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환경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리메이크 패션 브랜드 이스트오캄의 손헌덕 대표, 김지혜 디자이너
▲ 손헌덕 이스트오캄 대표가 리메이크 작업을 하고 있다 ⓒ 이우영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환경을 만났습니다."
요즘 그 어느 번화가보다 인파가 몰리는 성수동이지만, 이스트오캄(East Oklm)은 그 중에서도 인적이 드문 골목의 건물 지하에 자리하고 있다. '심신이 평온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태'라는 뜻의 프랑스어 'Au Calme'에서 따온 브랜드 이름과 잘 어울리는 보금자리다. 매장에 들어서면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린 옷과 함께 산더미처럼 쌓여 손길을 기다리는 빈티지 의류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처음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는 공장에서 옷을 생산했어요. 하지만 생산 공장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버려지는 원단이 많았고, 불량률은 80%에 달했죠. 그간 들인 시간과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상황이었어요. 만든 옷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었기 때문에 직접 옷을 리메이크하기 시작했습니다."
손 대표는 동일한 제품이 많은 기성복 업계에서 유일무이한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 리메이크 제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이스트오캄의 제품은 그들 부부만의 색깔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 김지혜 이스트오캄 디자이너가 실을 정리하고 있다. ⓒ 이우영
우연히 환경을 만나다
최근 패션 브랜드의 화두는 ESG 경영과 지속가능성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1000억 벌의 옷이 만들어지고, 그 중 1년 안에 버려지는 옷은 330억 벌에 달한다. 의류 산업이 초래하는 환경 문제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의류 브랜드들은 앞다투어 지속가능한 패션을 내세우고 있다.
"이미 유럽에는 지속 가능성 라인이 있는 브랜드만 입점할 수 있는 백화점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을 고려하는 생산 방식이 작년부터 큰 트렌드가 됐습니다."
부부는 2019년에 한 브랜드와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이 환경 보호를 위한 실천을 본인들도 모르게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환경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환경과 그들의 작업간 교집합이 크다는 걸 인지한 이후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갔다. 포장지나 실, 테이프를 모두 종이로 사용하고, 컵 대신 텀블러를 쓰는 등 할 수 있는 작은 것들부터 시작했다.
▲ 슬로우스테디클럽과 함께 진행한 Re프로젝트 홈페이지. 제작한 제품이 완판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 슬로우스테디클럽
최근 이스트오캄은 편집숍 '슬로우스테디클럽'과 함께 매년 쌓이는 재고 처리 방법을 제시하는 프로젝트 'Re'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슬로우스테디클럽의 재고 상품을 활용해 이스트오캄의 색깔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패션 분야의 큰 숙제인 재고 처리를 위한 방법을 제안한 이번 프로젝트는 소비자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꾸준히 일하는 게 목표입니다. 시간으로 쌓아온 결과물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리가 하는 하루하루의 노력이 지금도 쌓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부는 인터뷰가 끝나자 곧바로 리메이크 작업에 들어섰다. 쉬는 날에도 매장에 나와 옷을 만드는 그들. 오늘도 이스트오캄에는 부부가 불어넣은 새 숨이 깃든 옷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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