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 역대 사례 보니... 가장 많이 한 대통령은
[주장] 국정감사 이후 대통령-야당 대표 만나야... 정치인, 대화 거부해선 안 된다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영수회담은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의 회담이다. 그러나 그 명칭을 '영수회담'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다. 명칭보다는 만남과 대화가 중요하다.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회담에서 국정 현안 등을 설명하고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며 의견 차이를 조율·조정한다.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정 운영에서 입법과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국회, 그 구성체인 정당(교섭단체), 특히 제1야당의 협력은 필수불가결하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중요한 동반자인 제1야당에 대하여는 합당한 배려를 해야만 한다. 정치적 반대 세력이라고 무시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
영수회담의 형식, 바꿀 수 있다
영수회담 등의 형식(단독 및 다자 회담 등)·의제·합의사항 등과 관련하여 사전에 조율이 안 되어 회담이 무산되는 경우가 있었다. 고정 불변적인 회동 형식이 있는 것이 아닌 만큼 회동 대상·장소·시간 등을 자유롭게 하고, 소통 방식도 통신 등으로 편리하게 할 수 있다.
영수회담 등의 합의사항 도출을 위해서 상호 실무적인 준비를 하는데 사전에 합의사항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반대로 합의사항이 없어 이견을 노출하여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만을 가져 왔다고 상호 비난하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상황과 의견의 변화로 추후에 얼마든지 보다 진일보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대통령·여당의 입장에서는 영수회담을 보여주기식 정치 이벤트나 생색내기용 만남 또는 단순히 위기 국면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야당의 입장에서는 정치적 위상 과시나 정치공세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이다. 과거 대통령은 소속 정당의 총재를 겸임하여 해당 권한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로서의 위치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 별도로 야당 대표 등을 만나 국정을 협의하는 것이 여당과 그 대표의 자율성과 권한 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은 매우 잘못된 행위이다. 대통령은 여당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수시로 국정을 논의하고, 여당과 정부, 대통령비서실은 정기적으로 고위 당·정·대(청) 회의 등을 한다. 이것은 대의제 민주정치와 정당의 책임정치를 위해서 필요하다.
야당 대표의 입장에서는 여당 대표와 국정 현안 문제 해결에 있어서 입장의 차이가 있어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입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의견을 조율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정당의 원내대표 간에 나아가서 정당의 대표 간에 의견의 일치를 이루지 못하는 사항 등을 포함해서 야당은 대통령과 국정을 협의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의 야당 대표 등과의 회담 사례를 살펴보면 박정희·전두환 대통령은 집권 기간을 기준으로 하여 회담의 개최횟수가 다른 대통령보다 매우 적다. 이것은 대통령의 개인 성격 등과 연관된 리더십이기도 하지만 군사정변에 의한 집권 및 정권 유지, 대통령 절대 지배 권력구조, 물리적 강제력을 위주로 한 강압적 권력운영 방식 등이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영수회담 등을 다수 개최하였다. 반면에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영수회담 등 개최가 상대적으로 적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1야당 대표와 단독 회담을 갖지 않았다(관련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연보가 상세하게 기록·공개되어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시 정치일정이 공개되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정당의 대표뿐만 아니라 대통령선거 후보(자)와 회담을 하였다. 통상적으로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은 축하와 정부 이양에 관한 협력 등을 위해 회담을 하는데 김영삼 대통령은 대선 이후에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연속적으로 회담을 가져 국가 위기 극복, 국정 현안, 정부의 인수인계 등에 관하여 협의하였다.
야당 대표와 가장 많이 대화한 대통령
▲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비롯한 유가족들이 8월18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서 헌화를 한 뒤 묵념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야당 대표와 대화를 가장 많이 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다. 대화가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해서 이루어졌지만 본인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는 성사될 수 없다. 야당 대표에 대한 배려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행동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 사정 등 정치적 이유로 국회 제1당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반복적 영수회담 요청을 연거푸 거절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노태우·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야당 대표를 만났던 것에 비추어 이례적이다.
또한, 윤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회담, NATO 참석·정상회담, 영국 여왕 조문-UN 연설·정상 회동 이후 역대 대통령이 주요 외국 정상과의 회담 등을 실시한 후 관행적으로 3부(5부) 요인과 정당 대표 및 지도부, 사회 인사 등을 초청하여 회담 결과 등을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하는 회동을 갖지 않았다.
전 문재인 정부·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정 등으로 여·야 관계가 경색되었지만, 정기국회 국정감사 이후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서 국내외 어려운 상황에서 예산·입법 등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의 기능은 이해관계를 조정, 협상과 합의를 이루어 내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근본 조건은 자신의 실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며, 다양한 의견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다른 의견을 경청·인내하며, 타협·조정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정치인이 전시적인 민생현장 탐방 등으로 민심파악을 하면서 다른 정당의 대표 등과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정치인의 사명은 묵언(黙言) 수행이 아니라 정치인, 야당 대표 등과 끊임없이 대화를 통하여 국정 현안 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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