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려는데... 비행기 시간 바꾸는 데만 200만 원?
1년 전 예약해둔 게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귀국... 그래도 설렙니다
한국에 가기로 했다. 드디어! 마음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가고자 했지만, 우리가 가기로 마음먹었던 바로 그 달에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선언되면서 모든 일정이 막연한 미래로 미뤄졌다.
캐나다로 와서 결혼을 하고, 이민 절차를 밟고 나니, 한국에 두고 온 짐들을 가서 정리하고, 필요한 것들을 가져오는 수순은 당연한 것이었다. 더 이상 당연해지지 않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게 2020년 3월 한국에 방문하기로 세웠던 계획은 날아가고, 몇 달 뒤, 또 몇 달 뒤를 기약하다가 포기하는 마음이 들기까지 쉽지 않은 기간을 겪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서 고통받은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이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리라.
하긴 우리도, 단지 한국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이 아니라 그로 인해 발이 묶여서 집에 오지 못했던 딸 때문에 애를 태웠던 시간들이 더 힘들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움직일 수 있으리라 계속 꿈꿨다. 캐나다에 여전히 가족모임 금지령이 내리던 작년 가을, 그래도 남편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1년 전에 산 한국행 비행기 티켓
그렇게 우리는 한국행 비행기표를 샀다. 1년 전에 말이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았던 마일리지에 추가금을 얹어서 구매를 했다. 어차피 못 가면 취소하면 되니까, 그런 마음으로. 사실 나는 정말 갈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지만, 남편의 막무가내에 못 이기는 듯 따랐다. 아마 그때 안 샀으면 지금은 그 비용은 엄두도 못 낼 것 같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여행의 조건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코로나19에 걸리고 있지만, 이제는 그것도 일상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코로나에 걸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패닉하는 일들이 사라지고, 여행은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는 여행 준비가 진작 끝났지만, 여행 관련 업체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동안 인원을 감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항공사는 비행기를 처분했고, 렌터카 업체들은 차를 처분했기에 모든 것이 부족했다.
해외로 여행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여권을 만들려고 했지만, 캐나다 행정의 여권 업무는 터무니없이 느려서 사람들이 여행을 앞두고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한국에서는 이틀이면 나오는 여권을 몇 달씩 기다려야 했고, 사람들은 접수를 하기 위해서 밤새 관공서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나마 당장 티켓을 손에 들고 긴박한 사람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다.
이런 기회를 이용한 저가 항공사가 틈새시장에 발을 확실하게 디뎠으나, 온통 실수 투성이었다. 비행기 일정이 겹치고, 결항되고, 지연되고... 하긴, 메이저 항공사들도 그러하니 저가항공사는 오죽하겠는가. 고통과 책임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었다.
우리도 이번 여름에 캐나다 대륙을 횡단하여 동쪽 끝 시누이 댁을 다녀왔는데, 공항 상황은 참으로 치열해 보였다. 체크인 창구 앞에서는 항의하는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갑자기 여행이 취소된 여행객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었고, 경찰이 도착했다. 착륙한 이후 짐을 찾으러 갔더니, 분실된 짐들이 한쪽에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이 모든 광경이 생소했다.
오는 10월 한국행을 앞두고 우리는 또 마음이 무겁다. 물론 가족과 친구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면 들뜨고 신이 나지만, 그간 밀린 일들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내 짐들을 한국에 보관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정리를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원래 계획했던 기간이 모자랄 것 같았다.
그래서 체류기간을 좀 연장해 보려고 했으나, 단순히 날짜만 바꾸는데 (심지어 검색했을 때 빈 자리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만 200만 원이 넘어서 바로 포기했다. 예전 같으면 왕복 비행기표를 두 장 살 가격이었다!
이것을 단순히 여행 인플레이션이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항공사의 횡포라고 불러야 할지 나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가장 성수기 때에는 한국행 비행기표가 500만 원이 되었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만일 1년 전에 표를 산 게 아니라면, 시누이댁도, 한국도 가기 힘들었겠다 싶었다.
한국에 갈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여행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마음이 들뜬다. 그러나 여행이 수월하지 않다. 여행 비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국경을 넘으려면 여전히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 캐나다로 돌아올 때는 코로나 검사뿐만 아니라 여전히 백신 접종 확인증명서가 필요하며, 어라이브캔(ArriveCAN)이라는 앱을 작성해야 한다(한국의 경우 3일부터 한국에 도착하는 모든 내·외국인들에게 PCR 음성 확인서를 받지 않게 됐다. - 편집자주)
이 앱은 캐나다 입국자면 누구나 작성해야 하는 새로운 앱인데, 여권 및 각종 개인정보와 백신접종여부를 입력하고 큐알코드를 받아서 입국시 제출해야 한다.
입국 후에도 무작위 코로나 검사를 누구든 또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백신 비접종자는 그 이후 두 번의 코로나 검사를 받고 14일의 자가격리를 여전히 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코로나 균이 국경을 넘어올까 봐 걱정할 상황은 아닌 거 같은데, 여전히 온갖 복잡한 절차가 남아있다. 여행 비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이유다.
언젠가 다시 예전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날이 올까? 세계는 점점 하나가 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다시 다들 높게 담을 쌓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켠이 무겁다. 그래도 간다. 어머니,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캐나다로 와서 결혼을 하고, 이민 절차를 밟고 나니, 한국에 두고 온 짐들을 가서 정리하고, 필요한 것들을 가져오는 수순은 당연한 것이었다. 더 이상 당연해지지 않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긴 우리도, 단지 한국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이 아니라 그로 인해 발이 묶여서 집에 오지 못했던 딸 때문에 애를 태웠던 시간들이 더 힘들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움직일 수 있으리라 계속 꿈꿨다. 캐나다에 여전히 가족모임 금지령이 내리던 작년 가을, 그래도 남편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1년 전에 산 한국행 비행기 티켓
▲ 비행기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세상 ⓒ 김정아
그렇게 우리는 한국행 비행기표를 샀다. 1년 전에 말이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았던 마일리지에 추가금을 얹어서 구매를 했다. 어차피 못 가면 취소하면 되니까, 그런 마음으로. 사실 나는 정말 갈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지만, 남편의 막무가내에 못 이기는 듯 따랐다. 아마 그때 안 샀으면 지금은 그 비용은 엄두도 못 낼 것 같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여행의 조건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코로나19에 걸리고 있지만, 이제는 그것도 일상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코로나에 걸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패닉하는 일들이 사라지고, 여행은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는 여행 준비가 진작 끝났지만, 여행 관련 업체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동안 인원을 감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항공사는 비행기를 처분했고, 렌터카 업체들은 차를 처분했기에 모든 것이 부족했다.
해외로 여행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여권을 만들려고 했지만, 캐나다 행정의 여권 업무는 터무니없이 느려서 사람들이 여행을 앞두고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한국에서는 이틀이면 나오는 여권을 몇 달씩 기다려야 했고, 사람들은 접수를 하기 위해서 밤새 관공서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나마 당장 티켓을 손에 들고 긴박한 사람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다.
이런 기회를 이용한 저가 항공사가 틈새시장에 발을 확실하게 디뎠으나, 온통 실수 투성이었다. 비행기 일정이 겹치고, 결항되고, 지연되고... 하긴, 메이저 항공사들도 그러하니 저가항공사는 오죽하겠는가. 고통과 책임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었다.
우리도 이번 여름에 캐나다 대륙을 횡단하여 동쪽 끝 시누이 댁을 다녀왔는데, 공항 상황은 참으로 치열해 보였다. 체크인 창구 앞에서는 항의하는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갑자기 여행이 취소된 여행객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었고, 경찰이 도착했다. 착륙한 이후 짐을 찾으러 갔더니, 분실된 짐들이 한쪽에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이 모든 광경이 생소했다.
오는 10월 한국행을 앞두고 우리는 또 마음이 무겁다. 물론 가족과 친구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면 들뜨고 신이 나지만, 그간 밀린 일들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내 짐들을 한국에 보관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정리를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원래 계획했던 기간이 모자랄 것 같았다.
그래서 체류기간을 좀 연장해 보려고 했으나, 단순히 날짜만 바꾸는데 (심지어 검색했을 때 빈 자리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만 200만 원이 넘어서 바로 포기했다. 예전 같으면 왕복 비행기표를 두 장 살 가격이었다!
이것을 단순히 여행 인플레이션이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항공사의 횡포라고 불러야 할지 나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가장 성수기 때에는 한국행 비행기표가 500만 원이 되었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만일 1년 전에 표를 산 게 아니라면, 시누이댁도, 한국도 가기 힘들었겠다 싶었다.
한국에 갈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여행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마음이 들뜬다. 그러나 여행이 수월하지 않다. 여행 비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국경을 넘으려면 여전히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 캐나다로 돌아올 때는 코로나 검사뿐만 아니라 여전히 백신 접종 확인증명서가 필요하며, 어라이브캔(ArriveCAN)이라는 앱을 작성해야 한다(한국의 경우 3일부터 한국에 도착하는 모든 내·외국인들에게 PCR 음성 확인서를 받지 않게 됐다. - 편집자주)
이 앱은 캐나다 입국자면 누구나 작성해야 하는 새로운 앱인데, 여권 및 각종 개인정보와 백신접종여부를 입력하고 큐알코드를 받아서 입국시 제출해야 한다.
입국 후에도 무작위 코로나 검사를 누구든 또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백신 비접종자는 그 이후 두 번의 코로나 검사를 받고 14일의 자가격리를 여전히 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코로나 균이 국경을 넘어올까 봐 걱정할 상황은 아닌 거 같은데, 여전히 온갖 복잡한 절차가 남아있다. 여행 비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이유다.
언젠가 다시 예전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날이 올까? 세계는 점점 하나가 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다시 다들 높게 담을 쌓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켠이 무겁다. 그래도 간다. 어머니,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브런치에도 같은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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