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스피커 3m 높이면 잘 들려" 문 전 대통령 이웃마을 이장 발언 논란

평산마을 주민들 "말리지는 못할 망정..."... 당사자 "시위 부추기지 않아"

등록|2022.08.27 16:51 수정|2022.08.28 20:18

▲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 이윤구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보수‧극우 단체나 개인(유튜버)의 시위‧집회로 갈등이 있는 가운데 이웃한 마을의 이장이 시위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다. 해당 이장은 "시위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난 22일 대통령실 경호처는 문 전 대통령 경호 구역을 사저에서 300m로 확대했다. 그동안 평산마을에서 집회‧시위를 벌이던 단체‧개인들은 300m 밖으로 밀려났다. 때문에 지금까지 소음피해를 받지 않았던 다른 마을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산리에는 평산마을을 비롯 4개의 마을이 모여있다.

평산마을 이웃마을 이장 시위 발언 논란

실제 이웃한 한 마을의 이장이 보수 유튜버와 대화하는 영상에서 "우리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청수골(사저 300m 밖) 밑에 넓은 데가 있지 않느냐. 청수골 밑이 좋다. 널찍해서 좋다"며 "스피커 3m 높이면 더 잘 들린다. (사저에서) 300m 밖에서는 확성기 설치해도 돼잖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마을) 여기서 하면 안 된다. 거기서(삼거리 쪽)를 막으면 내가 트랙터로 막아줄게. 내가 정리해 줄게"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유튜버는 "멋쟁이 이장님 만났습니다.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평산마을을 비롯한 인근 주민들에게 퍼지고 있다.

해당 마을이장의 영상을 본 한 주민은 "말이 안 된다. 우리 마을에서는 시위를 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시위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면 다른 마을에 가서 시위를 벌여도 된다는 말이냐. 마을 간 싸움으로 번질 수 있고 싸움을 붙이는 것으로 보여진다. 마을이장이라면 시위를 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다른 평산마을 주민은 "해당 마을 이장은 이전부터 사저가 들어오는 것에 반대해 왔던 사람이다. 영상을 봤는데 어떻게 시위를 부추기는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그는 "마을 간 싸움으로 번질까 걱정된다. 평산마을 주민들은 해당 이장의 발언에 분노하고 있다"며 "조만간 마을회관에 모여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 항의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한 양산시민은 "누가 말해서 해당 영상을 봤다. 말이 안 된다. 마을이장은 시청으로부터 어느 정도 수당을 받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거 아니냐. 아무리 다른 마을이라 하더라도 이장이라면 시위를 자제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 "시위 부추기지 않았다, 피해주지 말라고 한 것"

반면 해당 마을 이장은 시위를 부추기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시위를 하라고 해서 그 사람들이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할 사람들이 아니다"며 "그동안 평산마을에서 시위가 벌어지면서 우리 마을에도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는 "(사저 300m 밖) 청수골 쪽에 넓은 공간이 있다는 정도로 말을 한 것이지, 시위를 하라거나 확성기 소리를 높여라고 부추긴 게 아니다. 시위를 두둔한 사실도 없다"며 "처음에는 시위를 하지 말라고 했고, 그래도 한다고 하니까 우리 마을에는 피해를 주면 안된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산리는 그동안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그런데 사저가 들어오면서 평화롭게 사는 마을에 사저가 끼어든 것"이라며 "서로 마을과 이웃 사이에 잘 지내야 하고, 언성이 높아지거나 고소고발 같은 게 있으면 안된다"고 했다.

그는 "한 동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산리 전체가 나서야 한다. 마을끼리 갈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북면사무소 관계자는 "사저 주변 집회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양산경찰서 관계자는 "경호구역이 확대되면서 갈등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 8월 25일 아침,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 윤성효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