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권성동'... 국힘 중진의원 제압한 '윤핵관'
[의총 현장] 권성동 재신임, 새 비대위 출범 고수, 당헌 개정 상임전국위 계획... 내홍 지속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정회된 후 의총장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5시간 30분의 의원총회를 거쳤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퇴하지 않았고,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자 당헌을 개정하기로 했다. '새 원내대표를 뽑고 최고위원회 체제를 복원하자'는 중진 의원들의 반발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의해 제압된 형국이다.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 없이 새 비대위 출범으로
5시간 30분에 이르는 의총 결과는 지난 8월 27일 의원총회 때와 같았다. 우선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 출범까지는 사퇴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오늘 당을 앞으로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지도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권성동 원내대표의 문제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라면서 "상황 수습 이후 (권 원내대표가) 거취를 표명하기로 얘기했기 때문에 그것을 존중하는 게 옳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참석 의원들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또 당헌 96조 개정을 위해 상임전국위원회를 소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비대위 출범 요건을 바꿔 현 상황을 '합법적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당헌 96조에 따르면 "당 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 기능 상실"을 비상상황으로 보고 비대위 설치가 가능하다. 여기서 기준이 모호한 "최고위 기능 상실" 부분을 "청년 최고위원 포함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의 사퇴"로 바꾸겠다는 설명이다.
이같이 당헌을 바꿀 경우,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결정에 따라 최고위로 회귀하더라도 국민의힘은 비상상황에 해당한다. 지난 최고위에서 선출직 가운데 김재원, 배현진, 정미경, 조수진 최고위원 등 4명이 사퇴했고, 김용태 최고위원만 사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헌 개정의 변수는 서병수... "정당민주주의 훼손" 법원 판단과 배치돼
▲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정회된 후 의총장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당장의 공은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에게로 넘어갔다. 상임전국위원회 소집 권한이 있는 서 의원이 현 지도부 의견을 따라줄지가 관건이다. 서 의원은 앞서 새 비대위 출범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30일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법원 판결에 반하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하기 위해 상임전국위 소집 요청을 들어올 경우엔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박 원내대변인은 "(상임전국위 소집을 거부하겠다는 서 의원의 의견은) 오늘 오전까지의 의견이다. 총의를 모은 이후 입장 표명은 없었다"라며 "참고로 말씀드리면 당헌에는 상임전국위원 4분의 1 이상의 소집 요구가 있으면 의장이 소집한다고 돼 있다. 의장이 소집한다 안 한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요청이 있으면) 서 의장께서 소집하실 거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 설득에 성공해 당헌을 개정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내기 위한 '꼼수'로 볼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법원 판단의 취지 또한 다르지 않다.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황정수 판사)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채무자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하여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는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라고 해석한 바 있다.
조해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우리 당의 개정 당헌은 '비상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원의 자의적 해석 여지를 없앴지만, 이 대표의 지위를 지켜주려는 입장인 법원은 추후 새 비대위를 대상으로 한 이 대표측 소송에서 '민주적 정당성' 등의 논리로 또다시 그 쪽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우려했다.
"전 당원 투표하자" vs. "당 흔들기 그만"... 내홍 심화 전망
▲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등 재선의원들이 3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조속히 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철규, 이만희, 정점식, 송석준 의원. ⓒ 남소연
이번 의총 결과를 놓고 봤을 때, 당내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터져나온 반발을 '윤핵관' 의원들이 제압한 모양새다. 지난 27일 의총 이후 5선의 조경태·서병수 의원, 4선의 윤상현 의원, 3선의 안철수·하태경 의원 등은 권 원내대표의 사퇴와 최고위 복원을 촉구했었다.
하지만 현 지도부가 권 원내대표 재신임, 새 비대위 구성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내홍은 가중할 전망이다. 5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소귀에 경 읽기' 결과에 당황스럽다"라며 "내일부터 여론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떳떳하면 전 당원 투표를 열어서 권 원내대표의 신임과 새 지도부 체제에 대해서 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습지도 않다"라며 "국민의 뜻을 역행하고, 민심을 저버리는 결과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더해 "이렇게 가면 당이 더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라고 내다봤다.
현 지도부의 결정을 감싸는 의견도 강하다. 이철규 의원은 의총 직후 "다수 (의원) 반대했다고 하는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찬성하지만) 침묵한 다수도 있다"라며 "마치 원내대표나 빨리 당을 안정시키려는 사람이 탐욕스러운 사람이고 (권력에) 집착하는 사람인 양 왜곡시키는 행위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라고 성토했다.
국민의힘 재선의원 모임은 성명서를 내고 당 지도부의 결정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추석 전까지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음에도 일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안도 없이 당을 흔드는 언행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제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라며 "상임전국위 소집요구서가 접수되면 당헌에 따라 상임전국위를 즉시 소집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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