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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에게서 추미애가 보인다

[取중眞담] 2020년 법사위와 2022년 법사위, 변함없는 장관의 '태도 논란'

등록|2022.08.23 21:23 수정|2022.08.24 10:39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다음 빈칸에 들어갈 사람은 누구일까?

① "○○○ 법무장관의 안하무인, 내로남불 막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장관인가? 무법장관인가? 지금까지 이런 장관은 없었다."
② "'한마디도 지지 않겠다'라고 외치는 듯한 ○○○ 법무부 장관의 답변 태도는 마치 '미운 일곱 살' 같았다."


정답은 ①번 추미애, ②번 한동훈이다. ①번은 2020년 7월 27일 최형두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논평이고, ②번은 2022년 8월 23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이다. 그런데 둘 사이에는 2년의 시차가 존재하고, 화자와 비판 대상이 다르지만 놀라울 만큼 똑같다. 예나 지금이나 야당과 법무부 장관이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쓰시네"... 번번이 맞섰던 추미애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20년 7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추미애 장관 시절을 돌이켜보자. 그는 임기 초반부터 야당과 수시로 충돌했다. 2020년 3월 4일 법사위에선 신천지 압수수색과 관련해 의원들이 질책을 쏟아내자 팔짱을 낀 채 불쾌한 표정으로 들었고, 자신을 제지할 때도 꿋꿋이 발언을 이어갔다. 7월 27일에는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윤한홍 의원을 두고 "소설을 쓰시네"라고 일갈했고, 9월 23일에는 세 번이나 "법무부 장관님"이라고 부르는 김도읍 의원에게 "듣고 있다"고만 답했다.

대정부질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해 9월 18일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앞서 나흘간 열린 대정부질문과 관련해 "추미애 장관의 답변 태도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오만과 궤변의 세 치 혀를 보는 장이었다"고 맹비난했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물러서지 않았다. 같은 민주당인 정성호 예결위원장조차 11월 12일 회의 중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을 끊고 발언하는 추 장관에게 "정도껏 하고 협조를 해달라"고 소리칠 정도였다.

추 장관으로선 야당이 자신의 망신주기, 흠집내기에 급급하다고 여길 수도 있었다. 2020년 9월 14~17일 대정부질문만 해도 '추미애로 시작해서 추미애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당시 <머니투데이> 분석에 따르면 전체 질의응답의 27%(310분)가 추 장관과 자녀 얘기였고, 야당 의원들은 그가 없을 때조차 '추미애'란 이름을 입에 올렸다. 하지만 공격에는 번번이 반격으로 맞서는 추 장관의 '태도'는 민주당에서도 곤혹스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저도 일국의 장관"... 한 치도 안 물러선 한동훈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장관은 어떨까. 2022년 8월 22일 법사위에서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최강욱 의원이 법사위원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언쟁이 벌어졌다. 당사자인 최 의원은 "한동훈 장관과 저의 개인적 관계를 왜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꾸 부각시키는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검사와 피의자로 만난 적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제가 지휘한 사건으로 기소되셨다. 그리고 제가 피해자고"라고 끼어들었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는 고성이 오갔다.

두 번째 충돌은 권인숙 의원의 질의시간 때 빚어졌다. 권 의원은 한 장관에게 '입법권'의 개념을 묻다가 "그렇다면 장관님이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설 수 있는가? 아주 심플한 질문"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너무 심플해서 질문 같지가 않다"고 대꾸했고, 이후 발언권을 얻어선 "권 위원이 질문하는 내내 저를 일방적으로 매도했고, 한 마디도 대응 못하게 말씀하셨다. 게다가 '대통령보다 장관이 더 위에 있냐'고 질문했는데 저는 질문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회의 말미, 한동훈 장관은 다시 최강욱 의원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최 의원이 "(과거) 검찰이 인혁당 사건이 재심으로 이어져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저지른 잘못이 있지 않았나"라며 동의를 구하려 하자 한 장관은 "말씀하세요"라고만 했다. 최 의원은 또 "그따위 태도를 보이면"이라고 발끈했고, 한 장관은 "저는 제 형사사건의 가해자인 위원님이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이상하다"며 받아쳤다. 그렇게 2022년 8월의 법사위는 끝끝내 '싸움판'이 됐다.

변함없는 장관의 '태도' 논란

2년 전 야당은 추미애 장관에게 이런 당부를 남겼다.

"우리 장관님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좀 싸움 한판 하자' 그런 인상이다. 소위 법사위의 가장 주무장관이다. 그런 만큼 때로는 싫은 소리도, 때로는 좋은 소리도 있을 테니까 정말 회의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해달라(2020년 3월 4일 정갑윤 의원)."

2년 후 야당도 한동훈 장관에게 똑같은 부탁을 했다.

"법무부 장관이 워낙 국민적 관심도가 높다보니까 이러저러한 지적과 비판들이 있다. 그런데 장관의 태도는 국회 전체를 무시하고 있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 수 없는 언사와 언행이 대단히 많다. 국무위원으로서 국회를 존중해달라는 요청을 드린다(2022년 8월 22일 기동민 의원)." 

한동훈 장관과 추미애 장관의 '악연'은 유명하다. 그런데 한 장관의 현재는 공교롭게도 추 장관의 과거와 자꾸 겹친다. 2년 전 법사위를 보면서 국민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국민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법무행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한 장관의 약속이 꼭 지켜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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