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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죽음... 끝나지 않는 '기이한 기록'

실효성 있는 스토킹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

등록|2022.10.21 14:55 수정|2022.10.21 14:55

▲ 2022년 9월 22일(목)오후 7시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살해에 분노하며> 집회 모습. ⓒ 한국여성단체연합


지난 7월, 안동시청에서 근무하던 여성 공무원이 흉기를 휘두른 동료 직원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 용의자는 과거 이 여성을 쫓아다닌 스토커로 밝혀졌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여 만에 신당역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초엔 가정폭력 피해자가 네 차례나 경찰에 가정폭력으로 신고해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를 지급받고,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명령 등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가해자에게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21년 3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스토킹범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같은 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여성들은 직장에서, 가정에서, 거리에서 죽임을 당하고 있다.

신당역 사건 발생 이후 정부는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가량 지나 숱한 죽음을 목도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처벌을 약속하고 수사 매뉴얼을 정비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피해자 보호를 우선으로 삼아야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스토킹 사건의 비율은 30%가 넘고, 접근금지명령 기간이 지나면 피해자를 다시 스토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신당역 사건 가해자의 경우처럼 증거인멸이나 도주의사 없음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거나. 가해자는 본인의 집에서 도주할 의사가 없겠지만, 피해자의 집·직장 근처를 맴돌며 법의 사각지대 안에서 다시 스토킹을 일삼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토킹 상대방이나 주거지 100m 이내 접근을 제한하는 긴급응급조치도 101m 밖이면 위반이 아닌게 되는 현실이다. 더욱이 긴급응급조치를 어기더라도 과태료만 내면 되고 구속되는 비율도 적다. 스토킹범죄의 경우 2차 가해나 보복이 두려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안에 따라 정확한 판단으로 적극적인 구속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승재현, 2022, 스토킹 범죄 근절을 위한 법령 개정방안, '스토킹범죄 피해자 실효성 있는 보호방안은?' 토론회 자료집).

경찰청이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연도별 스토킹 112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스토킹 신고자 1만3000여 명 중 9000여 명(약 73%)이 여성이었다고 한다. 면식범의 비율은 47%, 면식범 가운데 피해자의 애인이었던 비율은 52%, 지인, 친족, 직장동료 순으로 가해자가 주변인인 경우가 많았다. 피해자들은 늘어가는 가운데 수사기관의 제대로 된 수사와 적절한 조치는 미흡한 상황이다.

스토킹범죄 범위 확대 필요

현재 '스토킹처벌법'은 오프라인에서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직장, 학교, 그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거나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들을 처벌대상이 되는 스토킹 행위로 보고 있다. 직접적으로 피해자에게 행하는 행위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올리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미흡한 상태다.

스토킹 범죄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특수성이 있어 스토커가 피해자의 이름, 직장, 사는 곳, 소셜미디어 등 개인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신당역 사건의 경우에도 가해자가 불법으로 촬영된 영상으로 피해자를 협박했다고 한다. 이러한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돼 신상정보의 온라인 유포에 대한 두려움, 보복과 재발의 우려 등이 피해자들이 가해자와 합의하게끔 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승재현, 2022, 스토킹 범죄 근절을 위한 법령 개정방안, '스토킹범죄 피해자 실효성 있는 보호방안은?' 토론회 자료집).

'반의사불벌조항'의 폐지 필요

반의사불벌조항은 스토킹이 국가 형벌권의 작동영역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을 자제해야하는 사생활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스토킹 범죄를 사소화하고 개인의 일로 치부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협박이나 보복이 두려워 처벌불원의사를 밝히는 경우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같은 독소조항이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스토킹이 재개될 경우 피해자는 다시 신고하기 어려워지고, 경찰은 피해자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어 수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 피해자에게 부담과 책임을 전가하게 된다(김정혜, 2022, 스토킹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법·정책 개선 방안, 신당역 사건을 통해 본 스토킹 방지법 ·정책의 공백과 개선과제, 제129차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양성평등정책포럼).

이러한 법의 허점과 사법기관의 스토킹 범죄에 대한 안일한 인식으로 인한 미온적인 대응과 낮은 수위의 처벌들이 복합적으로 엮여서, 수 많은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거나 방치하고 있다. 스토킹 처벌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 가해자 구속영장 요건 강화, 피해자 신변보호 강화, 긴급응급조치 강화 등 스토킹 범죄 방지와 피해자 보호, 강력한 가해자 처벌을 통한 재발방지 등을 위해 실효성있는 법 개정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2022년 10월 11일(화)부터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추기 위한 연대의 한 걸음 '끝나지 않는 기록 - 기이한 기록 PART2'> 웹포스터 ⓒ 한국여성단체연합


'기이한 기록'은 끝나야 한다

지난 10월 11일 소통과 연대의 여성운동 공간인 여성미래센터 허스토리홀에 의미있는 전시가 열렸다. 2015년 3월부터 1년 동안 국내에서 여성에게 가해진 교제·가정폭력, 강간, 살인, 살인미수, 추행, 사기, 협박 등의 기사를 모아 이미지로 기록한 일러스트레이터 윤나리의 <기이한 기록> 작품과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끝장내기 위해 달려온 여성연합의 활동을 엮어낸 <끝나지 않는 기록_기이한 기록 PART2> 전시다.

2015년의 <기이한 기록>은 보도에 나온 피해 여성들의 죽음을 추모하며 그려낸 기록이다. 추모 그림은 하루에만 3장이 그려지기도 하고, 매일 연속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보도를 통해 접한 피해 여성들의 죽음만 그러하다. 이 전시는 미투 운동, 강간죄 개정 운동, 텔레그램 성착취 근절 운동, 스토킹처벌법 제정 운동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끝장내기 위해 달려온 여성연합의 활동과 작가의 '기이한 기록'이 만나 '끝나지 않는 기록'이 되어 죽어간 여성들에 대한 추모와 다짐의 공간이 되고 있다.

더 이상의 '기이한 기록'은 없어야 한다. 기이한 기록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스토킹처벌법을 비롯해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법‧제도를 개선하고 성평등을 향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그 기이한 기록들이 끝나는 날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싸울 것이다.

[참고자료]
김정혜(2022), 스토킹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법·정책 개선 방안, 신당역 사건을 통해 본 스토킹 방지법 ·정책의 공백과 개선과제, 제129차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양성평등정책포럼
승재현(2022), 스토킹 범죄 근절을 위한 법령 개정방안, 강민정 국회의원외 22명 주최, [스토킹범죄 피해자 실효성 있는 보호방안은?토론회]
이원상(2021), 스토킹처벌법의 문제점에 대한 고찰, 한국비교형사법학회[비교형사법연구]
덧붙이는 글 이 글의 필자는 장수진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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