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가로막는 인공터널, 주민 위해 보행로 만들어달라"
청양군 청수리 주민 서부내륙고속도로 보행로 설치 요구... 시공사 "변경 어렵다"
▲ 인공 터널 예정지로 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주민들은 터널이 완공되고 그 안에 보행로를 설치할 경우 대형 차량의 교차운행이 어려워 질수 있다고 주장했다. 터널 외에 별도의 보행로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이재환
최근 공사가 진행 중인 충남 예산과 청양 등에서 평택-부여-익산을 잇는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보행로 설치 문제와 관련해 업체와 주민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로 청수리 마을 앞에는 폭 6.8m, 높이 4.8m, 길이 71m의 인공터널이 건설될 예정이다. 인공터널 위로는 흙이 약 11m 더 쌓인다. 주민들과 공사업체 측에 따르면, 터널 위쪽에는 졸음쉼터가 설치될 계획이다. 터널이 71m로 비교적 긴 이유다.
이번 공사는 민간 투자사업으로 서부내륙고속도로의 공사비용은 민간사업자가 부담하고 토지수용은 국가가 책임진다. 공사 과정에서 민간사업자 측은 교각 대신 흙을 쌓아 올리는 성토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는데, 주민들은 성토 공사로 기존의 통행로가 사라지거나 좁아지고 시야가 가려진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주민 안전을 위한 보행로가 확보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청양 읍내뿐 아니라 마을회관에 갈 때도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인공터널의 폭이 6.8m에 불과해 터널 안쪽보다 바깥쪽에 별도의 보행로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가뜩이나 좁은 터널 안에 보행로까지 설치할 경우 도로의 폭이 좁아져 덤프트럭과 버스 등 대형 차량의 교차 운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사진 노란색 박스 표시가 인공 터널의 위치이다. 그 주변과 위쪽은 성토가 될 예정이다. 성토가 모두 끝나면 마을의 경관이 완전히 가려지게 된다. ⓒ 이재환
주민 A씨는 "공사업체 측에서는 터널 안쪽에 보행로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터널 안에 보행로를 설치할 경우 도로 폭이 6.8m에서 5m 정도로 좁아진다. 그렇게 되면 트럭과 버스 등 대형차량의 교차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보행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부터 교각으로 설계하고 공사를 진행했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도 않았을 거다. 우리 주민들은 터널 옆에 별도의 토끼굴을 설치하고 보행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 B씨도 "우리 마을은 시골이다 보니 노약자들이 많다. 마을 노인들은 소형 전동차를 타고 마을회관까지 이동한다. 터널 공사가 완공되면 마을 회관에 갈 때도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라며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터널 안쪽이 아닌 바깥쪽에 별도의 보행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터널이 완공되면 마을이 터널로 가려져 경관을 망치게 된다"면서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할 생각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안전까지 무시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의 요구에 공사업체 측은 난색을 보였다. 서부내륙고속도로 청수리 공사 현장 업체 관계자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문제제기가 있었다면 타협의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공사가 많이 진행된 상황"이라며 "이미 기초 공사가 끝났다. 별도로 통로박스(토끼굴)를 설치할 공간이 없는 상태다. 주민들과는 다양한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터널 외에 추가로 보행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토지수용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확보된 토지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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