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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까지 맛있게... 쓰레기, 설거지 없는 축제

15일 충남 홍성에서 열린 여성농민 축제 이모저모

등록|2022.10.16 18:16 수정|2022.10.16 18:16

▲ 이날 축제에서는 뻥튀기를 접시로 사용했다. ⓒ 이재환


한 시골마을 여성농민 축제에서는 그 흔한 쓰레기도 나오지 않았고 설거지 거리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축제 참가자들 모두가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예수가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천여 명을 먹였다는 '오병이어'의 기적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난 15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는 여성농민들이 독특한 축제를 열었다. 홍성여성농업인센터(아래 홍성여농센터)는 지난 2002년 홍동에 문을 열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정영희 홍성여농센터장은 "축제는 홍성여농센터 2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며 "음식을 먹어도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아 설거지조차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쓰레기 없는 축제는 최근 홍동면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 하지만 설거지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비결이 뭘까. 축제 현장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비밀은 쌀로 만든 뻥튀기에 있었다.

축제 참가자들은 뻥튀기를 접시로 삼아 음식을 담았다. 뻥튀기에는 여성농민들이 직접 농사를 지은 오이와 채소, 빵과 떡 등이 담겼다. 접시로 사용한 뻥튀기는 식사 후 자연스럽게 후식이 됐다. 물론 음식을 먹을 만큼 담아 남기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 뻥튀기에 담긴 음식 ⓒ 이재환


여성농민들의 알뜰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홍성여농센터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옷을 '나눔' 하고 있다. 잘 안 입는 옷을 한곳에 모아 교환하는 것이다. 이날 축제에서는 여성농민들이 장롱 속에 넣어 두었던 오래된 옷과 '나눔' 옷을 입고 패션쇼를 펼쳤다.

정영희 홍성여농센터장은 "홍성여농센터 앞에는 재활용 옷을 나눔 하는 공간이 있다. 마을 주민들이 옷을 가져다 놓고 무료로 가져간다"며 "인기가 꽤 많다. 옷도 버리면 쓰레기가 된다. 옷을 쓰레기로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에 공감한 주민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센터장은 패션쇼에 대해서도 "센터에 옷을 나누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릴 겸 패션쇼를 기획했다"며 "장롱에 모셔 두고 잘 입지 않는 오래된 옷도 패션쇼 참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오래된 옷의 경우 용기가 나지 않아 입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이번 패션쇼를 통해 오래된 옷도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 오래된 옷과 나눔한 옷을 입고 패션쇼를 하고 있는 여성농민들 ⓒ 이재환


실제로 이날 패션쇼에는 장롱 속에 있던 옛 원피스와 한복을 입고 나온 참가자들도 있었다. 27년 된 오래된 옷도 등장했다. 한 참자가는 개인기로 앞구르기를 선보여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패션쇼에 참가한 이경자 농민은 "장록 속에 있던 오래된 옷을 입고 다른 여성농민들과 함께 즐기고 싶었다"며 "모든 옷에는 역사가 있다. 옷이 내게 온 사연도 있고, 오래된 추억도 담겨 있다. 오래된 옷을 버리지 않고 간직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옷에 담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 충남 홍성 여성농민들이 축제를 위해 준비한 음식.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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