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한 에어컨 없다고 안 가시면 후회합니다
색다른 인상을 주는 곳, 베트남 호찌민 시 미술관
해외여행을 가면 빠지지 않고 들르는 장소가 있습니다. 미술관입니다. 미술은 한 사회와 문화, 그곳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감수성을 엿보기 좋은 장소기 때문입니다. 이해받고 싶어 발버둥치는 표현, 예술을 읽고 즐기는 맛은 덤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왕왕 미술관을 찾지만 해외 미술관은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기곤 합니다. 미술관이 매력적인 곳은 여행이 한껏 즐거워지고, 때로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이따금씩은 미술관을 가고 싶어서 나라나 도시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쯤이면 미술 애호가라고 해도 좋겠지요?
동남아시아 미술관은 정말이지 색다른 인상을 줍니다.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뒤떨어지고 문화적으로도 아쉬운 요소가 많은 동남아 여러 나라들에서 미술관은 사뭇 낯선 인상을 남기고는 합니다. 시끄럽고 어지러운 그들의 저잣거리 분위기가 무색하게도 미술관 안에 자리한 작품들에선 대단한 위용이며 멋이 뿜어져 나오고는 하거든요.
미술관에서야 비로소 만나는 세계가 있다
보통의 한국 여행객들은 태국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가 한국 못지않은, 실은 한국보다 훨씬 다채로운 미술적 역량이며 역사를 지닌 나라라는 걸 간과하곤 합니다. 프랑스나 네덜란드, 영국과 독일 같은 유럽 국가를 가는 관광객은 언제나 그들의 미술관 들르기를 빼놓지 않지만 동남아에서 미술관을 찾는 여행객은 매우 드문 게 현실이니까요.
미술관을 즐기는 마음가짐도 적잖이 다릅니다. 교과서를 통해서든 다른 교양서적을 통해서든 접한 작품이 여럿 있는 서구 미술관에선 저도 모르게 우러러보는 자세가 들고는 하지만 동남아 미술관에선 그 반대인 모습도 적지 않다고 할까요.
몇 년 전 들른 태국에서 미술관에 간 이야기를 하였다가 해외여행을 제법 했다는 어느 친구가 "동남아에도 볼 만한 미술이 있어?"라고 물어 아연했던 기억도 있었습니다.
최근 방문한 베트남 미술관에서도 어느 한국인 관광객이 동행인에게 "유명하지도 않은 미술관에 왜 오느냐"고 큰 소리로 닦달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참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찾는 이 많지 않은 동남아 미술관엔 대단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술은 제가 가진 특유의 가능성에 더해 다양한 문화와의 교류가 더해질 때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동서를 잇는 말라카 해협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덕에 일찍이 서양과도 자주 교역했고 프랑스의 식민지를 1세기 가까이나 지냈으니 다양한 문화를 겪어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호찌민을 대표하는 미술관
베트남 남부 '호찌민 시 미술관'은 이 도시를 대표하는 미술관입니다. 우리 돈으로 2000원이 되지 않는 3만동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3층으로 된 이 미술관의 유일한 단점은 덥다는 겁니다. 국보급 작품이 있는 일부 방에만 에어컨을 돌리고 있는 탓이죠. 하지만 양질의 작품이 많은 반면 관람객은 많지 않고 동선도 적절히 짜여 있어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조각과 회화, 입체적인 현대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근대부터 현대, 베트남 여러 박물관이며 미술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2차 인도차이나 전쟁 당시 전쟁 관련 미술이나 공산주의 아래 나온 선전미술, 쇄신이라 표현되는 도이모이 이후의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베트남의 역사적 변화가 미술에 미친 영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서구 미술을 베트남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베트남식 피카소, 베트남식 모네, 베트남식 르누아르, 베트남식 터너 등이 아류를 벗어난 변형이며 변주까지 나아간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중국과 프랑스, 일본과 미국 같은 당대 강대국의 침략을 거듭 겪어낸 나라답게 미술에서도 강렬한 저항의식이 읽힙니다. 그러나 미술이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나 한층 깊게 마련입니다.
전쟁에 나선 인간들, 전쟁으로 자식과 남편을 잃은 어머니와 여인들 안의 아름다움과 강함을 섬세한 시선으로 탐구합니다. 또 전쟁을 겪은 이들 안의 상처 역시 은근하면서도 정확하게 포착하지요. 베트남 미술을 보고 있자면 이들은 정면으로 그들의 역사를 껴안고 부딪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베트남 미술이 껴안은 역사, 한국은?
우리는 과연 그랬을까 돌아보면, 우리의 현대 미술가가 추구했던 미술의 면면을 돌아보면, 그들이 얼마나 우리의 현대사와 떨어져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리하여 한국인이 미술과 얼마만큼 멀어졌는지 살펴보면 절로 아연해지곤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베트남에선 어디서나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단 돈 2000원짜리 쌀국수를 파는 허름한 식당에서도, 카페며 술집에서도 서양의 유명한 미술이 아닌 제 나라 화가들의 작품을 걸어놓는 곳이 무척이나 흔합니다. 여행자의 질문에 그림의 사연을 열심히 들려주는 주인장을 만날 때도 적지 않지요.
어디서나 피카소며 호퍼며 마티즈와 고흐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 반면, 우리의 화가는 이름조차 얼마 알지 못하는 한국 미술의 현실을 떠올리면 왠지 씁쓸해지는 기분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호찌민 시 미술관을 찾아보세요. 호찌민의 여러 매력적인 명소만큼이나 이곳이 가진 매력이 적지 않습니다. 어느 유명한 사진가가 말하길 한 작품 앞에 2분을 머무르게 하는 작가며 미술관이 있다면 그건 성공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호찌민 시 미술관은 틀림없이 성공할 만한 곳입니다. 분명히요.
저는 한국에서도 왕왕 미술관을 찾지만 해외 미술관은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기곤 합니다. 미술관이 매력적인 곳은 여행이 한껏 즐거워지고, 때로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이따금씩은 미술관을 가고 싶어서 나라나 도시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쯤이면 미술 애호가라고 해도 좋겠지요?
▲ 호찌민 시 미술관전경 ⓒ 김성호
미술관에서야 비로소 만나는 세계가 있다
보통의 한국 여행객들은 태국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가 한국 못지않은, 실은 한국보다 훨씬 다채로운 미술적 역량이며 역사를 지닌 나라라는 걸 간과하곤 합니다. 프랑스나 네덜란드, 영국과 독일 같은 유럽 국가를 가는 관광객은 언제나 그들의 미술관 들르기를 빼놓지 않지만 동남아에서 미술관을 찾는 여행객은 매우 드문 게 현실이니까요.
미술관을 즐기는 마음가짐도 적잖이 다릅니다. 교과서를 통해서든 다른 교양서적을 통해서든 접한 작품이 여럿 있는 서구 미술관에선 저도 모르게 우러러보는 자세가 들고는 하지만 동남아 미술관에선 그 반대인 모습도 적지 않다고 할까요.
몇 년 전 들른 태국에서 미술관에 간 이야기를 하였다가 해외여행을 제법 했다는 어느 친구가 "동남아에도 볼 만한 미술이 있어?"라고 물어 아연했던 기억도 있었습니다.
최근 방문한 베트남 미술관에서도 어느 한국인 관광객이 동행인에게 "유명하지도 않은 미술관에 왜 오느냐"고 큰 소리로 닦달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참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찾는 이 많지 않은 동남아 미술관엔 대단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술은 제가 가진 특유의 가능성에 더해 다양한 문화와의 교류가 더해질 때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동서를 잇는 말라카 해협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덕에 일찍이 서양과도 자주 교역했고 프랑스의 식민지를 1세기 가까이나 지냈으니 다양한 문화를 겪어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 호찌민 시 미술관작품명, 저항군에 참여한 어머니 ⓒ 김성호
호찌민을 대표하는 미술관
베트남 남부 '호찌민 시 미술관'은 이 도시를 대표하는 미술관입니다. 우리 돈으로 2000원이 되지 않는 3만동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3층으로 된 이 미술관의 유일한 단점은 덥다는 겁니다. 국보급 작품이 있는 일부 방에만 에어컨을 돌리고 있는 탓이죠. 하지만 양질의 작품이 많은 반면 관람객은 많지 않고 동선도 적절히 짜여 있어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조각과 회화, 입체적인 현대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근대부터 현대, 베트남 여러 박물관이며 미술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2차 인도차이나 전쟁 당시 전쟁 관련 미술이나 공산주의 아래 나온 선전미술, 쇄신이라 표현되는 도이모이 이후의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베트남의 역사적 변화가 미술에 미친 영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서구 미술을 베트남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베트남식 피카소, 베트남식 모네, 베트남식 르누아르, 베트남식 터너 등이 아류를 벗어난 변형이며 변주까지 나아간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중국과 프랑스, 일본과 미국 같은 당대 강대국의 침략을 거듭 겪어낸 나라답게 미술에서도 강렬한 저항의식이 읽힙니다. 그러나 미술이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나 한층 깊게 마련입니다.
전쟁에 나선 인간들, 전쟁으로 자식과 남편을 잃은 어머니와 여인들 안의 아름다움과 강함을 섬세한 시선으로 탐구합니다. 또 전쟁을 겪은 이들 안의 상처 역시 은근하면서도 정확하게 포착하지요. 베트남 미술을 보고 있자면 이들은 정면으로 그들의 역사를 껴안고 부딪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 호찌민 시 미술관응우옌 쌍 자화상 ⓒ 김성호
베트남 미술이 껴안은 역사, 한국은?
우리는 과연 그랬을까 돌아보면, 우리의 현대 미술가가 추구했던 미술의 면면을 돌아보면, 그들이 얼마나 우리의 현대사와 떨어져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리하여 한국인이 미술과 얼마만큼 멀어졌는지 살펴보면 절로 아연해지곤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베트남에선 어디서나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단 돈 2000원짜리 쌀국수를 파는 허름한 식당에서도, 카페며 술집에서도 서양의 유명한 미술이 아닌 제 나라 화가들의 작품을 걸어놓는 곳이 무척이나 흔합니다. 여행자의 질문에 그림의 사연을 열심히 들려주는 주인장을 만날 때도 적지 않지요.
어디서나 피카소며 호퍼며 마티즈와 고흐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 반면, 우리의 화가는 이름조차 얼마 알지 못하는 한국 미술의 현실을 떠올리면 왠지 씁쓸해지는 기분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호찌민 시 미술관을 찾아보세요. 호찌민의 여러 매력적인 명소만큼이나 이곳이 가진 매력이 적지 않습니다. 어느 유명한 사진가가 말하길 한 작품 앞에 2분을 머무르게 하는 작가며 미술관이 있다면 그건 성공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호찌민 시 미술관은 틀림없이 성공할 만한 곳입니다. 분명히요.
▲ 호찌민 시 미술관작품명 Mimosa ⓒ 김성호
덧붙이는 글
김성호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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