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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평화의소녀상 철거하라" 법적처리 경고

22일 평화의소녀상 추진위원장에 공문 발송... 민주동문회장 "학교, 옹졸한 처사"

등록|2022.08.23 14:03 수정|2022.08.23 14:03

▲ 충남대학교 대덕캠퍼스 서문 인근 잔디광장에 건립된 '충남대학교 평화의 소녀상'. 학교 측은 소녀상 설치 추진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오는 9월 22일까지 철거하라고 요청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충남대학교가 교내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학교의 승인 없이 설치된 '불법시설물'이라며 철거를 요구했다.
(관련기사: [단독] 충남대에 평화의 소녀상 세웠다... 국립대 최초 http://omn.kr/209ui)

'충남대학교평화의소녀상추진위원회(이하 소추위)'에 따르면, 충남대는 지난 22일 총장 명의로 소추위원장에게 '국유재산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원상복구 요청' 공문을 보냈다.

충남대는 이 공문에서 "귀 기관에서는 2022년 8월 15일 본교의 승인 없이 대덕캠퍼스 서문 근처 잔디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했다"라며 "이에 9월 22일까지 원상복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충남대는 또 "만약 해당 기일까지 조치되지 않을 경우 국유재산법 제74조(불법시설물의 철거) 등 관련 법령에 의거하여 처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유재산법 제74조(불법시설물의 철거)는 "정당한 사유 없이 국유재산을 점유하거나 이에 시설물을 설치한 경우에는 중앙관서의 장들은 '행정대집행법'을 준용해 철거하거나 그밖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충남대는 오는 9월 22일까지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강제 철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충남대 관계자는 "소녀상이 학교의 승인 없이 설치된 것이기 때문에 조형물 설치 담당 부서에서 일단 자진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설치한 기관에서 자진 철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다만 소녀상 설치와 관련한 '평화의 소녀상 관련 충남대학교 협의체(이하 협의체)'가 구성돼 있어 (행정대집행 등) 이후의 상황은 협의체 논의 등에 따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남대, 독소조항 만들어"
  

소녀상 건립에 참여한 주정봉 충남대 민주동문회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학교 측이 불법설치 조형물이라고 철거를 요구하는데, 애초에 절차적·법적인 문제를 만든 것이 학교 측"이라며 "지난 2019년 7월 학교 내에 조형물을 설치할 경우, '조형물 설치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충남대학교 캠퍼스 조형물 설치·관리에 관한 규정'을 새로 만들어 소녀상 설치를 못하도록 독소조항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 측은 독소조항을 근거로 여론 수렴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시간끌기만 해 왔다"며 "이 때문에 소녀상 건립주체들이 학교 측은 소녀상 건립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소녀상을 건립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데 이제 와서 자기들이 쳐놓은 덫에 걸렸으니 철거하라고 한다. 이는 소녀상 건립을 염원하며 마음과 성금을 모아준 학생, 동문, 시민들을 기만한 것으로 반민족적, 반역사적 처사"라고 분개하면서 "학교당국은 그 옹졸할 처사를 이제 그만 거두고, 대승적 차원에서 학생들의 소녀상 건립에 박수를 보내고 소녀상 건립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소추위와 충남대학교 민주동문회 등은 지난 15일 밤 충남대학교 서문 인근 잔디광장에 충남대학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8월부터 5년 동안 소녀상 건립을 위해 기금마련과 여론수렴 등을 진행했지만, 학교 측의 시간 끌기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불가피하게 학교의 허가 없이 소녀상을 건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 충남대학교가 '충남대학교평화의소녀상추진위원회'에 보낸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청 공문.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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