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우영우에 해수부까지 들썩... 지금 필요한 건 '냉정한 준비'

[주장] 고래와 돌고래가 수족관에 사는 건 옳지 않지만... 준비 안 된 야생방류가 정답은 아냐

등록|2022.08.18 13:41 수정|2022.08.18 13:41
2022년 돌고래 비봉이의 자연 방류가 결정됐다. 2013년 제돌이를 비롯해 9년간 총 5마리가 제주로 방류됐다. 이들이 각각 수족관에서 살던 시기는 약 3년에서 4년 정도다. 이제 수족관에 남은 남방큰돌고래는 비봉이뿐이다.

필자는 고래나 돌고래 같은 지능이 뛰어나고 자의식이 있으며, 감정이 풍부하고 사회적 무리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특별한 동물이 좁은 수족관에서 사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확신하고 있음을 전제로 말하고 싶다. 그러나 현재 갇혀 있는 고래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상당히 모순이지만) 영리한 동물인만큼 가둬서도 안 되지만, 그만큼 자연방류로 인해 개체의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가 없다. 즉 위험요소가 많다는 의미다.

사라진 금등과 대포

서울대공원이 돌고래를 수조를 없애는 돌핀 프리 선언을 한 이후부터 이 문제를 복기해 보기로 한다. 2017년 당시 서울대공원의 금등, 대포는 당시 수족관 생활을 각각 15년, 18년 한 상태였다. 오랜 수족관 생활로 야생방류가 가능할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방류됐고 이후 금등과 대포는 찾지 못했다. 모니터링에 실패한 것이고 전문가들은 이들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적다고 말한다.

이를 두고 당시 "하루를 살아도 고향에서 사는 게 낫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말은 다시 평가해야 한다. 그들에게 고향은 무엇인가. 고향으로의 귀환이라는 말로 위로하기 보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이리저리 떠돌아야 했던 금등과 대포의 공포와 두려움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제 비봉이의 방류는 보다 과학적이고 보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결론내야 한다.

금등 대포의 방류 후 마지막으로 남은 큰돌고래 태지가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동료가 모두 사라진 상태에서 정신적 불안과 고립감을 느끼는 듯했다. 서울대공원은 다른 수족관에서 태지를 받아줄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 그러나 받는다는 곳이 없었다. 그 이유를 이후 여러 수족관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는데, 이유는 바로 "돌고래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중의 질타를 받는데 또 한 마리를 받으라고 하니 곤란하다"는 것이다. 결국 태지를 받는다는 곳은 퍼시픽랜드(현 퍼시픽리솜) 밖에 없었다.
 

▲ 퍼시픽랜드로 간 태지, 일본에서 태어났으나 원산지를 정확히 모르고 일본 해역으로 보내는 방류가 어려워 야생으로 가지 못했다. ⓒ 서울대공원 제공


2018년 서울대공원은 해외 전문가(해양포유류 학자 나오미 로즈 박사, 해양동물 수의사 닥터 파올로)를 초대해 태지의 앞날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해외 전문가들 모두 태지는 야생방류가 어렵다고 했다.

방류 논란은 2019년 수족관의 벨루가 죽음 이후 다시 반복됐다. 벨루가는 원산지가 러시아와 북극해 주변이니 기후 조건(기온 및 수온)이 더더욱 우리나라와 달라 방류는 더욱 요원한 일이다. 여기에서 더욱 명확하게 용어의 정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방류(release)란 기본적으로 그 동물의 원래 서식지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정의내려야 한다. 보호소(sanctuary)로 보내는 것을 복귀(rehabilitation), 다른 수족관으로 보내는 것은 '반출'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국 내에서 이 모든 용어가 혼용돼 사용되고 있다. "불쌍한 고래가 수족관에 살기보다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라는 희망사항을 "방류한다"는 말로 모호하게 표현해서는 안 된다.

8월 11일 해양수산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관심이 높아진 상괭이, 돌고래 등 해양동물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 수족관에서 사육·전시 중인 남방큰돌고래(비봉이), 흰고래(벨루가)의 해양 방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수부가 '최근 관심이 높아졌다'고 언급한 것은, 화제가 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해양 방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엄격한 용어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 한국 수족관의 벨루가 방류는 생각보다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있다. ⓒ 전채은


이제 그들이 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지금 현재 한국 수족관에 살고 있는 벨루가는 야생에서 잡혀 중간 상인에 의해 거래돼 한국으로 들어왔다. 야생에서 포획하는 사람들이 명확히 어디에서 포획했는지 기록을 남겨두지 않으니 개체 추적이 사실상 어렵고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한 원산지를 알지 못한다.

한국 수족관에서 살고 있는 벨루가의 원서식지는 야생벨루가의 유전자가 모두 확보되고 그중에 한국 벨루가와 가장 가계적 혈통이 먼 무리가 사는 곳에 방류해야 한다(유전적 다양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는 현재 야생벨루가의 유전자 가계도에 대해서조차 아는 바가 없다. 태지를 방류하지 못한 이유와 같다. 우리는 태지의 원산지를 정확하게 모른다.

세계적인 해양포유류 전문가 닥터 나오미 로즈(Naomi Rose)와 로리 마리노(Lori Marino) 교수, 찰스 비닉(Charles Vinick)이 함께 계획한 고래 보호구역 프로젝트(WSP)는 여러 차례의 웨비나를 통해 고래류의 야생방류의 경험과 생츄어리 건립에 관한 오랜 지식을 공유해왔다. 영화 <프리윌리>로 유명한 범고래 케이코는 1996년 고향인 아이슬란드로 이송되어 물리적 환경은 보다 풍부해졌지만, 동료와 어울리지 못하고 무리에 합류하지 못한 채 노르웨이로 떠돌다 사망했다.

WSP는 여러 과학적 연구와 경험을 통해 생츄어리가 답이라고 말한다. WSP가 건립하고자 하는 생츄어리는 고래의 야생방류를 준비하는 기관이 아니다. 야생벨루가에게 생츄어리 건립 예정지인 캐나다는 고향이 아니며, 이들은 최대한 자연환경과 가까운 곳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 캐나다에 조성 예정인 생츄어리는 벨루가들의 야생방류지이거나 훈련지가 아니다. 벨루가가 야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 수 있도록 배려한 곳이다. ⓒ Whale Sanctuary Project


특히 닥터 로즈는 비봉이에 대해서 방류는 매우 신중해야 하며, 혹시라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재포획(recapture)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을 주었다.

무엇보다 남방큰돌고래의 유전적 가계도가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모른다. 비봉이는 어떤 무리에 합류하는 것이 유전적 다양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야생 생태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유전자 분석과 재포획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현재 수족관에 남은 고래들은 반드시 과학적 분석에 따라 향후 거처를 결정해야 하며, 수족관을 해양동물의 연구기관으로 만들어 우리 해양생태계의 보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은 고래와 돌고래들을 위해
 

▲ 아직도 쇼를 하고 있는 거제씨월드. 퍼시픽리솜이 문을 닫으며 태지와 아랑이는 일본산 큰돌고래로 갈 곳이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이 사이 거제씨월드로 보내졌다. 태지와 아랑이의 건강이 가장 걱정인 상황 ⓒ 전채은


북대서양참고래(North Atlantic right whales)는 현재 북대서양 일대에 4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 종이다. 이중 번식을 할 수 있는 암컷은 100마리 정도이다.

북대서양참고래의 게놈 프로젝트는 세인트 매리 대학교(Saint Mary's University)의 티모시 프레지어(Timothy Frasier) 박사, 캐나다 고래연구소의 모이라 브라운(Moira Brown) 박사 등에 의해 40년 이상 진행해왔고 미국의 뉴잉글랜드 수족관, 캐나다 해양수산국(Fisheries and Oceans Canada), 국립 해양학 및 대기학 연구소(National Oceanographic and Atmospheric)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통해 생각해 본다. 우리는 우리 해양생태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가? 우영우 변호사는 말한다. "우리 인간이 바다에 대해 아는 것보다 달 표면에 대해 아는 지식이 훨씬 많다"고. 남은 고래와 돌고래들을 위해 우리는 더욱 냉정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 미국의 뉴잉글랜드 수족관은 고래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북대서양참고래의 보전을 위해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수족관 방문시 두 시간가량 배를 타고 멀리서 관찰한 고래. ⓒ 전채은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