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노란봉투법 발의... "비극을 끝내자"
이은주 대표 발의에 국회의원 55명 동참... 여당·재계 반대에 민주당 입장도 변수
▲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은주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한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회사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법이다. ⓒ 공동취재사진
"비극을 끝내기 위해, 저는 이 분들과 함께 '노란봉투법'을 발의한다."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옆에는 김형수 대우조선해양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지회장, 김득중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이상규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이 함께했다. 세 사람 모두 사용자 혹은 국가로부터의 막대한 손해배상청구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단식 투쟁 끝에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을 주도했던 정의당이, "이번 겨울을 '옐로우 윈터(Yellow Winter)'로 만들겠다"라며 이번 정기국회 주요 의제로 '노란봉투법'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은주 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노조법의 2조와 3조의 개정을 그 골자로 한다. 파업 이후 사용자가 개별 노동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남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입법 취지이다.
천문학적 손해배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정신과 진료도
▲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은주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한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회사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법이다. ⓒ 공동취재사진
이 위원장은 "우리 헌법에는 노동3권이 존재한다. 자율결사는 다원적 민주주의의 기반이며, 우리 헌법에 등장하는 자율결사조직은 정당과 노동조합 딱 둘 뿐"이라며 "하지만 헌법에 노동3권이 있고,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노동조합을 하고 쟁의하는 것은 여전히 '목숨 내놓고', '인생 거는 일'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선진국에서는 법률 체계에서만 존재할 뿐 사실상 사문화된 손배가압류가 2022년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쟁의 후에 따라 붙는 루틴이 되고 말았다"라는 주장이었다.
이은주 위원장은 특히 "최근 노동현장의 손배소는 하청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하청업체에 노조가 생기면 싹을 자르기 위해 원청 기업 측이 손배소를 남용하는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변화된 노동시장의 현실에 맞게, 노동시장의 약자라 할 수 있는 하청과 특수고용, 플랫폼 등 비정형·간접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보장되도록, 근로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원청에 대한 파업이 시작부터 불법으로 낙인 찍히는 일이 없도록, 원청기업에 대한 교섭과 쟁의가 가능하도록 했다"라며 "노동쟁의를 근로조건 및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 주장의 불일치로 발생한 분쟁상태로 규정하여, 현재 임금 및 근로조건만으로 좁게 해석되고 있는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혔다"라고 말했다.
또한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단체교섭,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또는 가압류를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라며 "특히 쟁의행위가 노동조합에 의하여 계획된 것이라면 개별 근로자에게는 손배와 가압류를 신청할 수 없도록 했다"라고 부연했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김형수 지회장은 "힘들고 더럽고 목숨 걸어야 하는 일들, 대우조선해양에서 우리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라며 "유최안 부지회장이 들어가 있던 그 작은 철제감옥은 야만적인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모습이다. 그것도 모자라,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에게 473억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천문학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얼마 전 대우조선해양은 방만한 경영으로 900억 원의 손실을 냈지만, 일상적인 일이라면서 손실 처리했다고 한다. 과연 누가 대우조선의 존폐를 흔드는 자들인가?"라고도 따져 물었다.
국회에서 쌍용차 사태에 대한 국가손배소 철회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김득중 지부장은 여전히 13년째 법정 투쟁 중이다. 김 지부장은 "47억 원의 손해배상 원금이 지금 20% 가까운 법정지연이자가 붙어서 124억 원이 됐다"라며, 세상을 떠난 동료 그리고 파업 사태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상황을 전했다. 이상규 지부장 역시 현대제철의 불법파견이 적발되었음에도, 직접고용을 요구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청구된 246억1000만 원의 손해배상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민주당도 일단은 호응하고 있지만...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날 이은주 위원장은 "8월 무더위가 시작될 때 서명을 받기 시작한 법을 어제 제출했다"라며 "다행히 그 사이에 저의 법안 취지와 유사한 법안들이 동료의원 여러분들에 의해 발의되기도 했다. 좋은 법안들로 지혜가 모였고 이제는 숙의와 결단의 시간인 온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해당 법안에는 모두 56명의 국회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정의당 의원들만이 아니라, 민주당 다수 의원이 함께한 덕분이었다.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도 동참했다.
그러나 실제 본회의 통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재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거세고, 여당인 국민의힘도 해당 법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랑봉투법을 22대 개혁 입법 과제로 선정하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온전히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과정에서도, 정의당과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대 양당이 '누더기'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거세게 받았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제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과정에서의 아쉬움, 계속해서 이어지는 개악 의도, 그런 부분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것은 맞다"라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어떻게 통과되었는지 복기가 필요하다. 여기 계신 기자 여러분들과 시민 여러분들의 응원과 관심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의 정의당 지도부 방문 당시 발언도 상기시켰다.
한편,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책조정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우리 당의 주요 입법 과제로 (노란봉투법을) 추진한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라면서도 "모든 불법행위를 조건 없이 용인하겠다는 태도는 전혀 아니고, 정당한 노동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 사례나 해외입법사례를 깊이 검토하고 논의를 깊이 있게 해서 입법 의지를 갖고 준비하는 단계"라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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