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 투척, 총기 난사... 17년 전 '김일병 사건' 반복, 왜
[살아있는 역사교과서 대전현충원 62] 군내 총기사건, 원인은 고질적인 악습·폐쇄성
▲ 국립대전현충원 장병2묘역에 ‘연천 530GP 순직자 묘소’가 조성되어 있다. ⓒ 우희철
2005년 6월 19일 새벽, 경기도 연천에 위치한 530GP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누군가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무려 8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은 대형 사건이었다.
범인은 놀랍게도 그날 선임과 함께 야간 초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던 김동민 일병이었다. 육군 조사단은 '선임들의 가혹행위와 언어폭력'이 그의 범행 동기라고 발표했다. 3년의 군사재판 끝에 김 일병은 사형을 선고받고 현재 국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른바 '김일병 사건'으로 잘 알려진 이 사건은 17년이 지났음에도 여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사건 당일 전방 GP에선 사고 발생 당시 북한군의 공격으로 상황이 전파됐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의 희생자 유족 중 일부는 이 일이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군에 병영문화혁신 운동이 일었다. 군대 내 만연했던 구타, 괴롭힘, 가혹행위, 기수열외, 내무부조리 등 병영의 악습들이 본격적으로 사라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사고가 일어난 육군 28사단은 이 사건으로 전면적으로 해체·재편됐다. 중대장·대대장·연대장·사단장이 전부 군복을 벗었다. 그런데도 이 사건 이후에도 총기 사건은 잊을 만하면 발생했다. 병영의 악습이 완전하게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2011년 7월 4일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에 위치한 해병대 제2사단 8연대 81대대 소속 선두소초에서 김민찬 상병이 동료 해병들에게 총격을 가해 해병대원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김상병은 후임이 선임을 괴롭히는 '기수열외'로 평소 앙심을 가지고 있던 같은 생활관의 동료 해병대원들을 노리고 조준 사격을 가했다.
이 사건으로 이승훈 하사·이승렬 상병·권승혁 일병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박치현 일병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 중 사망했다. 이들 모두 국립대전현충원 장병3묘역에 안장됐다.
▲ 인천광역시 강화군 해병대 소초에서 벌어진 총기사건으로 숨진 해병대원 4명이 국립대전현충언 장병3묘역에 안장되어 있다. ⓒ 우희철
3년 후인 2014년 6월 21일 강원도 고성에서 또다시 전우를 향해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육군 22사단 55연대 13소초에서 발생했으며 총기를 난사한 병사는 임도빈 병장이었다. 임병장은 전역을 불과 석 달 앞둔 '관심사병'으로 총기 난사 후 소총과 실탄을 소지하고 무장탈영했으며 자살을 시도하다 생포됐다.
이날 사고로 김영훈 하사·진우찬·이범한 상병·최대한·김경호 일병 등 5명이 숨졌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들 순직자 역시 국립대전현충원 장병4묘역에 안장됐다.
사고 원인은 부대 내에서 상하 계급 모두에게 따돌림을 받는 '계급열외'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2011년 해병 총기 사건과 비슷하다.
이렇듯 총기 사건이라는 참혹한 사건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반복해 발생했다. 그 이유는 군대라는 폐쇄성에 기인한다. 군은 사건이 발생하면 그 실체와 조사과정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또 수사와 재판이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군 상층부의 의사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는 불신까지 받고 있다. 1998년 발생한 김훈 중위의 사건에 대한 군의 조사는 당시 장군이었던 김 중위의 부친조차 설득하지 못했다. 이런 과거가 쌓이고 쌓여 국민은 더 이상 군을 믿지 못하게 된다.
총기 사고와 같은 참혹한 사건은 예방이 최선이다. 예방만큼 중요한 것은 사건 이후의 처리다.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이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폐쇄성이라는 군의 특성상 숨기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
과거 군내 사망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참여정부는 2006년 대통령 직속으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했다. 과거 군내 사망사고의 원인을 밝혀 사망자와 그 가족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사망에 따른 정당한 대우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까지 한시적으로 활동했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은 군내 사망사고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자살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게 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과거 자살은 이유를 따지지 않고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버렸다. 하지만 자살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살이 아닌 경우도 밝혀졌을 뿐 아니라 자살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 결과 최근 공무상의 사유로 정신질환이 발생해 자해행위를 한 경우나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관련한 구타, 폭언 또는 가혹행위 등이 원인이 돼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해행위로 사망한 경우에는 순직으로 인정했다.
▲ 사진-잊을만 하면 되풀이되는 군대내 총기사건은 군의 폐쇄성에 기인한다. 사진은 연천 530GP 순직자 안장식 ⓒ 국립대전현충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민미디어마당사회적협동조합 누리집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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