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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일간의 침수대책 요구 1인시위... "드디어 끝냅니다"

[인터뷰] 광주 서구 화정·농성동 침수피해주민대책위원회 박형민 위원장

등록|2022.09.02 10:54 수정|2022.09.02 10:54

▲ 1일, 화정·농성동 침수피해주민대책위원회 박형민 위원장이 331일차 1인시위에서 광주시의회 추경안 통과 소식을 알리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 박형민


광주 서구 화정·농성동 침수피해주민대책위원회 박형민 위원장이 화정·농성동 일대의 항구적인 침수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9월 1일 기준으로 331일간 진행한 1인시위를 9월 3일 마무리한다. 이는 지난 8월 31일, 광주시의회가 제309회 임시회에서 침수대책 마련에 해당하는 서구 군분로 하수관로 정비 사업비로 시예산 10억 원을 추경한 데 따른 것이다. 박 위원장은 1일부터 3일까지 1인시위를 했던 장소에서 3일간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박형민 위원장은 지난 2018년 침수피해를 겪고 화정·농성동 침수피해주민대책위 활동에 뛰어들었다. 지난 6.1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에는 "실질적 침수피해 배상이 가능한 '침수피해지역 배상조례'를 제정하고, 침수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데 힘쓰겠다"며 정의당 광주 서구의원 후보로 선거에 나서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낙선 직후인 6월 2일에도 쉬지 않고 거리에 나왔다.

9월 1일, 331일간 이어진 1인시위를 마무리하게 된 화정·농성동 침수피해주민대책위원회 박형민 위원장을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300일 넘는 1인시위... 드디어 침수피해 예방 추경안 통과"

- 오늘까지 331일간 진행했던 1인시위를 마무리하게 되셨습니다.

"지난 8월 31일, 광주시의회에서 서구 군분로 하수관로 정비 사업비를 추경하게 돼 마침내 1인시위를 종료하게 됐습니다. 지난 331일간,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거리를 지켰습니다. 평일 중에는 큰 아들이 입대한 날과 장애가 있는 친구가 이사하던 날, 딱 이틀 빼고는 빠진 날이 없습니다."

- 침수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지난 2018년, 저희 집이 완전히 침수되는 피해를 겪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지역은 대단히 주기적으로 침수피해를 겪어 왔습니다. 2018년 9월 이후에만, 여섯 차례나 침수됐습니다. 최근 강남에서 있었던 침수피해가 이 지역에서는 매년 1~2차례씩 벌어졌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는 광주시가 총 사업비 455억 원 규모의 '2010 극락천유역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E-라인 구간 공사를 누락시키는 바람에 발생한 인재입니다.

지난 2020년 8월에도 심각한 침수피해가 있었습니다. 직후 광주시와 서구청이 시예산 7억 원, 구예산 3억 원을 들여 침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공사를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침수피해를 온전히 막기 위해서는 우회관로를 추가 설치하고 보도블록 밑으로 신설 관로를 매설하는 공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에 저희 주민대책위에서 이 부분을 추가 요구했습니다.
 

▲ 박형민 위원장이 아들과 함께 침수된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다(침수 차량 오른쪽). ⓒ 김동규


그 결과 지난해 2월, 주민대책위와 광주 서구청 측이 합의에 성공했습니다. 제가 주민들을 대표해 문서에 서명했고, 서구청 측에서는 광주 서구청장을 대리해 건설과 모 계장이 서명했습니다. 직후 양측이 합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갔고, 심지어 서구청에서도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합의가 뒤집혔습니다.

문서에 서명했던 계장이 찾아와 '어제는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서명했다'며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했습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을 겁니다. 이 같은 일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그 결과,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1인시위를 결심하고 광주 서구 거리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330일 만에 침수피해 예방을 위한 추경안이 통과된 것입니다."

- 추경안 통과 이후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사실 주민들이 본회의에서 추경안이 통과되기 직전까지도, 안심을 못하셨습니다. 통과되고 나니까, 어떤 분은 울먹이기도 하고 다들 기뻐하셨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중간에 누군가가 예산을 빼먹지는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불신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오늘은 기쁜 마음으로 거리에 섰습니다. 우선 오는 3일까지 거리에서 시민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333일을 끝으로 1인시위를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이후에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서구 군분로 하수관로 정비 사업 경과를 지켜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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