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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초려' 끝 비대위원장 수락한 정진석... "독배라서 안 피했다"

비대위원장 바통 이어받은 5선 중진 국회부의장... "이준석? 못 만날 이유 없다"

등록|2022.09.07 17:24 수정|2022.09.13 14:26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참 이게, 축배라면 계속 거절을 하겠는데... 독배니까 더 이상 피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5선)이 '독배'인 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수락했다. 제21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을 맡고 있는 정진석 의원은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비대위원장 수락 기자회견을 열고 "할 수만 있다면 지난 몇 달 간의 당 내분을 지우개로 지우고 싶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수 있도록, 집권여당부터 정신을 차리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는 "다들 비대위원장을 독배라고들 한다. 저는 독배라서 더 이상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당을 신속하게 정비하겠다. 윤석열 정부가 힘차게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오르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명을 다하겠다"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은 뒤 카메라를 향해 고개와 허리를 숙였다. 이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1번의 전화와 세 번 직접 방문하는 '사고초려' 끝에 결정이 된 것이다.

"4년 동안 끊었던 담배도 피워... 윤핵관 평가는 의문"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은 앞서 국회 본회의를 마친 직후 의원총회를 열고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정진석 의원을 추대했다. 이날 김웅 의원을 제외하고는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한 의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을 모시기로 의원총회에서 결정을 했다"라며 "이번에 새로운 비대위원장 후보로 제일 처음 떠오른 인물이 정진석 부의장이었다. 그런데 정 부의장이 여러 이유를 대며 고사를 했다"라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그 다음 접촉한 외부 인사께서 '당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리고 잘 모르는 당에 와서 내가 비대위원장을 하면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완강하게 고사를 하셨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래서 오늘 다시 정 부의장과 통화도 하고, 제가 세 번이나 방에 찾아가서 설득을 했다"라며 "당의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의원들 신임을 받아 국회부의장도 하는데 당이 가장 어려울 때 좀 도와주셔야 된다. 책임을 져야 된다'라고 계속해서 설득을 했다"라고 부연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랬더니 (정진석 의원이) 4년 동안 끊은 담배도 피우며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절하다가, 조금 전 세 번째 찾아갔더니 마지막에 승낙을 해주셨다"라고 덧붙였다.

정진석 의원이 비대위의 키를 쥐게 되는 것 역시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인사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그는 "정 부의장이 대통령 선거 경선과 본선에서 선거대책위 직책을 맡은 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당원으로 윤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고,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다"라며 "그런 걸로 (정 의원을) '윤핵관'이라 평가할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바로 1시간 전에 결심... 저도 멍한 상태라 정리를 좀 해봐야 한다"

이후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기자들과 만난 정 의원 역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윤핵관'이니 뭐니 하는 표현을 (나도) 들었잖느냐"라며 "그런 갈등과 분열이 노정된 상황에서, 제가 나서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자문을 수없이 했었다. 그런 맥락에서 고사를 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바로 1시간 전에 결심을 했다"라며 "1차 비대위 때부터 계속 비대위원장 제의를 받아왔지만, 제가 맡는 것이 이 시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정중하게 고사를 해왔다"라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고백한 것.

그는 "당외 인사를 섭외해서라도 당을 빨리 정상화시키려고 했지만 여의치 못했던 것 같다. 최종적으로 저에게 다시 또 간곡하게 요청을 해왔다"라며 "우리는 보수당 아닌가? (제 생각에) 보수는 책임이다. 국정운영에 대한 무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그런 다짐으로 수락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새 비대위 방향이나 구체적인 비대위 인선, 차기 전당대회 시점 등에 대해서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라며 "저도 좀 멍한 상태라 정리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죄송하다"라고 말을 아꼈다. 당초 국민의힘이 정한 시간표에 따라 비대위 출범을 하기 위해서는 오는 8일까지 비대위원 인선을 마무리하고, 예정된 상임전국위원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그는 다만 "아마 이달 안에 새 원내대표가 선출될 것"이라며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가 출범한 후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 측과의 소통이 있었는지도 질문이 나왔으나, 정 의원은 이를 부인했다.

"저 그렇게 모난 사람 아니다... 이준석과 못 만날 이유 없다"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편, 새 비대위원장과 비대위를 향해서도 이준석 전 대표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법적 대응을 예고한만큼 이에 대한 질문들도 쏟아졌다. 정 의원은 특히 이준석 전 대표의 우크라이나 출국 등을 두고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며 갈등한 바 있다(관련 기사: 5선 '윤핵관'과 이준석 대립 격화... 결국 육모방망이까지 등장).

앞서 권 원내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의 행태에 대해서 우리 당원 누구나 비판할 수 있다"라며 "(단지) 비판했다고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이 전 대표 입장에서 보는 측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정진석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을 사랑한다는 마음이 있다면, 저는 계속되는 이 분열과 갈등상황을 이어가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좀 해주기를 요청드리고 싶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 전 대표 측이 추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데 대해서도 그는 "누가 뭐래도 당은 절체절명의 비상상황"이라며 "이 비상상황에 대해서 명확히 당헌당규를 개정함으로써 새롭게 규정한 이상, 법원에서도 바른 판단을 내려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준석 전 대표 측과 최근 통화한 적은 없다면서도 "아직 계획이 잡혀 있지 않지만, 누구라도 못 만날 이유가 없다"라고도 강조했다. 정 의원은 "당을 안정화시키고 정상화시켜서 새롭게 결집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저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라며 "23년 동안 정치해오면서 통섭의 정치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계파에 치우친 정치인도 아니었고, 늘 통합정신을 앞세워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에, 누구와도 대화하는 데 장애가 없을 것"이라고 열린 자세를 보였다.

이후 자리를 떠나면서도 이 전 대표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는 말에 "제가 그렇게 모난 사람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은 선택사안이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지점을 놓고 우리가 같이 고민해볼 수 있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준석 전 대표가 주도해 출범시킨 혁신위원회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으나,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는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변화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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