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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싫어증'에 걸린 나에게 가수 키가 준 처방전

'나 혼자 산다'에서 일일 뉴스 진행자로 나선 키를 보며

등록|2022.09.30 10:31 수정|2022.09.30 10:31
지난 주말 TV를 보다가 샤이니의 키가 뉴스 방송에 출연한 <나 혼자 산다>를 잠시 보게 되었다. 키는 그동안 <MZ세대의 식테크>, <보양식 재료 가격 인상> 등 뉴스에 '나 혼자 산다' 방송 장면이 자료 화면으로 5회 가량 나왔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이번엔 직접 뉴스에 출연해 진행까지 한다고 했다.
 

나 혼자 산다 464회 나 혼자 산다 464회 샤이니 키 뉴스 출연ⓒ MBC ⓒ MBC


평상시 아이가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를 자주 보기도 했어서 익숙했다. 고정으로 출연하는 방송에서 모르는 댄스가 없어서 '안무복사기'라는 별명을 가진 키여서 과연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로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기도 했다.

16년차 가수 키의 마인드 컨트롤

뉴스를 앞둔 키는 새벽에 잠도 안 자고 부기 뺀다고 운동을 하질 않나 꼬박 밤을 새우고 출근을 해서도 혀가 꼬이도록 연습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리허설 때 리포트해야 할 기사의 숫자와 발음으로 지옥을 경험한 것이다.

그가 전한 뉴스는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 초대작 '다다익선' 재가동' 소식과 '부모님께 올리는 궁중 잔치 '창경궁 야연'' 이 두 가지였다. 백남준의 작품 '다다익선'의 천 세개의 모니터 중에 손상된 737대는 수리되고, 더는 쓸 수 없게 된 266대는 LCD 평면 모니터로 교체되었다는 리포트에서 숫자를 "칠백삼십 칠"이 아닌 "칠백 서른 일곱대", "이백 육십 육"이 아니라 "이백 예순 여섯"이라고 읽어야 했다.

게다가 '궁중 잔치 창경궁 야연'의 발음은 또 어떤가. 와우. 긴장감에 밤을 꼬박 새우고 출근해서 생방송으로 읽어 내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난이도가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정확하게 읽어야 하는 숫자 지옥에서 그는 얼굴이 창백해지기까지 했다. 연습을 하고 연습을 하고 또 연습을 했다.
 

샤이니 키의 마인드 컨트롤 나 혼자 산다 464회 ⓒ MBC나 혼자 산다 464회 ⓒ MBC 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는 키 ⓒ 나혼자산다 464회ⓒ MBC


데뷔가 2006년이라고 했으니 벌써 16년차 가수이다. 무대에서 베테랑이겠지만 뉴스는 다른 영역이니 그도 당연히 무척 떨렸을 것이다. 아무리 방송을 오래 한 경력직이라도 긴장되고 어려운 일일텐데 말이다. 이런 초긴장의 상황을 맞이한 그의 행동을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그의 영업비밀은 무대 직전 마인드 컨트롤이었다.

"난 괜찮아."
"난 못하는 게 당연한 거야."


이 말들에 괜히 눈물이 핑돌았다(아무래도 갱년기인가 보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실수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잘 하는 건 기본이고 실수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물론 간혹 실수를 하긴 했지만 그런 순간에도 나는 나를 채찍질 했다.

"절대 실수하면 안 돼.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해" 하면서 나에게 가혹했던 순간들이 생각났다. 선배들은 그랬다. "실수하고 난 다음에 수습하면 돼. 사고 나기 전에는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마~!!!" 말은 쉽다. 남의 일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과연 키는 이 방송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넓은 스튜디오에 의지할 것은 손에 쥔 대본뿐,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드디어 들어온 온에어. 온에어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키는 리허설 때보다는 훨씬 능숙하게 리포트를 했다. 함께 진행하는 아나운서와의 호흡도 좋아 보였다.
 

나 혼자 산다 464회 갈무리 사이니 키 사이니 키가 기사 발음 실수를 사과하는 장면 ⓒ MBC


그러다가 발음 실수를 했지만, 곧바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하고 다시 차분하게 방송을 이어나갔다. 아나운서 출신 전현무도 칭찬한 대처법이었다. "휴~" 방송을 보는 내내 마음을 졸이던 나도 마음 편히 시청을 마무리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사실 요즘의 나는 정말이지 '상 무기력증'이다.

- 직장 생활 : 20년 이상
- 엄마이자 주부 역할 : 10년 이상

게다가 한 직장에서 붙박이장처럼 16년 차이다. 그러다보니 어디 가서 더 이상 떨리거나 긴장 탈 일이 잘 없다. 모든 것은 반복되고 다 귀찮고 하기 싫고 익숙함 그 자체이다. 내가 입사한 그 해에 데뷔한 키의 벌벌 떨리는 손을 보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초보자가 되어야겠다."

외국 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때가 떠올랐다. 말도 못 하고 길도 모르고 물건 하나 사려 해도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 어리바리하던 그 긴장감과 불안감. 그렇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는 것처럼 새롭던 하루하루를 경험했던 순간이 언제였을까? 까마득하다. 기억조차나지 않는다.

무언가 다시 열정을 얻으려면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무언가를 시작해야겠다. 떨리고 무서워도 무언가를 도전해야지. 그런 게 뭐가 있을까? 오늘 한 번 곰곰이 생각하고 도전해 봐야겠다. 손이 덜덜 떨리고, 얼굴이 창백해지고, 긴장에 잠 못 들던 순간을 다시 한 번 내 인생에 맞이해 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에 중복 개제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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