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줌싸개가 대궐에 들어가서 얻은 중요한 교훈

등록|2022.09.23 11:13 수정|2022.09.23 11:13

▲ <오줌싸개 달샘이의 대궐 입성기> 표지를 촬영했습니다. ⓒ 최연숙


<오줌싸개 달샘이의 대궐 입성기>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외적인 조건보다 마음 씀씀이라는 것을 말하는 동화다. 그것도 유쾌·통쾌·상쾌한 옛이야기 느낌으로 말이다.

신분이 엄격하게 나눠져 있던 조선시대, 낮은 신분인 거름장수 아들로 태어난 달샘이는 밤마다 이불에 오줌을 싸는 오줌싸개이다. 그래서 집안에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만 씩씩한 달샘이는 기죽기는 커녕 동변군에 자원하여 궁에 들어가게 된다. 내의원인 봉침의원이 오줌을 약재로 쓰고자 동변군이 될 아이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동변군은 내의원에서 약재가 되는 오줌을 누는 사내 아이들을 이르는 말이다.
봉침의원은 귀하고 값비싼 약재만 취급하는 다른 의원들과는 달리 오줌, 손톱 같은 것으로 약을 만들려고 한다. 약재에 귀하고 천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약값이 비싸 변변한 약 한 번 써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 때문이다.

당연히 대궐에는 봉침의원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달샘이도 곤경을 겪게 된다. 하지만 달샘이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제목처럼 동변군이 되어 당당히 대궐에 입성한다.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달샘이는 사람은 어떻게 태어나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봉침의원이 오줌을 약재로 쓰려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오줌은 더럽고 냄새나지만 어떻게 쓰이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그냥 오물로 남기도 한다. 어진 임금을 비롯하여 가난한 백성을 위해 약재를 개발하는 봉침의원의 마음을 달샘이가 보았기 때문이다.

달샘이가 여러 사건을 겪고 대궐에 안착하는 이야기는 힘 있게 죽죽 펼쳐진다. 권선징악, 해피엔딩의 구조를 갖고 있어서 자칫 유치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약한 존재가 곤경을 헤쳐 해피엔딩에 이르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준다. 아마 그 힘으로 이 땅에 살았던 수많은 민중들이 갖은 시름을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달샘이의 이야기 역시 스스로를 천덕꾸러기라고 여기고 있을 수많은 아이들에게 용기와 힘을 줄 것이다. 또한 달샘이 이야기는 흔히 보는 성공 스토리, 그러니까 '이 사람을 봐라. 그러니 너희들도 노력해라' 내지는 '노력하지 않는 자는 실패자'라고 은연 중에 말하는 성공 스토리와는 궤를 달리 한다.

달샘이가 마침내 도달하는 지점은 다른 사람을 도우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람에게는 마음씀씀이가 가장 중요하다는, 너무도 당연해서 오히려 잊기 쉬운 진실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회가 요구하는 외적인 조건에 부합하려고 애쓰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 이 동화는 그런 기준에 못 미쳐 스스로를 천덕꾸러기로 여기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외적인 조건이 아니라 마음 씀씀이라고, 기죽지 말고 씩씩하게 살아가라고 등을 토닥여준다.

하루하루 새로운 이야기, 기발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더 기발해야만 더 새로워야만 기막힌 반전이 있어야만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때문일 것이다. 홍수같이 이야기가 쏟아지던 지금, 이야기의 진정한 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한 줄 한 줄 글귀가 쌓여 마침내 집을 짓는 감동과 교훈, 등장인물을 통해 얻게 되는 용기, 그런 것들이야말로 진정한 이야기의 힘은 아닐까? 천덕꾸러기, 오줌싸개 달샘이 이야기처럼 말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