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 대곡리 공소' 기증자 "천주교 재단으로 명의 이전 해달라"
[인터뷰] 천주교 대곡리 공소를 천주교재단에 기증한 바르톨로메오 박정현
▲ 박정현 바르톨로메오(해미면 천주교 대곡리 공소 기증자). ⓒ 최미향
해미 천주교 성지가 2020년 11월 국제성지로 지정받은 지 2년이 됐다. 해미 국제성지의 중요성에 대해선 많은 시민이 종교를 초월하여 공감대를 이루고 있어서 정부 당국이나 서산시에서도 국제성지에 걸맞은 명소로 가꾸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나아가 성지가 종교적으로도 국제적 명소로 자리매김하겠지만, 아울러 지역에 끼치는 경제적·문화적·관광적인 영향도 막대하다는 평가다.
국제성지를 돌아보면 중요한 것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중심에 대곡리 공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23일, 역사적인 공소를 아무 조건 없이 대전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에 기증한 바르톨로메오 박정현 형제 가족이 있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에게서 공소의 역사적 가치, 기증이 이뤄지는 과정과 현재 상태, 당국과 시민들에게 바라는 점을 들어봤다.
▲ 서산시 해미면 대곡리 공소 실내 모습. ⓒ 최미향
- 선생님과 대곡리 공소와의 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 대곡리 공소 소유권의 변천에 관해 이야기해 주십시오.
"대곡리 공소의 땅은 조부님께서 1941년 천주교에 기증하셨습니다. 천주교에서 명의는 이전하지 않고 관리하여 오다가 1985년 해미성당이 생긴 후 공소가 폐쇄돼 방치돼 왔지요. 그러다 1994년 특조법에 따라 점용하여 사용해 온 분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답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은 상태를 알고 제가 소송을 제기해 2021년 대법원 최종 판결로, 공소가 위치한 위치 중에 773-1은 성당 소유로, 그 외 딸린 773-2번지는 상대방 소유로 인정받았지요.
그러나 773-1번지는 판결에 의해 상대방 소유권이 말소됐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천주교 재단으로의 명의 이전이 되지 않아 여전히 소유권 판결만 있고 명의 이전이 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해미 대곡리 공소. ⓒ 최미향
▲ 대곡리 공소 실내. ⓒ 최미향
- 공소의 문화재적·종교적 가치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대곡리 공소는 천주교 박해의 역사와 맞닿아 있습니다. 1890년대부터 병인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여 신자촌을 이뤄 살던 역사적인 장소지요. 저도 그곳에서 태아나 해미초·중학교를 걸어서, 또는 자전거를 타고 통학한 사람입니다.
공소는 80년이 넘은 목조 건물로 그래도 잘 보존돼 있고, 내포 지역의 천주교 신자들이 압송돼 오던 '압송길의 중요한 중간지점'으로 해미국제성지 지정 후 그 가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큽니다.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지요."
- 여러 가지 이유로 기증하셨는데 명의가 천주교로 이전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국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조부님이 기증한 성스러운 땅이고 후손들도 그곳이 하느님의 땅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 후손들은 이미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거의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문화재로 지정을 하든 이전에 적극적으로, 전향적으로 검토해 이전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로 인해 해미국제성지의 발전에 큰 전환점이 되기를 신자로서, 또한 시민으로서 소망합니다."
- 마지막으로 서산시민들에게 부탁할 말씀이 있다면요.
"해미 대곡리 공소는 종교의 다름을 떠나 우리 역사의 큰 발자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천주교 박해의 역사와 문화재적인 목조건물이라는 의미에서도 보존되고 알려야 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이 건물이 개인 소유가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잘 보존하고 가꾸는 데 관심과 힘을 모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해미 대곡리 공소. ⓒ 최미향
▲ 대곡리 공소 외부 모습. ⓒ 최미향
▲ 대곡리 공소. ⓒ 최미향
▲ 대곡리 공소. ⓒ 최미향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