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하고 교황 사진 찢은 가수, 그가 전한 메시지
[JIMFF 리뷰] 다큐멘터리 <낫띵 컴페얼즈>
▲ 영화 <낫띵 컴페얼즈>의 한 장면.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하나의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유지되는 한, 모든 국가의 1등과 2등 시민이 구분되는 한, 한 사람의 피부색과 눈 색깔이 그 사람의 개성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계속되는 한, 난 전쟁을 할 것이다.'
절규인 듯 노래인 듯 한 어절씩 내뱉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아일랜드 출신 시네이드 오코너의 삶이 반영된 듯 그 진심이 강렬하게 전해진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낫띵 컴페얼즈>는 국내 대중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가수의 인생을 다룬다.
결국 이 일로 그는 고국에서 뿐만 아니라 대중의 적이 된다. 머리를 민 외형과 스무살 나이에 임신했다는 이유 등으로 늘 가십이 되곤 했던 그는 신성 모독, 국가 모독까지 덧대어 비난받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영화는 이런 오코너의 선택을 가감 없이 자료 화면과 주변 사람들의 육성 인터뷰로 보여준다. 단순히 정신적으로 불안한 스타 가수의 일탈 정도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이었던 1970년대 아일랜드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학대와 성폭력을 은폐하는 과정을 직접 목도하며 자랐다. 어릴 적 거룩한 종교의 힘에 위안을 얻은 때도 많았지만, 소녀의 마음은 피폐해져갔고 그의 엄마 또한 학대하기 일쑤였다.
▲ 영화 <낫띵 컴페얼즈>의 한 장면.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노래만이 그의 치료제였다. 다큐멘터리는 평소엔 매우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타던 오코너가 무대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인 사실을 전하며 단순히 스타가 아닌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숙명이 그에게 있었음을 암시한다.
다큐멘터리로서 100분의 런닝타임은 긴 편이다. 하지만 <낫띵 컴페얼즈>는 감각적인 화면과 강렬한 이미지를 교차시키며 시각적 즐거움을 배가한다. 마치 박자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오코너의 음악과 거기에 걸맞는 화면을 펼쳐놓는다.
"팝스타가 아니라 세상의 비명이 되고 싶었다". 시네이드 오코너의 평소 지론이자, 철학이었다. 실력 이전에 외모로 평가받는 잣대가 싫어 스스로 머리를 밀었고, 동료 힙합 뮤지션이 공식적인 시상식 무대에 오르지 못하자 머리에 그 뮤지션의 문양을 넣어 연대의 목소리를 낸다. 음악은 그에게 단지 생계 수단이나 자아 실현의 도구가 아닌 세상에 충격을 주는 수단이자 삶의 목표였음이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해당 작품을 연출한 캐서린 퍼거슨 감독은 2018년 <테이크 더 워터스>라는 다큐로 2018년 셰필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초청받은 바 있다. <낫띵 컴페얼즈>는 그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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