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브라질 '좌파 대부'의 귀환... 룰라, 첫 3선 대통령

결선투표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1.8%p 승리... 아마존 숲 부활할까, "환경파괴 감시 시작"

등록|2022.10.31 13:36 수정|2022.10.31 13:36

▲ 브라질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당선인이 10월 30일 브라질 상파울루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후 파울리스타 애비뉴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77) 전 대통령이 브라질 대선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의 초접전 끝에 승리했다.

룰라 당선인은 30일(현지 시각)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50.9%를 득표하며 49.1%를 득표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불과 1.8%p 차로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는 1989년 브라질이 직선제를 도입한 이후 가장 적은 득표 차다.

이로써 룰라 당선인은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이 됐고,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출마해 현직 대통령의 연임을 저지한 첫 기록을 세웠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4년이다.

뇌물 의혹으로 감옥 생활... 유죄 판결 무효되고 재집권 

룰라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되자 연설에서 "오늘 승리는 나의 승리도, 나를 지지한 정당의 승리도 아니다"라며 "오늘의 승자는 브라질 국민이자, 개인의 이익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민주주의 운동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최근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 등에서 잇따라 좌파 대통령이 집권한 데 이어 브라질의 '좌파 대부' 룰라 당선인까지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중남미의 좌파 정권 확장을 뜻하는 '핑크 타이드(분홍 물결)'가 더욱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빈민가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룰라 당선인은 구두닦이와 땅콩 행상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돼서는 자동차 공장에서 선반공으로 일하다가 새끼손가락을 잃기도 했다.

노동운동을 거쳐 정계에 입문한 그는 노동자당(PT) 창당을 주도하고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까지 올랐고,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됐고, 580일 동안 감옥 생활을 했다.

정치적 음모라며 반발하던 룰라 당선인은 2021년 브라질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무효가 되면서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이어 다시 대선에 출마해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연임을 저지했다.

그는 이날 당선 축하 연설에서도 "그들은 나를 산 채로 매장하려고 했으나, 나는 이곳에 다시 서 있다"라고 결백을 강조했다.

룰라, 불법 벌채 엄단 선언... 아마존 숲도 부활할까 

룰라 당선인은 코로나 사태로 심각해진 불평등 개선, 여성 안전, 기후변화 대응, 브라질 대외 위상 회복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브라질이 세계 3위의 식량 생산국인데 국민이 먹을 식량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의 불법 벌채를 엄격히 막겠다고 공약하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룰라 당선인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아마존 개발 정책을 끝내고 아마존 열대 우림과 원주민을 보호하겠다고 밝혀왔다.

룰라 당선인은 "아마존에서의 환경파괴 감시 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모든 불법 활동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동시에 우리는 아마존 지역 모든 공동체들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장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하고, 엄청난 천연자원 보유량을 고려할 때 브라질이 그 거버넌스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룰라 당선인 측은 2023년 아마존 열대 우림 보호에 관심이 있는 선진국과 함께 아마존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