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의 설화가 있는 철원 고석정
[강원도 1박2일 여행 ③] 수십만 년 동안 자연이 깎고 다듬어 만들어 낸 위대한 작품
▲ 고석정신라 진평왕 때 10평 정도의 누각을 건립하여 고석정이라 이름 지었다. 정자와 고석바위 주변 계곡을 통틀어 고석정이라 한다. ⓒ 문운주
한탄강 잔도 트레킹을 마치고 고석정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 다음 여정을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하다. 화장실에 들를 틈도 없다. 임꺽정이 힘을 불끈 쥐고 우리를 맞이한다. 너도나도 임꺽정(동상)에 기대고 사진을 찍는다. 여행의 맛이다.
계곡 입구는 돌계단 내리막길이 완만하게 이어지고, 오른쪽에는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 드라마의 안내판 10여 개가 설치되어 있다. 임꺽정, 각시탈, 조선총잡이, 선덕여왕, 허준 등 이 많은 드라마가 촬영된 곳이다고 한다. '1억 년 역사의 숨결과 신비로운 고석바위', 가히 짐작이 간다.
한참 드라마 장면들을 들여다보다가 주위를 보니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걸음을 재촉하여 뒤쫓다 보니 고석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아래쪽 백사장에는 여행객인 듯 몇몇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 경사면에는 고석정이 우뚝 서 있다. 높은 정자에 올라 아름다운 경치를 내려다보며 풍류를 즐겼을 선인들을 생각해본다.
▲ 고석정외로울 고, 돌 석, 정자 정. 고독하게 서 있는 고석바위와 정자라는 뜻일까. ⓒ 문운주
▲ 고석정가운데가 고석바위, 오른쪽이 현무암 절벽, 오른쪽은 화강암 절벽이다. 고석바위 왼쪽 경사면에 정자가 보인다. 고석바위 위에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 문운주
이곳은 용암에 덮이기 전 바닥인 화강암이 현무암 용암류에 덮여버렸다. 주인인 화강암을 쫓아내고 불청객 현무암이 안방을 차지한 셈이다. 한탄강의 침식 작용으로 다시 밖에 드러나게 되었다. 고석바위다. 고석 바위 왼쪽에는 현무암 주상 절리가 수직 절벽을 이루고 오른쪽에는 잔존물인 화감암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고석정을 좀 더 생동감 있게 즐기려면 통통배를 이용해야 한다. 간이 나루터에는 대기하는 사람들로 꽉 차 있다. 15명씩 탈 수 있는 작은 배다. 대략 기다리는 사람들이 100여 명은 된 듯하다. 안 타면 후회할 거라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모두 타기로 했다.
통통배에 올랐을 때는 낮 12시가 지나서였다. 선장님의 해설이 통통 소리에 묻혀 들려온다. 유람선을 타면 주위 비경도 비경이지만 구수한 해설은 그에 못지않다. 임꺽정은 이 일대를 근거지로 활동했다. 왼쪽의 산등성이를 따라 석성을 쌓고 자연 동굴에 은신했다. 선장님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설화)는 계속 이어진다.
▲ 고석정용암이 덮이기 전에는 화강암 지대였다. ⓒ 문운주
▲ 고석정각양각색의 모양을 한 바위들... ⓒ 문운주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화강암으로 빚어낸 돼지코바위, 거북이 바위 등 여러 가지 모양의 바위들이 보인다. 수십만 년을 자르고 깎고 두드리고 다듬어서 만들어 낸 위대한 작품이다. 자연의 신비로운 조화에 그저 놀랄 뿐이다.
바위 위에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고석 바위는 소나무가 있어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철원 9 경중 하나인 고석정이 나에게도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다. 고석정 꽃 축제, 고석정 통통배 등 '고석정'이 철원의 대표적인 관광 브랜드(벨트)가 되길 응원한다.
▲ 고석정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모래 사장에 내려가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 문운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