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호, 가을에도 녹조 상습 발생... "원인 규명해야"
주민들, 금강도수로 공사 후 녹조 발생 주장... 농어촌공사, 예산군 "비료 탓, 도수로 연관 없어"
▲ 예당저수지에 발생한 녹조이다. ⓒ 이재환
충남 예산의 예당저수지 녹조 현상이 해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해 원인 파악과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예당저수지(예당호)는 지난 2018년 금강도수로 공사 이후 매년 늦가을까지 녹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예당호 조정경기장이 있는 구수문 쪽과 취수탑 부분, 최근에는 예당호 출렁다리 인근에도 녹조가 피어 오른다.
녹조는 '녹로 라떼'로 불리며 희화된 측면도 있지만 그 실상은 심각하다. 녹조의 마이크로시스틴 성분의 경우 간과 폐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암연구기관(IARC)는 지난 2010년 마이크로시스틴 성분을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예당저수지 녹조는 지난 2018년 예당저수지와 금강을 잇는 도수로가 개통된 이후 부쩍 심해졌다. 당시 유입된 녹조가 일종의 씨앗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상류 축사의 폐수와 농경지에 뿌려진 비료 등이 지속적으로 예당저수지에 유입되면서 녹조 발생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한국농어촌공사와 예산군은 녹조의 원인을 저수지 인근 농경지의 비료와 상류 부유물, 축산 폐수 등으로 한정해 파악하고 있다. 도수로와 관련성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며 배제하고 있다.
▲ 예당저수지 출렁다리 인근에도 녹조가 발생했다. ⓒ 이재환
한국농어촌공사와 예산군이 지속적으로 예당저수지 내 녹조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편이다.
실낚시 좌대와 예당저수지 내수면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에도 녹조는 결코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예당저수지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2018년 금강도수로 공사 이후 녹조가 증가했다"며 관에서 방제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효과는 별로 없다"고 전했다.
이어 "10월인데도 녹조가 사라지지 않고 수면으로 올라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서늘할 때는 녹조가 사라진다. 하지만 오후에 햇빛을 받으면 되살아 난다"고 설명했다.
주민 B씨도 "지난여름 장마 기간이 길어 비가 많이 왔는데도 녹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행정기관에서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원인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예산지사 관계자는 "주변 농지의 비료가 녹조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비료와 오폐수 등이 저수지로 흘러와 녹조 번식을 증가 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여름 예산에는 비교적 비가 많이 왔다. 따라서 오염원이 희섞되고 정화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녹조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농어촌 공사 관계자는 "원인 파악을 하고 있다"면서 "(장마 때) 상류에서 흘러온 부유 쓰레기도 오염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녹조 발생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보통 가을이면 녹조가 줄어든다. 지금까지도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면 문제가 있다. 예당저수지의 물은 농업용수로도 쓰인다"며 "도수로를 통해 유입된 물이 녹조의 원인으로 의심이 되는 상황이라면 관계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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