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시민' 말고 '좋은 시민'을 고민하는 사람들
[인터뷰] '선행을 북돋우는 우정의 다리' 자원봉사이음
서울시NPO지원센터 2층에 마련되어 있는 <협업공간 엮다>는 활동을 위한 기반인 업무공간을 지원해 NPO와 활동가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지원합니다. 2022년 입주팀으로 선정되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의 모습을 인터뷰를 통해 소개합니다. [기자말]
과거의 자원봉사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자선'의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인 시민의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시민다움을 찾으며 자원봉사의 뿌리를 묻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이음이 되고 싶어요.
자원봉사이음은 자원봉사활동가의 성장과 실험, 협력을 지원하며, 자원봉사 실무자들의 전문성 향상을 돕는 연대체입니다. 2004년에 출범한 한국자원봉사관리협회가 2016년에 자원봉사이음으로 전환되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이음은 자원봉사가 도덕적 관성에 갇히지 않고, 확장된 가치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는 네트워크의 장이 되고자 합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29일,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자원봉사이음 이소진 사무처장님과 이미로 조직운영팀장을 만나뵈었습니다.
▲ 자원봉사이음 사무국과 이음 디자이너(역대 대표) ⓒ 자원봉사이음
-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와 자원봉사이음(이하 이음) 소개 부탁드려요.
미로: "안녕하세요, 조직운영팀장 이미로입니다. 저는 전반적인 실무를 담당하고 있고요. 3년 차 입니다. 이음은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매개로 공동의 문제를 발견하며 함께 해결해갈 수 있도록,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분들이 자원봉사시민들을 잘 지원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에요. 자원봉사 실무자(활동가)들의 역량강화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중간다리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 자원봉사이음에 함께하는 활동가분들은 어떤 분들이신가요?
소진: "활동가라 하면 보통 자원봉사자를 먼저 떠올리시더라고요. 이음의 활동가분들은 자원봉사시민과 함께 자원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촉진하는 실무자분들이에요. 그중에서도 이음 회원이신 실무자분들은 누구보다 자원봉사현장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신중하며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질문하고 탐구하는 분들이세요. 진정한 변화는 현장의 행위(action)에서만 오는게 아니라, 스스로 변화하며 성장한 시민들이 점진적으로 일궈나가는 거라 생각해요. 때문에 자원봉사현장은 실무자(활동가)들이 얼마나 본질을 놓치지 않고 임하느냐에 따라 판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이음의 자산은 한 분 한 분의 활동가분들이에요."
- 관리자보다 활동가라는 호칭을 선호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소진: "호칭은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자원봉사 관리자라는 말을 쓸 때 조금 더 관료적으로 느껴지는 뉘앙스가 있다 보니 활동가 스스로 자신을 행정가로서 인식하는 경우가 있어요. 활동가도 현장 안에서 봉사자와 함께하고 있는 사람일 뿐 위계상 상하 관계에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제는 관리자라는 용어를 과감하게 버릴 필요가 있어요. '봉사자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시민과 함께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누구나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원봉사를 통한 변화를 촉진해 내는 일이 우리의 몫이라고 봐요."
- 이전에 한국자원봉사관리협회가 현재의 자원봉사이음이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겠네요.
소진: "네. 자원봉사관리협회라는 이름의 전국조직으로 10년 이상을 쭉 지내왔지만, 유사한 활동을 하는 자원봉사단체들도 많아서 우리만의 유니크함을 드러내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하고자 하는 지향은 명확한데 단체명에 잘 담기지 않아서 아쉬웠거든요. 우리다운 브랜드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자원봉사이음이 되었어요. 다름을 만드는 질문들이 내부에도 유효하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 그렇게 다시 태어난 자원봉사이음이 추구하는 비전이 궁금해지는데요.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미로: "'서로 배우고, 환대하며, 자원봉사로 온전한 삶을 꿈꾸는 이음'이 저희가 꿈꾸는 모습을 담은 비전이에요. 작년 하반기 비전수립 워크숍을 통해 핵심가치도 다시 수립했는데요. 3가지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어요. 첫째는 '다름을 만드는 질문'인데, 주어진 당위와 관행에서 벗어나 질문하고 해석하는 힘을 길러 주도성과 창의성을 발현하자는 취지예요. 둘째 '탐구하는 도전'은 탐구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며 무모하더라도 작당해보고 함께 해보자는 의미에요. 세 번째는 '연결을 통한 확장'이에요. 이음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귀하게 여기며 서로를 통해 배움이 있다고 믿어요. 서로에게 귀한 동료가 되어주며, 공익을 위한 다양한 영역의 파트너와 연대하는 것이 자원봉사의 가치를 확장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 자원봉사이음 회원의 날(2019) ⓒ 자원봉사이음
2021년 비전선포 이후, 자원봉사이음은 활동가분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탐.험.함'의 3개의 팀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탐구팀', '실험팀', '함께팀'을 합쳐 일컫는 '탐.험.함' 에는 자원봉사이음의 비전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 '탐.험.함'의 팀들은 어떤 활동을 하는 팀인가요?
미로: "탐구팀은 주로 자원봉사 실무자분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교육·연구·컨설팅을 진행하고 정책과 관련한 일들을 도모해요.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 닦아내면 보석이 될 수 있는 활동가들의 잠재력을 발견하며 역량을 성장시켜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팀이에요. 관련해서 최근에는 <질문하는 시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어요.
실험팀은 자유롭게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자는 취지로, 세대와 영역을 연결하며 소통을 촉진하는 일들을 실험하고 있어요. 올해는 서초구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자원봉사현장에서 쓰이는 단어들이 서로의 존엄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돌아보며 <자원봉사 용어사전>을 실험하고 있어요. 우리의 언어 중 간혹 인간의 존엄을 간과하고 사용하고 있는 용어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밖에도 함께 공감하며 생각해볼 현장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들을 만들기 위해 작당모의 중에 있어요.
마지막 팀은 함께팀인데 어떻게 하면 자원봉사 가치를 온전히 추구하며 반영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는지 탐구하는 팀이에요. 이음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며 여러 주제의 소모임,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어요."
- 탐구팀의 <질문하는 시민>은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미로: "이음의 브랜드 사업이에요. 2017년부터 운영해온 <좋은 시민 되기 포럼>의 두 번째 버전으로, 21년부터는 <질문하는 시민>을 열고 있어요. 파트너기관인 경기도자원봉사센터와 4년째 함께 운영하고 있고요. 자원봉사 그룹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안내서인 『들꽃이 사는 법(2019)』, 자원봉사 그룹활동 촉진을 위한 질문서인 『질문하는 시민_전환시대에 자원봉사시민이 던지는 206가지 질문(2021)』 를 발간한 이후로는 연결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 좋은시민되기포럼(2019 ⓒ 자원봉사이음
소진: "<질문하는 시민>의 초기 버전인 <좋은시민되기포럼>은 '착한 시민'이 아닌 '좋은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대화의 장을 열고자 했어요.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코로나가 터지면서 지금까지의 세상을 조금은 낯설게 바라볼 필요를 느끼게 되었어요. 당연해 보이던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질문하는 시민>이에요. 그동안 자원봉사는 답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자원봉사시민들을 훈련해 왔어요. 그런데 사실 자원봉사시민은 풍부한 현장경험을 통해 이미 답을 잘 알고 계시거든요. 꼬리를 문 질문으로 문제의식을 자극하며 경험해온 일상들을 돌이켜보고, 서서히 사유하며 삶의 태도와 견지를 전환해보는 게 질문하는 시민의 목표에요."
▲ <질문하는 시민 워크숍(2022)> 서클 토크 ⓒ 자원봉사이음
- 실험팀에서는 라디오 팟캐스트를 만들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미로: "MZ세대 활동가분들과 함께 라디오 콘텐츠인 <봉라면 한 봉지 듣고 가세요>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어요. 현장의 고민과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공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활동가들의 대나무숲이 되어드리는 취지에서 기획하게 되었어요. 첫 코너에는 현장에서 떠나시게 된 퇴사자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해요. '퇴사자 라면'은 10월 중에 유튜브나 팟캐스트, 오디오 클립을 통해 공개하려 해요. 여력이 된다면 이후에는 장기근속자분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었던 비결도 다뤄보고 싶어요."
소진: "활동가분들이 자원봉사라는 비영리 영역에 대해 좋은 의도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현실적 온도차와 괴리감도 있을 거라 생각돼요. 그것이 자원봉사계, 비영리조직에서 실망하고 돌아서게 되는 부분일 수도 있을 거고요. 떠나시는 분들이 어떤 부분에 한계를 느꼈는지, 자원봉사계를 포함한 비영리 조직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성찰해보기 위한 순서기도 해요.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찾고 되새겨볼 필요가 있죠. 시니어세대 보다도 청년들의 시선에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 만들어가는 과정 중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은 선에서 필요한 이야기들을 청취할 기회인 거 같아요."
- 이음 내 소모임 활동도 활발한 거 같은데, 어떤 소모임들이 있나요?
소진: "활동가들의 취향에 맞춘 자조 모임들이 대부분이에요. 놀면서 만난 사이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같은 일을 하는 활동가들 간 동료애는 우리를 지탱해 주는 또 다른 힘이 되죠. 우리가 하는 일이 돈벌이 수단을 넘어서지 않는 이상 이 일을 사명감 갖고 할 수 없잖아요. 소모임은 활동가들이 동료애와 함께 활동가로서의 정체성, 사명감을 확인하는 기회라 생각해요.
현재 7개 정도 운영하고 있는데, 20년도에는 소모임 이야기를 담아 『닿다 그리고 잇다』 라는 책도 냈어요. 철학책을 읽고 리뷰하는 학습모임 '철학세미나', 산책모임 '비우고 채우는 둘레길', 영화를 보며 현장의 이슈와 관심사를 이야기하는 '봉씨네'가 있고요. 자조적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 모임 '마디'와 그림으로 소통하는 '그림 소모임'도 있어요. 제 경우 요즘은 자원봉사 헬스클럽을 중심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더 오래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살피기 위한 점검지표 학습모임 이에요."
미로: "저는 여러 단톡방에 들어가있지만(웃음) 주로 참여하고 있는 건 자원봉사 세계동향을 살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세계는 지금' 모임이에요. 이 모임은 멤버십으로 운영되지 않고 오픈 소모임 형태라 주제에 따라 언제든 참여하실 수 있어요."
▲ 다양한 세대의 동료 활동가가 함께 걷고 대화하는 <비채 : 비우고 채우는 둘레길 걷기> 소모임 ⓒ 자원봉사이음
- 팀장과 처장님께 자원봉사이음은 어떤 의미인가요?
미로: "저는 사실 자원봉사센터에 있다가 육아를 하면서 공백 기간이 있었어요. 다시 일한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음을 통해서 다시 자원봉사영역으로 이어지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원봉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너무 소중한 곳이 된 거 같아요. 제게 이음은 선후배의 만남의 장이기도 해서, 만남을 통해 자원봉사의 살아있는 역사를 접하고 있어요."
소진: "이음의 파트너들이 활동가인 게 좋아요. 현장에서 느낀 고민들을 동료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제 삶에 큰 활력이 되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이 일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나갈 것인가 고민하며 조력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자원봉사전문가의 정체성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요."
▲ 자원봉사이음 TF 기획회의 ⓒ 자원봉사이음
우발적 선행이나 단편적인 업무에 그치지 않고, 현장을 누비며 봉사자와 시민과 함께하고자 하는 자원봉사활동가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가 지속 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해나가고 계신가요? 때로 방향을 잃거나 기로에 섰을 때, 질문하는 이음을 만나보시면 어떨까요?
자원봉사이음은 특정 모집시기 없이 전국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다채로운 소모임 활동은 비회원도 참여할 수 있어서 가입 이전에 미리 탐색할 수 있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다고 합니다. 당장의 이음이 궁금하신 분들께는 11월초 <질문하는 시민, 질문하는 활동가> 워크숍을 권합니다. 관습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는 변화와 즐거운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뷰 & 작성 : 김동희(협동조합 거버넌스리빙랩 총괄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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