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닫고 내면의 꽃을 피우라
[박도의 치악산 일기] 제73화 늦가을에 핀 노란 국화꽃을 보면서
▲ 아파트 화단에 핀 국화 ⓒ 박도
아침 아파트 화단을 지나는데 노란 국화꽃이 방긋 웃고 있었다. 찬 서리가 내린 지는 이미 오래다. 모든 식물들이 자지러져가는 입동(立冬)을 앞둔 늦가을이다. 그런데도 고고히 마침내 활짝 만개한 노란 국화를 바라보자 문득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엣 선인들은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하여 으뜸 꽃으로 여겼다. 이는 서릿발이 심한 속에서도 굴하지 아니하고 외로이 지조와 절개를 지킨다는 말로, 지조와 절개는 선비들의 으뜸 덕목이기 때문이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보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 지난날 안흥 내 집 화단의 국화 ⓒ 박도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하더니 어느 새 내 인생도 낙목한천의 계절을 맞았다. 이 쓸쓸한 계절, 고고한 자태로 그윽한 향을 은은히 풍기는 국화를 보면서 간밤 늦도록 스스로 반성하는 '자성(自省)의 시간'을 가졌다.
"사람은 늙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는데, 그동안 나는 입은 열고 지갑은 닫고 산 듯하다. 화단의 국화는 나에게 가능한 입은 닫고 내면의 꽃을 피우라고 가르치는 듯하다. 이제부터라도 가능한 입은 닫고 '내면의 꽃'을 피우는 내공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 지난날 내 집 화단의 국화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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