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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쩍새, 올해도 풍년을 부탁해

등록|2022.08.17 10:30 수정|2022.08.17 10:30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는 올 여름 계곡은 정말 깨끗하고 멋지다. 시원스레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수량이 풍부해 아이들은 그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다이빙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신나는 놀이터로 변신했다.

그렇게 재밌게 아이들과 계곡에서 만날 생각으로 숲에 도착했다. 근데 차를 주차하려는 순간 오래된 밤나무 줄기에 앉아있는 익숙한 듯 낯선 새의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 소쩍새유조 ⓒ 용인시민신문


6월 어느 때부터 걷다 보면 어린 새들과 자주 마주친다. 털은 조금 덜 자란 듯하고 덩치도 작고, 걷고 뛰는 모습들, 먹이를 찾는 모습들, 주변을 살피는 모습들도 아직 미숙하다. 이 새도 어린 새다. 부엉이일까? 올빼미일까? 부엉이와 올빼미의 차이점은 그래 '귀깃'이지.

부엉이는 눈썹으로부터 자라난 깃이 쭉 올라와 V자를 그려 마치 귀처럼 보이지만, 올빼미는 없으니깐 일단 부엉이네. '와 내가 부엉이유조를 만났네.' 가까이 가면 날아가 버릴까 봐 멀리에서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가만히 새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눈동자는 까맣고 눈자위가 노란색이다. 깃털은 아직 한없이 부드러워 보였다. 눈은 동그랗고 한쪽 눈씩 번갈아가며 윙크를 해댄다. 마치 인형 같았다. 수업하러 온 아이들에게 이 신기한 광경을 보여주고 엄마들에게도 또 보여주었다.

한참을 정말 한참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새의 모습을 관찰했다. 그날 수업을 시작하려 준비물을 챙기러 간 잠깐 사이 새는 정말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사려져버렸다. 아마 주위 여러 개의 딱따구리 둥지 중 하나가 자기 집이었으리라.

집에 돌아와 도감을 찾았다. 올빼미는 아니니까 부엉이일 거야. 부엉이 유조부터 찾아보았다. 조금 다르게 생겼는데. 그럼 누구야? 부엉이는 덩치가 크다는데, 그 녀석은 덩치가 작았는데. 올빼미과에 부엉이 올빼미 말고 또 누가 있지? 소쩍새다. 오늘 내가 본 녀석은 부엉이가 아닌 소쩍새였다.

소쩍새는 올빼미과 조류 중에서 가장 작은 새로 몸은 회갈색 바탕에 갈색, 흑색, 회색 등의 복잡한 무늬가 있고, 오래된 나무의 구멍에서 번식한다. 6~7월경 한 배에 4~5개의 알을 낳고 암컷이 알을 품으며 품는 기간은 24~25일 정도이다. 여름에는 보기 드물지만 겨울에는 남하하는 새들이 합류해 훨씬 흔해진다. 해질녁부터 새벽까지 활동하며 먹이는 곤충이 주식이다. 가끔 거미도 잡아 먹는다.

'소쩍 소쩍' 또는 '소쩍다 소쩍다'라는 울음소리를 내는데, 이 울음소리에는 아주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에 며느리를 아주 미워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밥을 주지 않으려고 아주 작은 솥에다 밥을 짓게 했다.

결국 며느리는 굶어 죽게 되어 한 마리 새로 태어나 '솥이 적다 솥이 적다 소쩍 소쩍' 하고 울었단다. 민간에서는 소쩍새의 울음소리로 그해 풍년과 흉년을 점치기도 했다. 소쩍새가 '소쩍 소쩍' 하고 울면 그해 흉년이 들고 '솟쩍다 솟쩍다' 라고 울면 '솥이 적으니 큰 솥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풍년을 미리 알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소쩍새를 천연기념물 제234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이다.

오래 전 교과서 속 그 새를 직접 만난 참 운 좋은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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