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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한화 매각, 졸속이자 특혜... 검증하자"

금속노조 "조선업에 알맞는 회사인지 살펴야"

등록|2022.09.27 11:28 수정|2022.09.27 13:26

▲ 금속노조는 27일 오전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 금속노조


"재벌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속도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검증이 우선이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2조원에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동조합이 우려를 표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과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정상헌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장은 27일 오전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지난 26일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통매각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에 지분 55.7%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다. 산업은행은 2019년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려고 하다가 유럽연합에서 독과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금속노조는 "돌고 돌아 고른 선택지가 결국은 거대 방산 재벌"이라며 "다른 인수 경쟁자에게도 기회를 준다고 생색냈지만 이미 한화와의 물밑 협상을 다 끝내 말 그대로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황이라는 걸 모두가 안다"고 밝혔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모든 정권이 매각을 시도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여러 기업 중의 하나가 결코 아니다. 세계 조선 시장에서 한국 조선산업의 지위를 떠받치는 기둥 중의 하나다"라면서 정부와 산업은행이 매각을 서두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술과 생산으로 국방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방위산업이다. 무엇보다 한 지역의 경제를 책임지는 중요한 향토 기업"이라며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성공한 정권이라는 지위가 아무리 욕심이 나도 결코 정치인과 관료가 졸속으로 팔아 버려서는 안 되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 "정권이 출범한 지 이제 갓 100일 넘었다. 신임 산업은행 회장도 마찬가지다. 임기는 반년도 못 채웠다"라면서 "이 정권의 조선산업 전망이 무엇인지 어떤 복안을 가졌는지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는데 대우조선해양부터 매각한다고 서두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화그룹을 두고는 "제대로 된 정권이라면 왜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해야 하는지부터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며 "한화도 군사 작전하듯 정권과의 물밑 협상으로 대우조선을 차지할 것이 아니라 왜 자신들이 적임자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인수자금을 조달한다고 모두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선산업을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업이 조선소를 잘 운영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혹시 한화가 다른 생각을 품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이들의 우려도 살펴봐야 한다"라며 "이런 과정을 잘라먹고 속도전을 벌이기 때문에 졸속 매각인 것이다. 왜 한화인지는 설명하지 않고 인수를 강행하니 특혜 매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각 이후 대책과 관련해 금속노조는 "산업은행의 임무는 대우조선을 매각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산업을 지키고 키우라는 산업은행의 존재 이유에 맞게 매각 이후에도 산은은 한화 재벌의 일탈을 방지하고 경영의 정상화에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화는 대우조선을 온전하고도 건실하게 경영하고 지키겠다는 약속해야한다. 총고용을 지키고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약속도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한화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인수와 함께 하청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모두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라. 상생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21년 만의 매각이다. IMF 사태를 지켜봤던 노동자는 이제 정년이 눈앞이다. 21년 전 조선소에 갓 입사한 막내는 중년의 노동자가 됐다. 글자 그대로 청춘을 바쳐 일하고, 지키고 키운 자랑스러운 대우조선해양"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는 현중 재벌의 부당한 합병에 맞서 한 번의 실사도 허용하지 않았다"라며 "한화 재벌로의 매각이라는 현실 앞에서 쇠사슬로 몸을 묶고 정문을 막았던 투쟁의 의지와 각오를 되살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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