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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톤트럭 100대 조화 쓰레기... 대전현충원은 기후악당?

[살아있는 역사교과서 대전현충원 67] 환경오염 문제 악화에 환경단체 등 "추모문화 개선해야"

등록|2022.09.26 05:14 수정|2022.09.26 05:14

▲ 연간 100t의 쓰레기가 발생해 환경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의 조화. ⓒ 심규상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연간 배출되는 조화(모형 꽃) 쓰레기가 연간 약 100t에 달해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전현충원에는 9월 현재 13만8000여 위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다. 묘소와 묘비 앞에는 화병이 각각 마련됐다. 참배객들이 꽃을 구입해 화병에 꽂거나 묘비 앞에 놓는데 대부분 조화다. 대전현충원 내 보훈매점 관계자도 "매점에서 판매하는 여러 물품 중 조화가 전체 판매량의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보훈매점은 전몰군경유족회가 운영하고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조화 또한 색이 바래거나 낡아 폐기해야 한다. 대전현충원 측에 따르면, 이렇게 수거해 버리는 조화 쓰레기 양이 연간 약 100t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1t 트럭 100대 분량으로 일주일에 2대씩 처리해야 가능한 수준이다. 처리비용도 연간 약 4000만 원에 이른다.

국립서울현충원의 경우 연간 1억 5000만 원의 자체 예산으로 조화를 수입해 현충일과 국군의 날에 헌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조화 쓰레기는 연간 10여t 정도다.

플라스틱 조화는 3개월 이상 지나면 풍화돼 공기 중에 미세플라스틱 먼지가 날려 인체에 영향을 미치고 묘지 주변 토양도 중금속에 오염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때문에 조화가 국립묘지 내 환경오염과 쓰레기를 양산하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조화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과 철사(철심), 비닐로 구성돼 있어 분리수거와 재활용 둘 다 쉽지 않다. 대전현충원은 조화 쓰레기를 용역업체에 의뢰해 소각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화를 꽂는 이유는 생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존기간은 길고 가격이 저렴해서다. 내부 보훈매점과 도로변 노점에서도 조화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현충일이나 추석 등 명절이 되면 참배객과 성묘객이 새 조화를 사오는 바람에 기존의 낡은 조화를 버리면서 쓰레기양이 대폭 늘어난다.
 

▲ 대전현충원 안 보훈매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조화. ⓒ 심규상


화병 교체, 무궁화 1묶음 꽃기 운동 등 해법 모색
     

해법은 쉽지 않다. 화훼농가 등에서는 조화 대신 생화를 꽂자고 제안하고 있다. 생화를 사용하면 농가에서는 소득도 올리고 꽃은 이후 자연으로 돌아가 쓰레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가끔 생화를 놓는 경우도 있는데 고라니 등 산짐승이 몰려와 꽃대를 끊어 먹는 데다 이틀만 지나면 썩어서 냄새를 풍긴다"며 "만약 전부 다 생화로 헌화할 경우 또 다른 쓰레기 문제를 양산한다"고 우려했다.

조화 반입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이마저 번번이 좌절됐다. 대전현충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전직 고위공직자는 "조화를 없애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조화를 파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우를 해야 한다는 특유의 문화도 있어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전현충원 측은 고심 끝에 조화 사용을 줄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플라스틱 재질의 화병을 돌 재질의 화병으로 교체하면서 기존보다 화병 입구를 좁게 만들어 조화를 한 묶음만 꽂게 해 자연스럽게 양을 줄이는 방법이다. 올해부터 화병 교체작업을 시작했다. 매년 2만기씩 오는 2026년까지 묘역 내 화병을 모두 교체할 계획이다.

실제 현재 플라스틱 재질의 화병은 지름이 7.5cm다. 참배객들은 화병을 꽉 채우기 위해 평균 4∽5 묶음의 조화를 꽂아 놓았다.  대전현충원 측이 돌 재질로 만든 화병은 지름이 4cm 다.
  
다른 하나는 '무궁화 1묶음 꽂기 운동'이다. 말 그대로 국립묘지의 특성을 고려해 조화를 나라 꽃인 '무궁화'로 통일하고 한 송이만을 꽂자는 캠페인이다. 최근 찾은 대전현충원은 화병 교체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교체한 돌 화병에도 평균 2∽3 묶음의 조화가 꽂혀 있었다. 화병 교체가 조화 양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지만 큰 변화는 아니었다.

충남 강경에서 왔다고 밝힌 한 참배객은 "교체한 돌 재질의 화병도 생각보다 크기가 크고 입구(4cm)도 넓다"며 "화병의 크기와 입구 모두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화병 크기나 입구와 무관하게 주변을 조화로 치장한 묘소도 많았다. 대전현충원의 한 묘소의 경우 수 십여 묶음의 조화로 뒤덮여 있었다.

환경단체에서는 '무궁화 1묶음(조화) 꽂기 운동'을 '무궁화 한 송이(생화) 또는 국화 한 송이(생화) 꽂기 운동'으로 대체하는 등 조화 반입이나 판매 자체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현충원 묘역에 꽃을 헌화하는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내부 관계자 역시 "유족들이 조화가 바람에 날리기만 해도 조화가 없어졌다며 민원을 제기한다"며 "의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의 전직 고위공직자는 "조화가 없으면 현충원이 얼마나 깨끗해질지 생각해보라"라면서 "환경오염 등을 떠올리며 우리 특유의 보여주기식 겉치레 문화를 고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국립대전현충원은 올해부터 입구가 좁은 돌 재질의 화병으로 교체작업을 시작했다. ⓒ 심규상

 

▲ 조화를 근절해 보여주기식 겉치레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대전현청원 한 묘지 앞에 조화가 쌓여있는 모습. ⓒ 심규상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민미디어마당사회적협동조합 누리집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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