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사장에 전직 지방의원을? 희한한 조건 내건 은평구 시설관리공단

공단 측 "의정활동 통해 충분한 경험 갖춰"... 전직 지방의원 내정 소문 파다

등록|2022.08.25 11:25 수정|2022.08.25 11:25

▲ 은평구 시설관리공단 ⓒ 은평시민신문


이사장 채용공고를 낸 서울 은평구시설관리공단이 응모자격에 '지방의회 의원으로 4년 이상 임기를 마친 자'를 추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능력을 우선시해야 하는 공단 이사장 자리가 자칫 정치적 거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평구시설관리공단은 지난 18일 이사장 공개모집 공고를 냈다. 이강무 이사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올 연말까지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지난 8월 12일자로 사퇴했기 때문이다. 이에 시설관리공단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임기 3년의 이사장 공개모집에 나섰다.

통상 공단 임원추천위원회가 내세우는 응모자격은 "지방공기업법 제60조의(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자로 지방공기업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경영능력을 갖춘 자"이다. 세부적으로는 공기업 등에서 임원으로 2년 이상 근무한 자, 상장법인 등에서 상임 임원으로 2년 이상 근무한 자 등을 제시하고 있다.
 

▲ 은평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공개모집 공고 중 응모자격 ⓒ 은평시민신문


하지만 공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이번에 이사장 채용공고를 내면서 응모자격 중 하나로 지방자치법에 의한 지방의회 의원으로 4년 이상 임기를 마친 자를 추가했다.

이를 두고 지역주민 A씨는 "경영능력을 보고 이사장을 뽑아야 하는데 대놓고 지방의원 출신을 뽑겠다고 하는 건 지방자치를 혼탁하게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지역주민 B씨도 "어느 지자체에서 대놓고 지방의원 출신을 뽑겠다고 하나, 낙하산 채용이 거듭될수록 공단의 경영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방공기업 이사장 채용 조항에 '전직 지방의원'을 명시한 곳은 은평구가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가 2015년에 같은 조항을 신설한 바 있지만 올해는 해당 조항을 빼고 채용을 진행했다.

공단 임원추천위원회가 응모자격 중 하나로 지방의회 출신을 추가한 이유는 이강무 이사장 임명을 두고 자격논란이 일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이사장 경력 중 응모자격으로 볼 만한 것은 서울시의원 경력뿐인데 이것이 '국가 또는 지방공무원법 4급 이상으로 근무한 경력으로 인정되느냐'를 두고 자격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의원 출신은 4급 이상에 준하는 대우를 하지만 의원직을 국가 또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정확히 직급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즉, 4급 대우를 해줄 뿐 4급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지역정가를 중심으로 벌써 지방의원 출신 C씨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지역주민 D씨는 "이강무 채용 당시 논란이 되니 이번에는 논란을 없애겠다고 지방의원 출신을 넣은 것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주민을 위한 공단이 되어야 하는데 정치인들의 일자리 나누기로 전락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은평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지난 17일 열린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지방의회 의원도 의정활동을 통해 충분히 경험 등을 쌓았으니 자격요건에 추가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서 이번 채용과정에 반영됐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