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3명 희생 K-9 자주포 사고... 끝내 미결사건이 되다
[살아있는 역사교과서 대전현충원 61] 2015년 ADD 안흥시험장에서도 화포 화재 발생
▲ K-9 자주포의 사격훈련 모습. 사진은 본문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 대한민국육군
우리나라 포병 전력의 주력 장비이자 대한민국 방산업계의 든든한 효자 상품으로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 주력 자주포로 운용하고 있는 K-9자주포.
하지만 K-9이 이러한 영예를 얻기 전까지는 여러 사고를 겪은 아픔이 있었다. 무더위가 채 가시기 전인 2017년 8월 21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 육군 모 부대 사격장에서 일어난 K-9 자주포 사고로 이태균(26) 상사, 정수연(22) 상병이 그 자리에서 숨졌으며 위동민(20) 병장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25일 만에 숨을 거뒀다. 이 사고로 정복영 중사, 김대환 하사, 이찬호 병장, 마진현 병장이 중화상을 입었다.
사고는 포구초속 측정사격을 실시하던 중 발생했다. 포구초속은 포탄이 포구를 떠나는 순간 속도를 말한다. 포구초속 측정사격은 포탄 사격 간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 K-9자주포 사고로 순직한 병사들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 우희철
당시 육군 측 설명에 따르면 K-9 자주포 포신 뒷부분에는 폐쇄기가 있는데, 이 폐쇄기가 밀폐돼야 포탄이 발사될 때 장병들이 탑승해 있는 자주포 내부로 화염과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난 자주포의 폐쇄기에서 연기가 나왔다는 것은 폐쇄기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상태에서 포탄을 발사하기 위한 장약이 연소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추정이다.
장약은 포를 발사할 때 탄을 앞으로 밀어내는 화약이다. K-9 자주포의 탄은 '6호 장약' 사용시 최대 사거리인 약 40㎞까지 나간다. 이 훈련에선 35㎞의 사거리를 낼 수 있는 '5호 장약'이 사용됐다. 해당 사고 자주포에선 화포 내 장약 3발이 흔적도 없이 연소됐다.
훈련은 훈련장이 좁아 K-9 자주포를 실제 사거리만큼 쏘지는 않고 1.2㎞ 떨어진 표적을 향해 조준 사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고가 난 K-9 자주포는 2012년 실전배치된 비교적 최신 장비로 약 120발의 사격 기록과 2300여㎞ 주행 기록을 갖고 있다.
K-자주포 사고로 순직한 고(故) 이태균 상사는 고교 졸업 후 입대, 군 생활을 하던 2011년 현역 부사관에 지원해 2012년 5월 하사로 임관, 직업군인의 길을 걸었다.
사고 소식을 들은 국민배우 이영애는 육군부사관학교 발전기금을 통해 순직 또는 부상한 장병들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 5000만원을 기탁했고, 이 상사가 남기고 간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학비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웃도어웨어 전문기업 블랙야크 강태선 대표도 아들에게 대학 졸업할 때까지 학비전액을 지원하겠다는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사망자 3명은 국가유공자로 모두 순직 처리됐으며, 1계급 특진으로 추서됐다.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전신화상을 입은 이찬호 예비역 병장은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2017년 12월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는 K-9 자주포 부품의 비정상적 움직임을 사고 원인으로 발표했다. 이에 K-9 자주포 개발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와 제조사인 한화 측은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 자신들의 참여가 배제되었다며 조사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사건의 진상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 자주포 사고로 순직한 군인의 묘소 안내판이 장병4묘역에 설치되어 있다. ⓒ 우희철
K-9자주포 폭발 사고는 지난 2015년에도 있었다. 그해 8월 12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K-9용 시험포를 이용한 제퇴기의 품질적합성검사를 위한 시험발사 중 화포 내부에서 불이 나 일부 시험 요원이 다쳤다.
당시 시험은 군이 운용하는 조건보다 가혹한 환경에서 시험대상물인 제퇴기의 강도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특별 제작된 20% 이상 압력이 높은 장약을 사용하던 중 일어났다. 연속적이고 가혹한 사격 조건이 사고를 유발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신 있게 내놓은 제1호 국산 명품 무기 K-9도 이러한 흑역사 속에서 개량을 거듭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민미디어마당사회적협동조합 누리집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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