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온다는 소식에... 그림책 두 권을 꺼내들었다
<여름휴가 전날 밤>과 <허리케인>
<여름휴가 전날 밤>의 원래 제목은 <태풍이 온다>였다. 11호 태풍 '힌남노'의 북상 소식에 이 그림책이 떠올라 검색해보니 올해 제목이 바뀌어 재출간됐다.
출판사가 바뀐 탓일까? 무슨 사정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뀐 제목이 좀 아쉽다. 일본어 책의 원제도 <Taifu ga kuru>(태풍이 온다)인데 말이다. 참고로 출판사가 해외의 책을 들여올 때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제목을 바꾸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Where the Wild Things are)가 대표적이다.
목탄 하나로 태풍이 오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여름휴가 전날 밤>은 제목처럼 여름휴가 전날 밤에 태풍이 온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아이가 여름휴가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지, 태풍이 와서 얼마나 속상한지, 태풍이 오기 전의 긴장감 등을 묵직한 흑백 그림으로 표현해 몰입감을 높였다.
태풍이 부는 밤, 아이는 커다란 배를 타고 프로펠러를 돌려 태풍을 몰아내는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의 끝자락에 환한 빛을 만난다. 다음 날 아침, 태풍이 물러가고 활짝 갠 하늘이 선물처럼 아이를 맞이한다.
머니머니 해도 이 그림책의 백미는 마지막 펼침면이다. 내내 흑백의 세상을 보여주던 작가는 이 장면에서만 하늘색을 사용해 청명한 날씨를 표현했다. 창밖의 맑은 하늘을 보면 태풍이 몰고 왔던 모든 긴장과 두려움이 깨끗이 씻겨 나간다.
앞, 뒤 면지에는 각각 먹구름 낀 하늘과 뭉게구름이 몽실몽실한 하늘을 그려 넣었다. 덕분에 태풍의 전후 분위기가 책의 처음에서 끝까지 완성도 있게 전달된다. 작가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폭풍우를 다룬 또 다른 그림책 <허리케인>
폭풍우를 주제로 한 또 다른 그림책으로 <허리케인>이 있다. <여름휴가 전날 밤>이 태풍이 오기 전의 과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반 이상을 허리케인이 지난 간 이후의 일들을 다루는 데 할애했다(이 책도 올해 개정돼 출간됐다. 제목은 바뀌지 않았다).
허리케인을 쓴 데이비드 위즈너는 글 없는 그림책의 대가로 불린다. <구름 공항>, <시간 상자>가 대표적이다. 그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허리케인>에는 글이 있다. 그것도 생각보다 많이.
창밖을 내다보는 조지와 데이비드는 허리케인이 두려운 동시에 궁금하다. 허리케인은 마당에 있던 커다란 느릅나무 두 그루 중 하나를 통째로 쓰러뜨린다. 조지와 데이비드의 상상 속에서 나무는 정글로 배로 우주비행선으로 변신한다.
다음날, 어떤 아저씨가 옆집 마당으로 넘어간 나무를 자른 뒤 치워 버린다. 아쉬운 조지와 데이비드는 살아남은 느릅나무 옆에서 다음 폭풍우를 기다린다. 나머지 한 그루마저 쓰러지길 기대하며 또 다른 상상의 나라로 떠날 계획을 짠다.
허리케인에 쓰러진 나무를 보며 바로 놀 궁리를 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놀라웠다. 아이들이 내내 그곳에서 놀 동안 말리지 않은 부모도 칭찬하고 싶었다.
<여름휴가 전날 밤>은 일본을, <허리케인>은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여름휴가 전날 밤>의 '나'는 태풍을 쫓아내고 싶어 하지만, <허리케인>의 '조지'는 허리케인의 눈 한가운데로 들어가 얼마나 조용한지 알아보고 싶어 한다.
공통점도 많다. 그림책에서 아이들은 폭풍우를 매개로 환상여행을 떠난다. '나'는 태풍을 쫓아내는 꿈을 꾸고, '조지'와 '데이비드'는 허리케인으로 쓰러진 나무에서 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같다. 둘 다 고양이가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나는 것이 흥미롭다. 폭풍우를 겪는 것이 인간만이 아님을 기억하게 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하늘은 쨍하지만 바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힌남노의 예상 경로를 보니 시골에서 농사짓는 시부모님이 걱정이다(걱정이 앞서는 난 어쩔 수 없는 어른인가 보다). 많은 피해 없이, 무사히 태풍이 지나가길 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다치지 않기를, 태풍이 지나간 후 맞이하는 맑은 하늘에도 감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 <여름휴가 전날 밤> 표지아무리 봐도 <여름휴가 전날 밤>보다는 <태풍이 온다>가 더 잘 어울린다. ⓒ 북뱅크
출판사가 바뀐 탓일까? 무슨 사정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뀐 제목이 좀 아쉽다. 일본어 책의 원제도 <Taifu ga kuru>(태풍이 온다)인데 말이다. 참고로 출판사가 해외의 책을 들여올 때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제목을 바꾸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Where the Wild Things are)가 대표적이다.
목탄 하나로 태풍이 오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여름휴가 전날 밤>은 제목처럼 여름휴가 전날 밤에 태풍이 온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아이가 여름휴가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지, 태풍이 와서 얼마나 속상한지, 태풍이 오기 전의 긴장감 등을 묵직한 흑백 그림으로 표현해 몰입감을 높였다.
▲ <여름휴가 전날 밤>의 마지막 펼침면작가는 이 장면에서만 색을 사용했다. ⓒ 북뱅크
머니머니 해도 이 그림책의 백미는 마지막 펼침면이다. 내내 흑백의 세상을 보여주던 작가는 이 장면에서만 하늘색을 사용해 청명한 날씨를 표현했다. 창밖의 맑은 하늘을 보면 태풍이 몰고 왔던 모든 긴장과 두려움이 깨끗이 씻겨 나간다.
앞, 뒤 면지에는 각각 먹구름 낀 하늘과 뭉게구름이 몽실몽실한 하늘을 그려 넣었다. 덕분에 태풍의 전후 분위기가 책의 처음에서 끝까지 완성도 있게 전달된다. 작가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폭풍우를 다룬 또 다른 그림책 <허리케인>
▲ <허리케인> 표지조지와 데이비드 그리고 고양이가 함께 폭풍우 치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 미래아이
폭풍우를 주제로 한 또 다른 그림책으로 <허리케인>이 있다. <여름휴가 전날 밤>이 태풍이 오기 전의 과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반 이상을 허리케인이 지난 간 이후의 일들을 다루는 데 할애했다(이 책도 올해 개정돼 출간됐다. 제목은 바뀌지 않았다).
허리케인을 쓴 데이비드 위즈너는 글 없는 그림책의 대가로 불린다. <구름 공항>, <시간 상자>가 대표적이다. 그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허리케인>에는 글이 있다. 그것도 생각보다 많이.
창밖을 내다보는 조지와 데이비드는 허리케인이 두려운 동시에 궁금하다. 허리케인은 마당에 있던 커다란 느릅나무 두 그루 중 하나를 통째로 쓰러뜨린다. 조지와 데이비드의 상상 속에서 나무는 정글로 배로 우주비행선으로 변신한다.
다음날, 어떤 아저씨가 옆집 마당으로 넘어간 나무를 자른 뒤 치워 버린다. 아쉬운 조지와 데이비드는 살아남은 느릅나무 옆에서 다음 폭풍우를 기다린다. 나머지 한 그루마저 쓰러지길 기대하며 또 다른 상상의 나라로 떠날 계획을 짠다.
허리케인에 쓰러진 나무를 보며 바로 놀 궁리를 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놀라웠다. 아이들이 내내 그곳에서 놀 동안 말리지 않은 부모도 칭찬하고 싶었다.
▲ <허리케인>의 한 장면나무로 변한 배와 바다의 모습이 실감난다. ⓒ 미래아이
나무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둘만의 장소였지요. 그곳은 비밀스러운 꿈을 펼칠 만큼 컸고, 또 모험이 두렵지 않을 만큼 작기도 했어요.
<여름휴가 전날 밤>은 일본을, <허리케인>은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여름휴가 전날 밤>의 '나'는 태풍을 쫓아내고 싶어 하지만, <허리케인>의 '조지'는 허리케인의 눈 한가운데로 들어가 얼마나 조용한지 알아보고 싶어 한다.
공통점도 많다. 그림책에서 아이들은 폭풍우를 매개로 환상여행을 떠난다. '나'는 태풍을 쫓아내는 꿈을 꾸고, '조지'와 '데이비드'는 허리케인으로 쓰러진 나무에서 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같다. 둘 다 고양이가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나는 것이 흥미롭다. 폭풍우를 겪는 것이 인간만이 아님을 기억하게 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하늘은 쨍하지만 바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힌남노의 예상 경로를 보니 시골에서 농사짓는 시부모님이 걱정이다(걱정이 앞서는 난 어쩔 수 없는 어른인가 보다). 많은 피해 없이, 무사히 태풍이 지나가길 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다치지 않기를, 태풍이 지나간 후 맞이하는 맑은 하늘에도 감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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