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강태오 "'섭섭한데요' 연기, 너무 어려웠다"
[인터뷰]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배우 강태오
▲ ⓒ 맨오브크리에이션
2022년 하반기를 휩쓴 최고의 화제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아래 <우영우>)가 18일 최고 시청률을 또다시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리며 시청률과 호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비록 아쉬운 대목들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환기하고 본격적인 논의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극 중에서 강태오는 로펌 한바다의 송무팀 직원 이준호로 분해, 우영우와 애틋한 사랑을 일궈나가는 모습을 세심하게 연기하며 화제를 모았다. 마지막회에서 이준호는 우영우에 대한 마음을 "고양이를 향한 짝사랑 같다"라고 표현했는데, 방송을 앞둔 인터뷰에서 강태오는 이에 대해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의 마음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강아지의 사랑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가 아는 지식으로 말해보자면, 강아지는 비교적 훈련이 되는 동물이고 고양이는 쉽지 않다고 하더라. 그래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방법이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예를 들어 강아지가 위험한 곳을 가려고 했을 때는 '가지마'라고 붙잡고 훈련을 시키는 방식이라면, 고양이는 영역동물이지 않나. 그래서 고양이가 가려고 하는 주변에 위험한 것들을 치워주는 방식인 거다. 내가 길잡이가 되기 보다는 고양이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돌봐주는 느낌이 영우와 준호의 관계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미묘한 감정의 세기, 조절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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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자폐인과 비장애인의 멜로를 풋풋하게 보여주는 한편 현실적인 고충까지 외면하지 않고 담아냈다. 이준호는 함께 있다가도 어느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버리는 자폐인 우영우에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점점 그 특성을 이해하고 함께 발맞춰 나갔다.
특히 '이준호씨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직접 만져보면 알 것 같다'는 말에 '같이 있을 때는 심장이 빨리 뛰지 않냐'며 "섭섭한데요"라고 대꾸하는 이준호의 대사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정작 강태오는 해당 장면을 연기하면서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미묘한 감정의 세기가 중요해서 너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어려움을 정말 많이 느꼈다. 미묘한 감정의 세기 차이로 튀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고, 살짝만 표현하려 했는데도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나. '섭섭한데요' 장면도 사실 여러 번 촬영하면서 테이크마다 다른 버전으로 했었고 다 다르게 표현되더라. 너무 다가가면 무서워보일까봐 걱정도 했고 그 조절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또 (이준호는) 액션보다 리액션이 많은 친구이기 때문에 감정을 내적으로 표현해야 했다. 찰나의 순간에 여러 개의 감정을 표현해야하는 순간도 많았다. (우)영우가 걱정되는데 질투도 나고 그 와중에 영우가 귀엽기도 하고(웃음). 그런 걸 감독님이 많이 요구했다. 현장에서 여러 번 찍고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맞춰나갔던 것 같다."
감정에 서툰 우영우에게 조심스럽지만 설레게 다가가는 이준호를 두고 팬들은 여우같다는 의미로 '폭스(fox)'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이에 강태오는 "왜 '폭스'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이준호가 여우짓을 했다는 건데, 사실 (이)준호는 전혀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 것이다. 준호로선 진심을 다한 것이고 그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것뿐인데"라고 웃으며 항변했다. 이어 그는 평소 시청자 반응을 잘 찾아보지 못한다고도 고백했다.
"그래서 댓글이나 반응을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요즘은 사전제작 드라마도 많지만 (방송과) 맞물려서 촬영할 때도 많지 않나. 저희도 마지막엔 살짝 맞물렸었다. 만약 '섭섭한데요'에 대한 반응을 일찍 접한 채로 계속 촬영을 했다면, 내가 (반응을) 의식했을 것 같다. 그 이후에도 '서운하다'라는 대사가 여러 번 나오는데, 뭔가 더 힘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그래서 댓글같은 걸 찾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또다른 이유는, 제가 의외로 쿨하지 못하다는 거다. 좋지 않은 댓글을 보면 내가 상처를 받더라. 마음이 아프고, 쿨하게 받아들이지 못해서 댓글을 최대한 보지 않으려 한다. 좋은 댓글이 아무리 많아도 한 번 상처받으면 (상처가) 잘 안 없어지더라."
그러면서도 강태오는 스스로에게도 당근보다는 채찍을 더 많이 주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우영우>를 통해 갑작스럽게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지금도 스스로 "이거 봐, 이번 작품으로 널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졌어. 이제 너 똑바로 해야 돼. 더 잘해야 돼"라고 다그치는 식이란다. 이번 작품으로 연기 호평도 많이 얻었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연기가 아쉽기만 하다고. 강태오는 특히 마음에 남는 장면으로 4회 낙조마을 신을 꼽았다.
"특히 낙조 장면이 아쉽다. 너무 아름다운 신이지만 채찍질 하는 제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 해가 저무는 타이밍에 찍어야 했고, 추운 날이라 해도 빨리 졌다. 굉장히 급하게 찍었던 기억이 난다. '변호사님 같은 변호사가 제 편을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그 장면 바스트 신도 다시 보니까 (제 연기가)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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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영우>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유튜브 등 ott 플랫폼에서는 강태오의 과거 출연 작품들을 재조명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JTBC 드라마 <런온>이나 KBS 2TV <조선로코-녹두전> 등 <우영우> 속 이준호와 완전히 다른 연기를 펼친 강태오를 주목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강태오는 "저도 잊고 있던 연습생 시절 영상까지 봐 주시더라. 너무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를 마지막으로 입대를 앞둔 그는 "돌아와서 다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요즘에 많이 느낀다. 많은 분들이 챙겨봐주시고 옛날 영상도 올라오고 저도 잊고 있었던 연습생 때 영상도 봐 주시더라. 그런 걸 보면서 우와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아 내가 10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작품들을 많은 분들이 찾아보고 알아봐주시는구나. 제 10년의 시간이 뼈와 살이 됐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감사해하고 있다. 이번을 기점으로 제대하고 나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흑역사'는 만들지 말아야지 생각했다(웃음). 행동을 조심해야지. '이불킥'할 만한 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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