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대에 올라오는 개우럭 보며 세상 다 가진 듯 '환호'
'20년째 낚시점 운영' 정성자씨가 말하는 만석부두 낚시의 즐거움
▲ 성복낚시 신순임씨와 아세아낚시 정성자씨, 오른쪽 사진은 아세아낚시 정성자씨 ⓒ 아이-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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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부두는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좋은 어린이 책'으로 선정됐을 때 소설 속 배경이 궁금해 가보고 싶었던 장소다. 만석부두에는 86세 고령의 나이로 68년째 낚시점을 운영한다는 신순임(86)씨가 살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신씨를 대신해 20여 년째 다른 낚시점을 하는 딸 정성자(63)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1970년 초까지는 영종도 섬을 오가는 여객선이 하루에 서너 차례씩 다니며 농사지은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을 함지박에 담아 똬리를 머리에 이고 첫 배로 와서 팔았다. 허둥지둥 막배 놓칠세라 다급히 가는 일상들이 허다했다.
갓 태어난 강아지와 새끼 돼지도 여객선 농산물 속에 들어와 팔려나가고 닭과 오리도 두 다리 새끼줄에 꽁꽁 묶인 채 목청이 터져라 홰치는 소리 내며 철썩이는 푸른 바다를 오갔다. 서울로 오가는 곡물을 만석이나 쌓아뒀다 하여 '만석부두'라고 불렸다. 오래전엔 있었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섬의 모양이 괭이갈매기의 주둥이를 닮았다 하여 그 시절엔 주로 "괭이부리선창" 이라 불렀다.
지금의 만석부두는 이용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한 잔교가 놓여져 있고 어선이나 유선이 20여 척에 불과하지만 옛날에는 한두 시간 내에 낚시꾼들이 1300명 이상 출조하고 낚시선박이 70여 척이 넘을 정도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공간이었다.
▲ 만석부두 잔교(왼쪽), 고속정 낚시 배-유선(오른쪽) ⓒ 아이-뷰
바다낚시를 즐기며 아세아낚시를 운영하는 정성자씨는 바다를 모르는 이들에게 선상에서의 하루를 알려주고 싶어 유튜브 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다. 또 바다낚시를 취미로 하는 삶이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한 것인지를 강조해 알려준다.
일출이 시작하기 전 만석부두를 출발해 떠오르는 해를 보며 조식으로 라면을 먹고 갈매기와 향긋한 커피 한 잔에 낭만을 나눠 마신다. 갯지렁이와 미꾸라지를 끼운 봉돌이 주르르 물속깊이 잠수하면 넓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손끝에서 펼쳐진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텅 빈 마음이 되고 한 마리 인어공주가 되어 물고기를 낚는다. 토도독~ 봉돌이 바위를 치다가 까불까불 노래미가 미끼를 건들다가 옆구리에 걸려 올라오고 시꺼먼 개우럭이 덥석 미꾸라지를 삼켜 뱃전으로 나 뒹굴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환호성과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섞여 선상을 뒤흔든다.
파다닥 거리는 지느러미는 부채처럼 펼쳐지고 짠물 방울은 사방으로 튀어도 잠시 후 도마 위에 올려진 물고기는 고추장 속에 빠진 회가 돼 가느다란 목구멍에 미끄러지듯 통과한다.
"크아~ 이 맛이지!"
선상에서 점심을 먹고 달달한 커피 한 잔에 노을을 보며 한두 마리씩 쿨러를 채우다 보면 입항할 시간. 잡은 고기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자랑하며 나눠 먹을 생각에 즐겁기만 하단다.
정성자씨는 유치원 교사 생활을 하다가 출가해서 의류 사업을 했는데 IMF 때 친정엄마가 하는 낚시업을 돕다가 낚시 가게를 열게 됐다. 솜사탕 같은 목소리를 가진 그녀는 긍정적인 성격으로 화도진 도서관에서 22년간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 봉사를 했다. 소리 빛을 전달한 그 시간 역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한다.
이 가을 낚싯대를 들고 배를 타고 또는 연안으로 나가 물가에 앉아 텅 빈 마음을 비우며 세월을 낚아 보면 어떨까?
우럭인들 어떠하리~ 망둥이면 어떠하리~
갯지렁이 징그럽다면 염장인들 어떠하리~
주꾸미가 춤추는 가을을 잡아 올려 볼 일이다.
글·사진 현성자 i-View 객원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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