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깊은 사찰이 갑자기..." 완주 수왕사 이전 논란
지역 불교계 등 완주군 대처 비판... 문화재청 "이동 드물지만 제지할 명분 없어"
▲ 구이면 외곽에 위치한 한 전통 법주 양조장 옆으로 이전한 수왕사 ⓒ 완주신문
[기사수정 : 27일 오전 11시 49분]
전북 완주군 구이면에 위치한 모악산 수왕사(태고종)가 이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과 불교계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수왕사는 고구려 보장왕 때 백제로 망명한 보덕이 680년 수도 도량으로 창건했고, 1125년에 숙종(1095~1105)의 넷째 아들인 징엄이 중창했다. 1597년 정유재란 때 불에 탄 것을 1604년에 진묵대사(1562~1633)가 재건했으며,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모두 불에 타 소실된 것을 1953년에 석진이 중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모악산 시절에는 절 옆 바위틈에서 피부병, 신경통,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석간수가 흘러와 전북도민들 사이에서 약수터로도 유명했다. 현재 수왕사는 태고종 사찰로 주지스님 개인 소유에 가깝다. 새로 옮긴 곳 옆에 있는 양조장도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이자 사찰 대표인 스님이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역사적인 사찰이 이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일각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 불교계에서도 한국불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진묵대사와 관련된 유서 깊은 장소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
관내 한 사찰 관계자는 "자칫 본래 수왕사가 소멸할 수 있다"며 "수왕사는 기라성 같은 고승들의 헌신으로 창건되고 유지된 한국불교의 소중한 유산인데, 현 관리자나 행정기관 모두 이런 사실을 간과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 예산 7억원이 투입돼 준공된 수왕사 대웅전 ⓒ 바른지역언론연대
이전 장소에 새로 지어진 수왕사에 예산 7억 원이 들어간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또 다른 사찰 관계자는 "전북도와 완주군도 현 장소를 유지하는 방안 대신 이전을 돕는 지원을 했다"며 "상식에서 벗어난 방안에 장단을 맞춘 게 더 놀랍다"고 말했다.
수왕사에는 지난 2018년 전북도에서 지정한 문화재 256호 목조여래좌상과 불상 안에 있던 불경 등 복장유물이 있다. 이에 완주군은 문화재로 지정된 불상이 현재 이전 위치에 있어서 '문화재 보존정비사업' 일환으로 대웅전을 짓는 데 예산을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완주군 관계자는 "문화재 보존정비사업은 문화재가 있는 곳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학자 박대길 박사는 "전국적으로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해서 놀랍지는 않지만, 문화재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현지 보존을 원칙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불상의 경우 해당 장소에 있어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를 이동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하지만 문화재는 소유자 관리가 원칙이라서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점을 장소와 문화재 자체 중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제지하거나 구속할 명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전북도 관계자도 "문화재 보호 측면에서 (수왕사 이전) 지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 새로 이전한 수왕사 앞에 설치된 안내판. 수왕암에서 소장해 온 역사 문화재 다수를 옮겨왔다는 내용 적혀 있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완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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