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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취임 100일, 검찰 무서운 건 범죄자만이 아니다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법무부장관의 위험한 '압색' 정치

등록|2022.08.23 14:33 수정|2022.08.23 14:33

▲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STX그룹 회장 등이 포함된 8.15특별사면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5월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다.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범죄자뿐"이라는 한 장관의 취임 일성이 대서특필됐다. 검찰의 수사 및 기소가 '정의'의 편이요,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은 '범죄자'라는 단정적인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검찰주의자'로 유명한 윤석열 대통령의 평소 소신에 가까웠고, 검찰의 일반적인 시각이기도했다.

신속했다. 한 장관은 다음날(18일)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그 다음날(19일) 검찰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의 일환으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양대 사무실 등 6곳을 압수수색 했다. 이후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백 전 장관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다음은 한 장관 취임 이후 언론 보도로 확인되는 검찰의 굵직한 '압수수색' 일지다.
 
- 이재명 의원 '변호사비 대납 의혹' 고발 사건 관련 변호인 사무실 압수수색(7월 7일)
-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및 탈북 어민 송환 사건 관련 국정원 압수수색 (7월 13일)
- 블랙리스트 관련 과학기술부‧통일부 압수수색 (7월 27일)
- '민주당 대선 공약 개발' 의혹 관련 여성가족부 압수수색 (7월 28일)
- 이재명 의원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팀 수사 자료 유출 관련 쌍방울 그룹 본사 압수수색 (8월 2일)
- '추미애 법무부'(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박은정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 의혹 관련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및 서울중앙지검 기록관리과 압수수색 (8월 4일)
- 라임 및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관련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등 일부 증권사 압수수색(8월 5일)
-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 문재인 정부 수사‧정보 고위 관계자 자택 등압수수색 (8월 16일)
-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해양경찰청 압수수색 (8월 17일)
- '선거법 위반 혐의' 전 민주당 지역위원장 주거지 및 사무실 압수수색 (8월 18일)
- 탈북어민 강제 북송 및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사건 관련 세종시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8월 19일, 22일)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 장관도 오는 2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스타 장관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통령'이라 불리는 한 장관이야말로 그런 '스타 장관'의 적임자였다.

검찰총장 없이도, 민정수석실이 폐지됐어도 검찰은 잘 굴러간다. 한동훈 장관 덕택일까. 놀랍다. 압수수색 일지처럼 7월과 8월 검찰이 주력한 사건들의 면면을 보면 검사 시절 한 장관의 이력과 꽤나 닮아 있다. 바로 이전 정권 수사 말이다.

한동훈 장관의 압수수색 정치
 
왜 국정원을 개혁한 박지원을 잡냐고요. 물가를 잡으라고 그러세요. - 박지원 전 국정원장

압수수색 당일, 여러 방송 인터뷰 등에 나선 박 전 국정원은 "폰과 수첩 5개 가져갔다. (가족들이) 수사관들이 친절하게 잘했다고 하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여유를 보였다. 야당은 "검찰의 전형적 망신주기용 쇼"라며 반발했다.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앞세운 검찰의 전 정권 고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는 '압색 정치'라 명명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소위 '검수완박법' 시행이 오는 9월 10일로 다가왔다. 검찰의 권한과 기능이 축소되는 것에 반발해 한 장관은 이른바 '시행령 정치'로 맞서고 있다. 그에 앞서 압수수색에 속도를 낸 검찰의 잰걸음이 검수완박법 시행에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한다.

한 장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없앤 검찰과 언론과의 티타임을 부활시켰다. 언론들은 압수수색이 벌어지면 어김없이 대서특필했다. 이런 언론 보도를 통해 한 장관은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범죄자뿐"이란 메시지가 강조되는 효과를 아낌없이 누렸다. 검사 시절 한 장관은 언론 플레이의 달인으로 유명했다.

언론재단 <빅카인즈>에 따르면, 한 장관 취임 전날인 5월 17일부터 8월 22일까지 한동훈 장관 관련 기사는 7953건, 검찰 압수수색 관련 기사는 2742건이나 됐다. 참고로, 같은 기간 김건희 여사 관련 기사는 7733건이었다.

그 압수수색의 대상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 블랙리스트 및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을 포함한 이전 정부 고위직 대상 수사 ▲ 윤 대통령의 지난 대선 경쟁자였던 이재명 의원 대상 수사 ▲ 추미애 법무부 고위직 및 윤석열 감찰 당사자 수사 등 말이다. 여기에 사모펀드 사태를 포함하면 팔할이 지난 정권 수사로 요약된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 정부 당시 '적폐수사의 상징'이라 불렸다. 그 한 장관과 윤 대통령이 완성해가는 '검찰공화국'과 '시행령 정치'의 최전선인 '압색 정치'의 칼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작금의 검찰이 휘두르는 칼이 문재인 정부와 문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도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난 정부 당시 윤석열 검찰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문재인 청와대' 수사의 연장선상 아니겠는가.

아울러 6.1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관련 수사도 눈여겨 볼 만하다. 검수완박법 시행 이전 검찰의 마지막 선거 수사다. 앞서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인 51명을 포함해 총 8백여 명을 수사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여야 모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정권에서 검찰은 선택적 수사 및 선택적 기소란 비판을 받아왔다.

요원해 보이는 살권수

지난 18일 한 장관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을 임명 제청했다.  이원석 검찰총장 내정자는 이른바 '윤석열 사람'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내정자는 한동훈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또 특수통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함께 삼성 비자금 특별수사,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 등을 함께 했다. 2019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영전했을 당시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가까이서 보좌했다. 이 때문에 '살아있는 권력 수사', 이른바 '살권수'가 요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살권수야말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조국 전 장관 일가족 수사 이후 문재인 정부 청와대까지 겨냥한 검찰이 내세웠던 근거가 바로 검찰의 독립성이요, 그 증거가 바로 살권수였다.

예상 그대로, 이 내정자가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하리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않은 것 같다. 반면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현 정부 들어 공수처의 기능이 유명무실화 됐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한 장관의 생각은 다른 거 같다. 검찰의 전 정권 수사와 관련해 한 장관은 지난 6월 "중대한 범죄 수사를 보복이라고 한다면 상식적으로 국민들께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제는 일상이 된 한 장관의 '전 정권 탓' 또한 '전 정권 수사'의 대국민 선전용이자 나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사(修辭)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한 장관이 사실상 검찰을 지배하는 동안 100여 명에 달하는 검사들이 사표를 썼다고 한다. 신임 검찰총장이 식물 총장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살권수는커녕 '압색 정치'만 요란하다.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법무부 장관 직속 라인이 움직이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이 과연 범죄자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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