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일 총리 찾아가 성사된 30분 '약식회담'
테이블과 국기, 준비 안돼...대통령실 "첫 걸음 뗐다는 데 의미"... 한일 관계 정상화 '글쎄'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2022.9.22 ⓒ 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만났다. 2년 10개월 만에 대화의 물꼬를 텃다고는 하지만, 한일 관계 정상화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유엔(UN)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현지시각으로 낮 12시 23분부터 30분간 유엔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와 약식회담을 갖고,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이번 만남에 대해 "양 정상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상호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해 나가자는 데 공감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양 정상은 최근 핵무력 법제화,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양 정상은 현안을 해결해 양국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외교 당국간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 당국에 지시하는 동시에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양 정상은 정상 간에도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어쨌든 양 정상 만나서 첫 걸음 뗐다는 데 큰 의미"
이로써 한-일 정상 간의 '대화 물꼬'는 텃다. 하지만 이번 '약식회담'이 성사되기까지 겪었던 진통을 본다면, 한일 관계가 '정상화 됐다'고 보기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우선, 이날 한일 정상의 약식회담은 윤 대통령이 직접 기시다 총리가 있는 장소로 찾아가는 형식이었다. 회담 장소는 뉴욕 맨해튼 유엔총회장 인근의 한 빌딩이었고, 여기에서 열린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친구들' 행사에 기시다 총리가 참여하고 있었다. 이곳으로 윤 대통령이 찾아가 대면 회담이 이뤄진 셈이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직접 찾아가는 의지를 보였음에도 일본 측에서 회담 장소에 테이블과 국기 등을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20년 10개월 만에 한일 정상이 30분간 회담을 했으나 '약식회담'으로 남게 됐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욕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첫걸음을 떼었다"면서 "2년 10개월 만에 굉장히 한일 간에 여러 갈등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양 정상이 만나서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는 데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약식회담이 이뤄진 건물은 윤 대통령이 묵는 호텔에서 걸어서 약 11분, 기시다 총리가 묵는 호텔에서는 걸어서 약 6분이 거리에 있었다. 회담 직전 윤 대통령이 해당 건물로 들어서는 장면이 기시다 총리를 취재하려 대기하던 일본 기자들에게 포착되기도 했다. 영상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이 끝나고 걸어서 숙소로 향했고 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 빌딩에서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관련 회의가 있었고, 거기에 기시다 총리가 참석을 해서 일본 기자들이 수행을 했었다. 일본 기자들이 취재했었다"면서 "거기에 윤 대통령이 방문을 하면서 일부 일본 취재진에게 노출된 면이 있지만 실제 사전에 장소가 우리 기자들한테 공지가 안 되고 일본 쪽에 공지가 되고 이랬던 건 아니다. 그 점에 있어서 오해가 없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다"고 취재진에게 해명했다.
순탄치 않았던 '한일 정상 만남' 성사... 우여곡절 끝에 이뤄져
이번 한일 정상의 약식회담이 이뤄지기까지 실제로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순방 출국 전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게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했고,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할 지는 정하지 않았다"면서 한일정상회담 성사를 밝혔다(관련 기사 : 윤 대통령 두 번째 순방 열쇳말? "자유·연대, 경제안보, 기여외교" http://omn.kr/20px3 ).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등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언론들이 잇따라 보도했다(관련 보도 : 해외순방 시작, 런던으로 떠난 윤 대통령... 한일정상회담은? http://omn.kr/20qwr ).
이후 대통령실은 회담 개최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노코멘트"로 대응하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회담 시작되기 4시간여 전에 있었던 현지 브리핑에서도 회담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통상적인 일정만 언론에 공지했다.
이번 한일 정상의 약식회담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양국 어느 기자도 회담장에 입장하지 않고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에는 풀단(취재 공유 그룹)이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양측 모두 전속 사진사만 들어갔다. 그리고 회담 시작 2분여 후인 낮 12시 25분쯤 대통령실이 언론 공지를 통해 현지 순방취재단에게만 회담 시작을 알렸다.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만남. 이 자리에서 현안 해결을 위한 양국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 당국에 지시하는 동시에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순탄치 않았더 과정을 되짚어보면 향후 순조롭기보다 여전히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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