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부산엑스포 청신호? 토양오염 적신호!
[부산 지역언론 톺아보기] '해수부, 55보급창 신선대 부두 이전' 관련 보도
여름과 바다, 하면 떠오르는 도시 부산. 외지인들에겐 낭만과 쉼이 있는 관광지로 익숙하지만, 그런 이미지와 달리 부산은 주한미군을 위한 군수 조달과 전쟁 연습이 지속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2010년 반환받아 현재는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옛 하야리아 부대(현 부산시민공원) 외에도 55보급창, 미군8부두 등 군사시설은 여전히 부산시민들의 삶의 터전에 자리하고 있다.
2019년 5월, '미군 55보급창' 부지를 반환받기 위한 범시민운동본부가 결성됐다. 진보·보수를 망라한 부산지역 60여 개 단체와 동구 주민이 55보급창 반환에 한목소리를 냈다. 시민의 바람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도 이어졌는데, 이재명·윤석열 당시 후보는 미군 55보급창과 8부두 이전을 약속했다.
지난 8월 1일, 국회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55보급창 이전과 관련한 논의가 나왔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부산 서·동구)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부산 북항 55보급창 부지를 이전해야 되죠, 그렇죠? 해수부에서 그런 절차 진행을 지금 어느 정도까지 진행하고 있죠?"라고 질문했다. 이 질문에 조 장관은 "신선대 쪽에 투기장 부근에 대체 부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입장이 정리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해당 질문과 대답은 <"미군, 55보급창 이전 대체부지 신선대 부두">(KBS부산, 8/1), <미군 55보급창 대체부지 신선대 부두로 결>정(부산MBC, 8/1), <미 55보급창, 신선대 부두 이전 결정>(KNN, 8/1), <55보급창, 신선대부두로 이전 결정>(국제신문, 8/2), <55보급창 이전 부지, 신선대로 결정>(부산일보, 8/2) 이라는 제목으로 일제히 보도됐다.
방송3사는 이 소식을 모두 8월 1일 단신으로 전했다. 보도 내용은 해수부가 미군55보급창 이전 대체부지로 신선대 부두를 결정했으며, 이는 부산시가 미군55보급창 부지를 2030부산월드엑스포 개최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국방부에 이전을 요구, 해수부가 대체 부지를 검토한 결과라는 것이었다.
국제신문과 부산일보는 해당 소식을 8월 2일자 신문 1면에 배치했다. 관심은 2030부산월드엑스포에 맞춰졌다. 두 신문 모두 나란히 중간제목에서 엑스포 유치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55보급창 이전에 따른 여론의 관심을 2030부산월드엑스포로 집중시켰다. 이어 국제신문은 미군과의 협상을, 부산일보는 여기에 더해 주민의 반발을 다음 극복 과제로 지목했다.
55보급창을 반환하는 게 아니라 부산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라면, 어디로 이전할 것인지와 관련한 주민 논의 단계가 필요하다. 55보급창 이전 부지로는 부산 신항과 신선대 부두가 지목돼 왔다. 그러던 차에 해수부 장관은 "신선대 부두로 입장이 정리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놓았다. 지역언론은 신선대 부두로 결정한 이유, 추후 절차에 대해 추가로 묻기 보다는 북항재개발 호재, 2030부산월드엑스포 추진 기폭제라 띄우기에 나섰다.
해당 소식과 관련한 추후 보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55보급창 토양 오염 정화에 주목한 부산MBC
그런 가운데 부산MBC의 보도가 눈에 띄었다. 부산MBC는 앞서 5월 24일 뉴스데스크 첫 소식으로 <부산 미군 55보급창도 기름·중금속 '범벅'>을 전했다. 55보급창 토양오염 조사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해 살펴본 내용이었다. 5월의 단독 보도를 디딤돌 삼아, 이번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55보급창 이전에 대한 논의가 나오자 토양오염에 대한 조사, 정화 계획뿐 아니라 정화비 분담 및 토양오염 문제 해결 주체를 주요 사회 의제로 설정했다.
신선대 부두로의 이전을
지역이기주의 갈등프레임으로 보도한 지역신문
부산일보는 9일 자 3면에 <55보급창 신선대 이전 놓고 둘로 갈린 남구..."대승적 협력 나서야">를 실었다. 해당 기사는 '남구에서는 다소 특이한 기류'가 감지된다며 부산 남구를 지역구로 둔 박재호, 박수영 의원의 행보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라는 익명의 취재원을 근거 삼아 박재호 의원의 반대 기자회견을 "박 의원이 이처럼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데 대해 2년도 채 남지 않은 차기 총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당 기사는 55보급창 신선대 부두 이전과 관련한 주민 인터뷰를 찬성, 반대로 나눠 각각 하나씩 배치했다. 기자가 취사선택한 찬반의 근거는 55보급창이 이전하면 개발 제한, 세수 확보에 도움 안 됨, 상권에 도움이 될 것과 같은 경제적 관점에 국한돼 있었다.
국제신문 <동구 55보급창 남구 신선대 이전 정치력 시험대 선 박재호·안병길>(8/10, 5면)은 미군 55보급창 이전에 적극적인 안병길(서동) 의원과 신선대부두로의 이전을 반대하는 박재호(남을) 의원 간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이번 논의가 다음 총선을 앞둔 두 의원의 정치력을 입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산시민의 숙원이었던 55보급창 문제가 2030부산월드엑스포를 계기로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55보급창 이전 논의가 지역이기주의 틀 내에서 지역 국회의원의 정치력 시험대쯤으로, 지역민의 반발 여론을 어떤 인센티브로 조정할 것인가로 수렴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55보급창은 고엽제 반입 의혹을 비롯한 다이옥신 및 중금속 오염 의혹으로 시민사회는 지속해서 이 지역의 토양오염 조사를 촉구해 왔다. 또 2010년 반환돼 부산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부산시민공원 역시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토양오염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55보급창 이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지금, 부산시민은 시민공원 토양오염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짚어야 할 것은 없는지 세균무기 실험 논란이 있었던 8부두 근처로 이전해도 문제가 없는 것인지 등에 대한 공론장을 기대한다. 지역이기주의 프레임으로 지역민 간 갈등, 정치인의 정치력 시험대만으로 55보급창 이전 논의를 축소하지 않길 바란다.
2019년 5월, '미군 55보급창' 부지를 반환받기 위한 범시민운동본부가 결성됐다. 진보·보수를 망라한 부산지역 60여 개 단체와 동구 주민이 55보급창 반환에 한목소리를 냈다. 시민의 바람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도 이어졌는데, 이재명·윤석열 당시 후보는 미군 55보급창과 8부두 이전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부산 서·동구)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부산 북항 55보급창 부지를 이전해야 되죠, 그렇죠? 해수부에서 그런 절차 진행을 지금 어느 정도까지 진행하고 있죠?"라고 질문했다. 이 질문에 조 장관은 "신선대 쪽에 투기장 부근에 대체 부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입장이 정리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해당 질문과 대답은 <"미군, 55보급창 이전 대체부지 신선대 부두">(KBS부산, 8/1), <미군 55보급창 대체부지 신선대 부두로 결>정(부산MBC, 8/1), <미 55보급창, 신선대 부두 이전 결정>(KNN, 8/1), <55보급창, 신선대부두로 이전 결정>(국제신문, 8/2), <55보급창 이전 부지, 신선대로 결정>(부산일보, 8/2) 이라는 제목으로 일제히 보도됐다.
▲ 미군55보급창 이전 소식을 전한 방송3사 보도(KBS부산, 부산MBC, KNN 순) ⓒ KBS부산, 부산MBC, KNN
▲ 미군55보급창 이전 소식을 전한 국제신문(좌), 부산일보(우) 기사 ⓒ 국제신문, 부산일보
방송3사는 이 소식을 모두 8월 1일 단신으로 전했다. 보도 내용은 해수부가 미군55보급창 이전 대체부지로 신선대 부두를 결정했으며, 이는 부산시가 미군55보급창 부지를 2030부산월드엑스포 개최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국방부에 이전을 요구, 해수부가 대체 부지를 검토한 결과라는 것이었다.
국제신문과 부산일보는 해당 소식을 8월 2일자 신문 1면에 배치했다. 관심은 2030부산월드엑스포에 맞춰졌다. 두 신문 모두 나란히 중간제목에서 엑스포 유치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55보급창 이전에 따른 여론의 관심을 2030부산월드엑스포로 집중시켰다. 이어 국제신문은 미군과의 협상을, 부산일보는 여기에 더해 주민의 반발을 다음 극복 과제로 지목했다.
55보급창을 반환하는 게 아니라 부산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라면, 어디로 이전할 것인지와 관련한 주민 논의 단계가 필요하다. 55보급창 이전 부지로는 부산 신항과 신선대 부두가 지목돼 왔다. 그러던 차에 해수부 장관은 "신선대 부두로 입장이 정리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놓았다. 지역언론은 신선대 부두로 결정한 이유, 추후 절차에 대해 추가로 묻기 보다는 북항재개발 호재, 2030부산월드엑스포 추진 기폭제라 띄우기에 나섰다.
해당 소식과 관련한 추후 보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부산 지역언론 55보급창 이전 관련 첫 기사 이후 추후 보도 목록(8/2~8/9)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55보급창 토양 오염 정화에 주목한 부산MBC
그런 가운데 부산MBC의 보도가 눈에 띄었다. 부산MBC는 앞서 5월 24일 뉴스데스크 첫 소식으로 <부산 미군 55보급창도 기름·중금속 '범벅'>을 전했다. 55보급창 토양오염 조사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해 살펴본 내용이었다. 5월의 단독 보도를 디딤돌 삼아, 이번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55보급창 이전에 대한 논의가 나오자 토양오염에 대한 조사, 정화 계획뿐 아니라 정화비 분담 및 토양오염 문제 해결 주체를 주요 사회 의제로 설정했다.
▲ 55보급창 이전과 관련해 토양오염 문제 짚은 부산MBC 보도 ⓒ 부산MBC
신선대 부두로의 이전을
지역이기주의 갈등프레임으로 보도한 지역신문
부산일보는 9일 자 3면에 <55보급창 신선대 이전 놓고 둘로 갈린 남구..."대승적 협력 나서야">를 실었다. 해당 기사는 '남구에서는 다소 특이한 기류'가 감지된다며 부산 남구를 지역구로 둔 박재호, 박수영 의원의 행보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라는 익명의 취재원을 근거 삼아 박재호 의원의 반대 기자회견을 "박 의원이 이처럼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데 대해 2년도 채 남지 않은 차기 총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당 기사는 55보급창 신선대 부두 이전과 관련한 주민 인터뷰를 찬성, 반대로 나눠 각각 하나씩 배치했다. 기자가 취사선택한 찬반의 근거는 55보급창이 이전하면 개발 제한, 세수 확보에 도움 안 됨, 상권에 도움이 될 것과 같은 경제적 관점에 국한돼 있었다.
▲ 미군55보급창 갈등프레임으로 보도한 기사, 부산일보(좌), 국제신문(우) 기사 ⓒ 국제신문, 부산일보
국제신문 <동구 55보급창 남구 신선대 이전 정치력 시험대 선 박재호·안병길>(8/10, 5면)은 미군 55보급창 이전에 적극적인 안병길(서동) 의원과 신선대부두로의 이전을 반대하는 박재호(남을) 의원 간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이번 논의가 다음 총선을 앞둔 두 의원의 정치력을 입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산시민의 숙원이었던 55보급창 문제가 2030부산월드엑스포를 계기로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55보급창 이전 논의가 지역이기주의 틀 내에서 지역 국회의원의 정치력 시험대쯤으로, 지역민의 반발 여론을 어떤 인센티브로 조정할 것인가로 수렴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55보급창은 고엽제 반입 의혹을 비롯한 다이옥신 및 중금속 오염 의혹으로 시민사회는 지속해서 이 지역의 토양오염 조사를 촉구해 왔다. 또 2010년 반환돼 부산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부산시민공원 역시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토양오염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55보급창 이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지금, 부산시민은 시민공원 토양오염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짚어야 할 것은 없는지 세균무기 실험 논란이 있었던 8부두 근처로 이전해도 문제가 없는 것인지 등에 대한 공론장을 기대한다. 지역이기주의 프레임으로 지역민 간 갈등, 정치인의 정치력 시험대만으로 55보급창 이전 논의를 축소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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