ 정은경


"달지도 않고 맛있네~"

너무 차가울까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맛있게 잘 드셔서 감사했다. 그런데 두 어머니께서 웃으시며 찬 걸 먹으니 머리가 아프시단다.

얼른 주방으로 가서 따뜻한 녹차라떼와 자색고구마라떼를 준비해서 어르신들께 갖다 드렸더니 따뜻하고 맛있다고 하시며 좋아라 하셔서 마음이 놓였다.

다행히도 망고 요거트 스무디도 다 드시고 따뜻한 라떼도 다 드시고는 배가 불러서 저녁은 건너 뛰시겠다는 어머니들, 귀여우시다.

"카페에 따라가면 뭔지도 모르니까 그냥 같은  거 시키라고 해. 그러면 맛도 없어서 입만 대고 먹는 시늉만 하고는 비싼 돈만 내버리고 오는데 여기는 참 맛있네."

어르신들의 칭찬에 내 입이 귀에 걸린다.
기분이 참 좋다.

수박이랑 복숭아를 접시에 썰어다 드렸더니 조금 밖에 안드셨다. 배가 너무 불러서 다 못드시고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얼마예요?"
"계산 해야지."


돈을 받기가 너무 죄송했다.
꼭 받아야 한다시며 세 분 모두 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내셨는데, 나는 가장 언니 되시는 어르신의 돈을 받아 계산했다.

"12,000원이에요."
"왜 그렇게 싸? 한 사람당 12,000원 받아도 되겠구만."
"많이 받아야 돈을 벌지. 손해 보겠네."
"괜찮아요 ~"


걱정해주시고 생각해주시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무더운 여름날.
모두 휴가를 떠나고 북카페에 오는 손님들도 많지 않아 내심 걱정이 되는 터였다.
마침 그때, 마음에 힘내라고 하늘에서 천사들의 응원부대가 다녀가 주신 것만 같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시골 북카페 꿈꾸는 정원은 잘 될거야.
   

▲ 자색고구마라떼 ⓒ 정은경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브런치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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