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불탄 숲 위로 송전선로가... 산불로 멈춘 500시간
1만6천km 고압송전선로, 재해위험성 고려되지 않은 채 건설... 대비책 마련 시급
play
▲ [영상1] 울진 산불피해지 송전선로 ⓒ 녹색연합
검게 불탄 숲 위로 송전선로가 지나갑니다. 경상북도 울진군, 한울 원전에서 뻗어나와 강원도 태백시까지 이어지는 고압송전선로로 지난 3월 산불에 녹아내려 고장이 발생했던 선로입니다.
최근 이상기후로 태풍, 산불, 폭우 등 강도 높은 자연재해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력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력거래소에서 발표한 '전력설비 정지통계'에 의하면, 최근 5년간 고압송전선로에서 발생한 501건의 고장 중 46.7%인 234건이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2020년 9월에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경남지역을 강타하며 74건의 송배전시설 고장이 발생해 30만 가구가 정전피해를 입고 고리원전에 전력차단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59건 중 54건은 3월 4일에서 5일 사이 강원·경북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로인해 3월 4일부터 10일까지 9기의 발전소에서 344시간동안 출력감발이 발생했고 한국전력은 약 190억원의 보상금(제약비발전정산금)을 발전사에 지불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3월, 역대 가장 큰 산불이 발생한 울진에서는 송전선로가 불타며 2차례 정전이 발생했고, 한울6호기에는 전력공급이 중단돼 비상발전기까지 가동됐습니다. 4월에는 서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765kv 선로가 피해를 입어 당진화력발전소 3,4,6호기의 전력이 차단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 신한울-신가평 500kv 송전선로 건설 예정지 동부 1,2구간 소나무 분포도 및 산불 취약도 ⓒ 녹색연합
한국전력은 2025년까지 강원·경북지역 226km 구간에 송전탑 440기를 설치하는 '신한울-신가평 500kv 송전선로 사업'을 추진중입니다. 사업예정지 중 울진-봉화를 지나는 동부1, 2구간은 울진삼척산불로 피해입은 숲을 지나고 있으며 전체 44km 구간 중 약 16km는 소나무림과 산불 취약지를 지나갑니다.
2021년기준 전국에 설치된 고압송전선로는 약 1만6418km, 송전탑은 4만2029기입니다. 이중 77% 이상이 산지를 지나고 약 27%의 송전탑이 산불에 취약한 강원·경북지역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국내에 설치된 1만6천km가 넘는 고압송전선로는 산불 및 재해위험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건설됐습니다. 송전선로 입지선정 기준이 명시된 전력영향평가서를 살펴보면 송전선로 부지 안전성 평가 기준에 산불 및 자연재해 위험도는 검토항목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산불 및 자연재해 위험성은 전혀 검토되지 않습니다.
한국전력은 매년 25~35억의 예산을 들여 산불 대비를 위해 선로 인근 수목 벌채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2020년 대형산불로 송전선로가 불타며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전력비상사태까지 선포되자 산불 안전운영센터를 설립하는 등 선제적 산불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삼척시 가곡면 일대에 설치된 송전선로 ⓒ 녹색연합
산림청 산불 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불 발생 횟수는 1.4배, 피해면적은 5.9배까지 증가했습니다. 지난 2월, UN에서 발표한 산불보고서는 이상기후로 인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산불 피해 면적이 최대 14%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한국전력은 제9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2034년까지 고압송전선로를 48,075C-km(2019년 대비 1.39배)로 증설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형산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산지를 무분별하게 훼손하며 설치하는 지금의 송전선로가 언제까지 유효할까요?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은 활동가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